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놀러와’ 후속으로 방송된 ‘배우들’의 총평은 어색함으로 시작해 엉성함, 식상함으로 이어졌다. 한국 영화 르네상스에 걸맞은 토크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배우들’은 재료만 있고 레시피 없는 요리처럼 출연자들이 한 데 섞이지 못해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배우들’은 영화 속 캐릭터로 분한 화려한 ‘오프닝쇼’로 시작했다. 황신혜, 심혜진, 예지원, 송선미, 고수희, 신소율, 고은아, 민지 등 MC들이 비비안 리, 마틸다, 피오나 공주, 메릴 스트립 등으로 분한 오프닝쇼는 보기드문 눈요기였다. 하지만 무려 27분을 할애한 이 오프닝은 겉도는 토크와 의미없는 기다림 등으로 분위기를 더 얼어붙게 했다.
생방송으로 치면 방송사고라고 할 만큼 배우들의 대화에는 어색한 침묵이 계속 흘렀다. 어색함을 못 참은 박철민이 “우리 조금 더 반가워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으며, 예지원은 “원래 이렇고 말이 없고 어색하냐.”고 냉랭한 기류에 대해 설명했다. 심혜진과 황신혜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과 신소율, 고은아, 고수희 등 후배 연기자들의 조심스러운 태도 등은 출연자들 사이에서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MC들은 이날 어떻게 배우가 됐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고수희는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임금을 받지 못해 극단으로 들어갔고 박해일의 우연한 제안에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는 일화를 말했다. 흥미로운 그녀의 데뷔 비하인드 스토리는 여기서 끝이었다. 대화는 이어지지 못했고 뚝뚝 끊겨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채어주지 못했다.
이어진 토크에서는 배우들이 각자의 꿈이나 자랑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털어놨다. 신소율은 70kg대 몸무게를 한달만에 50kg로 만든 사연, 고은아는 동생 미르와의 키스 구설수, 송선미는 가수의 꿈, 고수희는 멜로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것. 하지만 어떤 주제의식이나 공통점 없이 배우들의 나열식 토크는 공감이나 큰 재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막내 민지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말문을 열더니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고 허무하게 토크를 끝냈다. 엉성한 포맷으로 ‘수다쇼’로 전락한 ‘배우들’은 토크쇼의 가장 큰 매력이 시청자와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당초 제작진은 ‘배우들’이 영화배우들을 주축으로 영화에 대한 심층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색다른 토크쇼라고 강조하며 동시간 대 방송됐던 ‘놀러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배우들’은 ‘놀러와’와의 차별점은 둘째 치고 컨셉트조차 찾지 못한 식상한 내용으로 신선함을 원했던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배우들’는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된 ‘놀러와’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을 기록해 시작부터 위기감에 휩싸였다. 다음주 ‘엄마’를 주제로 진행되는 ‘배우들’이 이 위기를 떨쳐내고 진정한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을 지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MBC
kykang@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