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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라진 한 남자…인수위원 사퇴 '미스터리'

[취재파일] 사라진 한 남자…인수위원 사퇴 '미스터리'
"홀연히, 한 남자가 사라졌습니다. 얼마 전 눈물이 맺힌 충혈된 눈으로 거리를  걸어 가던 이 남자를 어떤 사람은 봤다고 합니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내가 책임 지기로 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주변에 남겼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살던 집에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걸고 받던 휴대전화도 꺼버렸습니다.

한창 기운에 넘쳐 열정적이던 남자였습니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었던 일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고마운 기회를 얻어 벅차하던 그였습니다. 그런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최대석 인수위원이 자진 사퇴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자신 사퇴 의사를 받고 수용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일신상의 이유. 이것이 인수위가 밝힌 내용의 전부입니다.

인수위원이라는 자리를 인수위원회에 딱 24석 밖에 없습니다. 법률상으로 24명 이내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어, 박근혜 당선인이 딱 그 만큼만 임명을 했습니다.

정책 분야 별로 얼마나 유능하고 명망 높은 사람들이 많겠습니까, 그 중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생각을 잘 알고 있고 또 유능하다고 해 엄선된 인수위원입니다. 특히 최대석 인수위원은 이화여자대학교 통일원 연구원장으로 지난 2007년 경선 때부터 박 당선인의 통일 정책에 깊이 관여해 왔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씽크탱크라고 불리는 국가미래연구원에서 몸 담고 있습니다. 대북정책 성향은 온건파로, 박 당선인에게 대화는 필요하다, 인권을 위한 지원은 지속돼야한다는 생각을 꾸준히 심어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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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가 인수위원으로 임명됐을 때 정치권의 많은 사람들은 '차기 통일부 장관 후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자진 사퇴를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 하는 겁니다.  인수위 관련자들이 그의 사퇴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가에서는 온갖 소문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의 가족관련 이야기들입니다. '재벌가의 딸인 최 전 위원의 부인이 재산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아들의 병역문제와 국적과 관련해 문제가 생겼다' 등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들은 현재 인수위원의 그의 위치에 영향을 주거나 현 업무를 하는데 지장을 줄 만한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수위원으로서 맡은 일을 충실히 하고 나중에 장관직을 권유받게 됐을 때 본인이 스스로 고사하면 될 일입니다.

두번째는 건강상 이유입니다. 최근 과로를 해 매우 피곤해 보였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른 추정입니다. 그런데 건강상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 건강상 이유라고 인수위 대변인이 밝혀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서 일을 못하겠다고 하는데 어느 국민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세번째는 인수위 업무와 관련한 것들입니다. 우선 대북 정책을 놓고 강경파와 최근 내부 갈등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이 또한, 얼마나 갈등을 빚었다고 중도에 사퇴까지 하겠나 싶습니다. 오히려 더욱 남아서 자신의 논리로 설득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 말입니다.

또 하나는 보안사항을 유출해 해임됐다는 설입니다.  철통보안을 중시하는 박근혜 당선인이 외교안보 관련 정책을 유출한 사람으로 지목해 해임시켰다는 이야깁니다. 최대석 인수위원은 자신이 직접 유출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분과 인수위원이니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소문입니다.  이 또한 소문입니다.

사퇴 발표 하루가 지난 오늘도 인수위는 윤창중 대변인을 통해 "일신상의 이유여서 더 이상 추가적으로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도리"라며 그 이상의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또 '인수위가 구체적인 설명을 안하니 추측성 기사가 쏟아진다'고 기자들이 지적하자 "인사 때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피해를 받는다. 가급적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습니다.

인수위원이 돌연히 잠적해 버렸는데, 그 이유를 정정당당히 밝히지 않고 '보호해 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로 부터 누구를 보호해 준다는 말입니까? 또 누가 보호해 준다는 말입니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박근혜 당선인의 사적인 씽크탱크도 아니고, 어느 정당의 선거대책위원회도 아닙니다. 새누리당 선대위에서 위원장이 돌연 잠적을 했다고 칩시다. 차라리 이 사안은 이유를 국민들에게 말하지 않아도, 억측이 난무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의 취재로 알아낼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인수위원은 공직에 준하는 자리입니다. 그렇다면 인수위원이 돌연 사라졌을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인수위 스스로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소문 중 하나인 정책 상 대립의 문제라면 더더욱 국민들이 알아야 합니다.

지금도 인수위원회 측 인사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기자들이 일신상의 이유라면 그런지 알지, 왜 이렇게 기사를 추측해서 써대나' 그러나 인수위원의 사퇴라는 엄중한 사실을 '일신상 이유'로 알고만 있으라며 '미스터리'로 만든 건 인수위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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