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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민주당 '석고대죄 삼배' 그리고 '올 오어 낫씽'

[취재파일] 민주당 '석고대죄 삼배' 그리고 '올 오어 낫씽'
민주당 ‘석고대죄 삼배’ 그리고 ‘올 오어 낫씽’

# 14일(월요일) 오전 7시 30분, 국립 현충원

이른 아침, 검은색 외투를 입은 민주통합당 인사들이 국립 현충원을 참배했습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갖는 첫 공식 일정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비대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 현역의원, 당직자 등 모두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렇게 절절하게 호소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민주당을 살려주십시오”

그리고 참석자들은 단체로 차가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을 향해 대선 패배를 참회하는 절을 세 번 올렸습니다.

# 같은 날 오전 9시 30분, 국회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국립 현충원 참배와 석고대죄 삼배를 마친 비대위원들은 국회에서 첫 비상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통상 위원들이 한 마디씩 공개 발언을 하고 이후에는 기자들이 나가고 비공개로 진행을 합니다. 일단 공개 회의가 시작되자,

첫 말문을 연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60년 전통 야당이라는 역사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습니다. 일체의 기득권이나 정치 생명 연연하지 않고 사즉생(死卽生: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의 유명한 어록으로 죽을 각오로 싸우면 산다는 뜻)의 비상한 각오로 임하겠습니다”라고 굳은 결의를 밝혔습니다.

이어서 박기춘 원내대표, 설훈, 김동철, 문병호, 박홍근, 배재정 비대위원 순으로 한마디씩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비대위원인 이용득 비대위원이 입을 열었습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127명의 의원들이 한마음이 돼야 한다. 오늘 아침 현충원 갔을 때 많은 의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국민들이 보기에도 민주당 대표할 만한 의원들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저는 노동운동 32년 하면서 노조에서 선거를 수 십 번 치러봤다. 정치권 선거와 노동조합 선거의 큰 차이점은 노조 선거는 올 오어 낫씽 게임이다. 참패하고 나면 그 후보군은 모두 후선으로 밀리고 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권 선거는 올 오어 낫씽 게임이 아닌 것 같다. 127명 의원은 민주당의 쇄신 요구와 참패에 대한 반성이 과연 있는 것인지 국민이 쳐다보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한 분이 또는 비대위원 몇 분이 어떻게 민주당을 쇄신할 수 있겠나. 저는 거듭 민주당 127명 의원과 모든 당직자, 지역에서 활동하고 계신 민주당 의원 여러분들이 한 마음이 돼야만 쇄신이 될 수 있다고 간곡하게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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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잘못 해석하면 당이 마음이 일치 안 되고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고 해서, 참석 못하신 분들은 연락을 잘못했거나 외국 가시거나 사정이 있어 참석을 못했을 뿐이지 민주당을 덜지  아낀다든 지 그런 것은 아니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습니다.

# 민주당 비대위원회 첫 날, 제 뇌리에 남는 건, 단체 석고대죄 삼배 그리고 이용득 비대위원의 ‘올 오어 낫씽’이었습니다. 아마 이용득 비대위원이 하고 싶은 속 말은 국회의원 뱃지를 단 민주당 의원들이 절실함이, 치열함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겁니다.

대선이 끝나고 국회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면 사무실에 있는 국회 의원들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예산결산 심사가 끝나면 사실상 1년 국회 일이 끝난 셈입니다. 그래서 밀린 해외 일정도 잡고, 또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연말 연초 지역구 주요 인사,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 인사도 다녀야 하고, 다른 행사에도 참석해야 하고 바쁘기 때문입니다.

자, ‘아침 7시 30분에 국립 현충원에 가서 석고대죄 삼배 합시다‘라고 했을 때 민주당 127명현역 의원들은 각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1. 그래 가야지.
2. 가긴 가야하는데...다른 일정이 있어서 안되겠네
3. 가면 혹시 들러리만 되는 것 아닐까
4. ???

참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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