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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민주통합당, 사즉생의 각오라지만…아직은 머나먼 혁신

[취재파일] 민주통합당, 사즉생의 각오라지만…아직은 머나먼 혁신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어제 오전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았습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비대위원들과 전현직 의원, 당직자 등 2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현충탑에 참배했습니다. 문 비대위원장은 방명록에 '사즉생의 각오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적으며 대선 패배 이후 당의 혁신을 위한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습니다.

당 비대위와 당직자들은 고 김대중 대통령 묘소로 이동하기 전 현충원 앞 도로에서 국민들을 향해 사죄의 3배를 이어갔습니다. 1배는 통곡의 심정으로 석고대죄. 2배는 왜 졌느냐에 대한 깊은 반성과 참회. 그리고 3배는 민주당이 뼈를 깎는 각오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엄숙한 다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문 비대위원장은 설명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200여명의 민주당 인사들은 무릎을 꿇고 국민들에게 엎드려 빌었습니다. 얼음장 같은 도로에 두 손을 대고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습니다.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순국선열의 영령이 깃든 국립현충원에서 그렇게 시작되는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127명의 민주당 현역의원들 중 3분의 2에 달하는 80여명의 의원들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친노 계파를 중심으로 범 기득권 인사들로 거론되는 의원들입니다. 엄숙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당직자 사이에서는 비대위 첫 공식일정에 특정계파가 참석하지 않을 것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관리형, 화합형 비대위라는 평가들이 주를 이루며 출범 첫 날부터 당 지도부의 존재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현역의원들에 대한 쓴소리들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정작 참회하고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며 꼬집기도 했습니다.

비대위 첫 회의부터 한 비대위원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용득 비대위원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아침 현충원에 갔을때 많은 의원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이 보기에도 민주당을 대표할만한 의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노동운동을 32년 하면서 노조에서 선거를 수십번 치러봤습니다. 정치권 선거와 노동조합 선거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노조 선거는 all or nothing r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참패하고 나면 그 후보군은 모두 후선으로 밀리고 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정치권 선거는 all or nothing 게임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국민은 민주당의 쇄신 요구와 참패에 대한 반성이 과연 있는 것인지 쳐다보고 있습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한분이 또는 비대위원 몇 분이 어떻게 민주당을 쇄신할 수 있겠습니까? ~ 너희들끼리 잘 하나 봐라, 이런 식의 마음이라면 민주당은 누가 해도 변화하고 발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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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의원들을 겨냥한 강도높은 비판에 회의장은 동요했고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습니다. "오늘 행사에 역대 현충원 행사 제일 많은 의원들이 참석했는데..연락 잘못했거나 외국 가시거나 사정 있어 참석 못했을 뿐이지 민주당 덜 아낀다든지 생각 하고 싶지 안 합니다."  회의 직후 한 당직자는 '회의 첫 날부터 충돌'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져 나올까하는 우려 때문에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서 당론을 정리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60년 전통 야당이라는 역사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 일체의 기득권이나 정치생명에 연연하지 않고 사즉생의 비상한 각오로 임하겠다.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수준으로 당을 혁신하겠다."는 문 비대위원장의 야심찬 일성과는 달리 비대위원의 발언을 회의현장에서 반박하고 현역 의원 감싸기에 나서는 모습은 '혁신'의 모습으로 비춰지지는 않았다는 게 당내 중론입니다. '제 살 깎아내는 자기혁신을 실천해 나갈 일꾼'이라는 비장한 임무를 부여한 비대위원들의 현역의원들을 향한 비판은 첫 회의부터 당론과 다른 개인의 의견으로 치부돼 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민주당 비대위의 갈길은 멉니다. 당장 내일부터 광주,전남과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부산 등으로 이어지는 '회초리 민생 투어'가 시작됩니다. 대선패배 이후 전국 민생현장을 돌면서 국민들에게 따끔하게 회초리를 맞겠다는 취집니다. 길게는 대선평가와 정치혁신, 전당대회 준비라는 험난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번이 민주당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말들은 비대위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단순한 수사적인 표현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변화가 절실해 보입니다. 사즉생의 각오가 국민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참회의 3배' 보다 문 위원장이 말한 대선패배에 대한 평가와 정치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의지 그리고 당심과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되는 새 지도부 선출할 수 있도록 계파가 사심을 버리고 공정한 룰협상에 임하는 자세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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