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처가 이처럼 공약 뒷받침에 난색을 표명한 데 대해 박근혜 당선인이 '불편한 마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적극적인 의지 갖고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게 아니라 관행에 기대어 문제를 그대로 유지해 가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 불편함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모든 문제를 국민의 입장에서, 내 자식의 경우 부모의 경우라면 어떻게 풀 것인가하는 관점에서, 문제를 살피고 해법을 찾아달라고 인수위원들에게 주문했다. 또 정부 기관들도 이 부분을 새겨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부처들이 난색을 표한 이유 중 하나가 예산, 즉 '돈' 문제 때문이고 보면 비판과 다그침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과 정책 실효성 등을 놓고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수위의 조정능력과 추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 시험대① 복지 공약
재원 문제로 난관에 봉착한 공약은 연금과 의료복지 분야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당선인측은 연금, 의료, 빈곤구제 등 복지 공약을 위해 5년간 28조3천억원이 필요하다고 공약집에 담았지만 보건복지부는 연금과 의료 분야에만 연간 10조원 (5년간 50조원)이 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9만7천원 가량이 지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 대신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 공약이 도마에 올랐다.
박근혜 당선인 측이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의 재정을 통합해 기초연금 부족분을 국민연금 재정에서 일부 충당하는 내용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젊은 세대가 노후 안정용으로 낸 연금을 현재 노년층을 위해 미리 당겨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 시험대② 군 복무 단축 공약
군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는 공약도 국방부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여당 내에서도 심재철 최고위원이 공약 재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복무기간을 당장 18개월로 줄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 평균 2만7천명이 부족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사관 3만명을 증원하면 간부숙소까지 포함해 예산이 1조원 이상 필요하다는 것이 국방부의 주장이다.
사실 군 복무기간 18개월 단축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측이 먼저 제시했던 공약으로,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장수 전 의원은 당시 문 후보가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발표하자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시험대③ 전세 공약
'목돈 안드는 전세' 공약은 발표 당시부터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사안이다. 이 공약은 전세금이 모자라 힘들어 하는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대신 그 이자를 내는 방식이다.
박 당선인은 집주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집주인에게 이자상당액(4%)만큼 면세혜택을 주고 전세보증금 대출이자에 대해서도 40% 소득공제를 인정하는 등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양도소득세와 재산세 등의 인센티브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 시험대④ 기타 공약
핵심공약인 '검찰개혁'도 저항에 부딪힌 모습이다. 박 당선인은 이미 대검 중수부 폐지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은 폐지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지휘기능만 갖는 중수부 존치, 폐지시 일선지검으로 수사기능 이전 등 절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분야에서도 중학교 과정에서 한 학기 동안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유학기제와 교과서 범위를 넘어서는 시험문제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선행학습 금지 공약에 대해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 공약은 '목표' 아닌 '수단'
타성에 젖어 관행대로만 일처리를 하려는 부처들이 있다면 이는 바로 잡아야 한다. 이는 당선인 공약 실천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공직 사회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하던대로만 일을 해서는 발전이 없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한 일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해도 완벽한 것이란 세상에 없다. 문제가 있다면 입안 단계에서 혹은 실행 단계에서 보완하고 수정하면 된다. 목표는 공약 실천을 통해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것이지 '공약 그 자체'가 돼선 안된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 실천 가능한 것들만 골라 공약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약속 실천과 신뢰를 중시하는 박 당선인인 만큼 상당수 공약이 그렇게 실천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자칫 약속을 지키는데만 매몰돼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일까지 밀어붙여선 안된다. 공약은 국민행복으로 가기 위한 실천방안이자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