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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서울 한복판에서 타는 스케이트, 괜찮을까?

[취재파일] 서울 한복판에서 타는 스케이트, 괜찮을까?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2004년 12월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합니다.(설치가 어렵다고 했던 분이 조인트를 까였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과거 기사를 찾아보니, 당시에도 환경단체의 우려가 있었습니다. 도심 한복판, 공기 질도 안 좋은 곳에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스케이장을 설치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에도 스케이트장은 문을 열었고 곧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겨울철 한시적으로 개장하긴 하지만 접근하기 좋고 비용도 저렴합니다.(1시간에 1천원) 또 시청 주변은 시청을 비롯해 경복궁, 덕수궁, 광화문, 교보문고, 세종문화회관... 볼 거리도 많습니다. 2012년 초까지 16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그 다음해인 2012년 9월, 스케이트장을 이번에도 그대로 열어야 하는지 논의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두 가지 우려가 제기됐는데 하나는 스케이트장이 서울광장 한가운데를 거의 전부 차지하면서 서울광장에서 열릴 수 있는 집회 등 다른 행사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 또 하나는 이번에도 오염된 대기 속 도심에서 스케이트장을 계속 운영해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서울시는 먼저 스케이트장 크기를 좀 줄이고 위치도 약간 옮기기로 결정합니다. 두번째로는 미세먼지 농도와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오존 등 대기 질을 평가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놓고 자체 설정한 기준치를 초과하면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사건 발생 전 배경 설명입니다.

그렇게 2012년 12월 15일 개장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1월 11일까지 잘 운영됐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12일… 개장 9년 만에 처음으로 밤 9시 30분, 스케이트장 운영은 1시간 동안 중단됐습니다. 1시간 1회차 이후엔 정빙 시간 30분이 있기 때문에, 밤 11시까지 운영하는 토요일이었기에 그날은 그렇게 마감됐습니다. 다음날인 13일, 일요일, 하루종일 스케이트장은 붐볐습니다. 운영 중단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14일 월요일, 오후 2시 30분, 다시 운영이 1시간 동안 중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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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중단 이유는 주변 공기가 안 좋아서라고 했습니다. 중국에서 넘어온 스모그 때문에 한반도 대기 상태도 악화됐기에 그래서 그랬다는군요. 아 그런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했습니다. 스모그 영향이 가장 심했던 건 12일 오후와 13일인데… 12일 밤과 14일 오후 한때만 중단했다?

서울시가 정해놓은 미세먼지 농도 기준치는 120㎍/㎥입니다. 이를 초과하면 중단한다는 거였죠.

그런데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또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자료를 받아보니 많이 이상했습니다.
양쪽 자료 모두 12일 오후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은 겁니다. 14일까지도 공기 상태는 많이 안 좋았습니다. 스케이트장 주변과는 물론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상으로 매우 가까운데다 주변에 차량 통행도 많은 스케이트장이 더 깨끗했을까요? 더구나 스케이트장 옆에 상주하면서 실시간으로 대기 상태를 측정하는 차량은 보건환경연구원 소속이라고 했습니다.

여차저차한 과정을 거쳐 서울시에서 측정한 스케이트장 주변 대기 질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자료를 들여다보니 한마디로 놀라웠습니다. 1월, 스케이트장 문을 여는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의 대기 질 측정한 결과 자료였는데 12일 오후 1시부터 미세먼지의 기준치인 120을 계속 넘어서더니 밤 9시 무렵엔 202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통합대기환경지수'라는,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오존 다섯 가지를 합쳐 시민들이 알아보기 쉽게 표현하는 방식으로는 계속 '나쁨'이었고, 밤 9시엔 '매우 나쁨'이었습니다. 서울시가 스케이트장 운영을 처음 중단한 게 이 '매우 나쁨'일 때였던 겁니다.

13일은 오후 3,4시대를 제외하고는 계속 '나쁨'이었지만 중단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14일 오후에 다시 한 차례 중단된 겁니다.

서울시의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지방에서도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인기가 대단하다. 공휴일에는 하루에 4,5천 명이 찾아올 정도다. 대기 질 문제로 운영을 중단한다면 멀리서 오신 분들을 비롯해 항의가 빗발칠 거다. 이걸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대기 질이 나쁘다고 해서 건강에 바로 해가 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120을 초과한 상태로 매일 하루종일 스케이트를, 겨울철 개장하는 내내 타면 건강에 해로울 가능성이 있는 정도라고 하더라. 그래서 고민 끝에 운영을 계속 했던 것이다. 이해해달라."

저는 이해했습니다. 기사 쓰는 걸 막기 위해 거짓으로 하는 말씀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알았습니다. 다만 120이라는 기준치는 서울시에서 설정했다는 것, 이를 초과하면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스케이트장에 대한 환경적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서울시가 했던 공약인데 상황에 따라 이렇게 바꿔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15일 오후 스케이트장으로 향했습니다. 평일인 화요일이지만 방학이라서인지 많은 아이들이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습니다. 저는 스케이트장 옆 대기 질 측정차량을 찾아봤습니다. '나쁨'... '미세먼지 137㎍/㎥'... 지금도 대기 질 상태로는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현장을 찾아간 마침 그 시점도 계속 나쁘다는 게 좀 놀라웠습니다.

본격적인 현장 취재를 진행하고 있노라니 서울시는 오후 4시부터 스케이트장 운영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16일인 오늘에는 좀더 구체화된 방침을 마련해 스케이트장 홈페이지에 띄웠습니다.

대강 요약하면 대기 질을 측정해 평균값을 기준으로 이후 운영 중단할지를 결정할 것이며 운영 중단 결정은 시민들이 미리 알 수 있게 2시간 전에 사전 공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또 통합대기환경지수가 '민감군 영향'일 때는 이용 자제를, '나쁨' 이상이면 운영 중단을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습니다.

서울시 설명처럼 건강에 별다른 해가 없겠지만 조심하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를 위한 자체 규정까지 만들어놨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조금 늦었지만 서울시가 이런 방침을 마련했다는 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여럿의 도움으로 여기에 일조했다는 게 조금 보람을 느낍니다.

보여주기 위한 정책과 약속을 남발하는 서울시가 앞으로도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저도 갖고 있었다는 걸 이번 취재 와중에 혹여나 상처 입은 분들이 계시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15일 오후 4시, 스케이트장 운영이 중단되자 울음을 터뜨렸던 몇몇 어린이에겐 심심한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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