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법관제'란 법원장으로 근무한 판사가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지 않고, 고등법원 판사로 돌아와서 65세까지 근무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지금까지는 법원장에서 더 승진을 못하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긴 거죠. 보통 지방법원의 부장 쯤 근무하다 그만두고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엊그제까지 함께 근무하며 선배로 모시다가 변호사로 들어온 부장판사를 후배들이 매몰차게 대하기가 쉽겠습니까? 그래서 법원이 연수원 기수 중심의 서열문화를 깨고, 전관예우를 막아보겠다며 도입했습니다. 법관 근무 기간을 늘려놓으면 그런 폐해가 좀 줄지 않겠느냐는 셈범이 담긴 거죠.
그럼, 평생법관제와 이번 줄사표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기사의 핵심은 평생법관제 때문에 정년까지 재판을 해야하는 부담이 사표를 결심하게 했다는 겁니다.(엥? 재판을 하지 않는 판사도 있나? 싶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예 맞습니다. 법원장들은 재판을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평생법관제 때문에 사직했다는 말은, "법원장으로 대우받으며 지내다가 복귀해서 다시 재판을 하려니 자존심도 상하고, 힘도 들어서 그만둔다"는 말과 같은 겁니다.
이번 줄사표 사건의 이유는, 갈수록 더 치열해지는 변호사 시장과 오히려 관련이 깊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더 이상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군이 아닌 겁니다. 사법고시 출신 숫자가 많아지면서 변호사 수가 늘고, 거기에 로스쿨 출신들까지 더해지면서 변호사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공급이 많아지면 당연히 가격이 떨어지지요. 변호사 자격증만 가지면 대접받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어차피 계속 나빠질 환경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나가서 개업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겁니다. 평생법관제와는 상관없이 말이죠. 적어도 현장에서 느끼는 여러 판사들의 생각은 그렇더군요.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도입된 평생법관제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면 정확한 사례를 가지고 해야합니다. 이번 '줄사표' 사건을 가지고 평생법관제의 영향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대등재판부 문제가 영향을 끼쳤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절대적이지는 않은듯 합니다. 거 참.. 대등재판부는 또 뭐냐고요? 복잡하시죠? 이 건 따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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