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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中 악명 높은 교통 문화 바꿔보자…벌써 '용두사미'(?)

[취재파일] 中 악명 높은 교통 문화 바꿔보자…벌써 '용두사미'(?)
새해가 되면 새해 다짐을 하는 분들이 많듯이 정부도 올해는 뭘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거나 이미 세운 정책을 새해 첫날을 기점으로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 정부는 올 1월 1일을 맞아 중국의 이미지를 대표적으로 실추시켜온 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교통법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저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직접 차를 몰고 집에서 1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사무실까지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너무나도 빈번하게 또 태연하게 일어나는 끼어들기, 난폭 운전, 신호 위반, 보행자의 무단 횡단 등에 기겁을 한 경험이 많습니다.

교통 무질서에 관한한 중국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데, 지난해 2백만건의 교통 사고로 6만 2천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중국의 인구가 13억 5천만명 정도라고 해도 참 많은 사람들이 교통 사고로 목숨을 잃은 셈입니다.

중국 공안(경찰)이 올해부터는 이런 후진적인 교통 문화를 개선해보자며, 1월 1일부터 단속과 처벌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대표적인게 교통 신호 위반시 이전의 2배인 6점의 벌점이 부과되도록 처벌을 대폭 강화했는데, 중국에서는 벌점이 12점이 되면 면허가 바로 취소됩니다.

신호 위반 벌점이 6점이니까 두번만 위반하면 바로 운전대를 잡을 수 없게된 건데요.

면허가 취소되면 교육기관에서 7일 동안 재교육을 받야야 하고, 다시 운전 면허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을수 있기 때문에 취소되면 재발급까지 상당한 번거로움을 각오해야 합니다.

신호 위반외에 안전띠 미착용 등을 포함해 벌점 부과 대상도 기존의 38개 항목에서 52개로 늘어났습니다. 중국 언론매체들이 "가장 엄격한 교통법"이 시행에 돌입했다고 일제히 쓸 정도로 처벌 강도가 아주 셉니다.

그런데 이처럼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뒤따름에도 시행 열흘 정도가 지난 요즘 중국의 도로 상황을 보면 과거와 별반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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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 당국이 강화된 교통 법규가 적용된 지난 1일 첫날 하루 동안의 교통사고율이 급감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는데요.

베이징과 텐진, 난징 등 중국내 5개 도시의 교통사고율이 적게는 9% 정도에서 많게는 30% 가까이 줄었다고 발표했는데, 알고 보니 비교 시점이 올해 1월 1일과 작년 1월 1일, 동기간을 비교한게 아니라 올 1월 1일과 작년 12월 31일의 수치를 비교한 것이었습니다.

중국에서 매년 1월 1일은 원단(元旦)이라고 해서 휴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평일인 12월 31일 보다는 출퇴근 차량이 적습니다. 운행 차량이 주니 그 만큼 사고가 날 확률도 적었던 거죠. 그럼에도 강력한 교통 법규가 시행되면서 사고가 줄어든 것처럼 수치를 발표했다가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된 겁니다.

이후 공안 당국은 1일 이후의 교통사고율 조사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 강화된 처벌 규정에 대해 시민들은 중국의 교통 문화가 '이래서는 안된다'는데는 다들 공감하면서도 예상대로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습니다.

특히 택시 기사들은 하나 같이 신호 위반 2번이면 면허 취소로 처벌이 강화되자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데 신호 위반 두 번에 면허 취소는 너무 가혹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자가용 운전자들도 "처벌을 강화한다고 하루 아침에 그동안의 나쁜 운전 습관, 보행 습관이 변하겠느냐"하면서 유예기간이나 계도기간을 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만과 단속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게 제기되자 중국 공안도 여론을 반영하겠다며 일부 조항의 경우 처벌보다는 훈계조치하기로 한발 물러섰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속하지 않는 황색 신호등 위반을 중국에서는 엄격하게 단속하겠다고 중국 공안이 밝혔다가, 강한 반발에 부딪쳐 처벌 대신 계도로 방향을 급선회한 건데요. 황색 신호등이 켜졌다고 해서 바로 정지할 경우 오히려 추돌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수용한 것입니다.

여론 수렴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연초 교통 문화 개선을 강력히 추진하려던 당국의 캠페인은 급속히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외친지 불과 10여일만에 이번에도 역시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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