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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봐 드릴게요" 안구 후비고 돈 '슬쩍'

안과의사 가장해 택시기사 상대 절도

"눈 봐 드릴게요" 안구 후비고 돈 '슬쩍'
지난해 11월 15일 저녁, 택시 운전기사 65살 박 모 씨는 평소처럼 손님을 태우고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친근한 어투로 말을 걸기 시작한 손님.

자신이 안과 의사인데, 기사님 눈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인다는 말이었습니다.

친절하게도 이 손님은 눈을 한 번 봐주겠다며 차를 세워보라고 했고, 박 씨도 별 의심 없이 차를 멈췄습니다.

박 씨의 눈에 휴대전화 손전등을 비춰가며 이리저리 한참 동안을 살펴보는 손님.

눈꺼풀도 잡아당기고, 안구를 후벼 눈물이 나게도 하고, 심지어 혀까지 잡아당기는 등 평소 안과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해괴한 검사가 이어졌습니다.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안과 의사에게 공짜 검사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참고 견딘 박 씨.

하지만 검사의 대가는 컸습니다.

손님이 내리고 난 뒤 콘솔박스 안에 있던 16만 원이 없어졌던 겁니다.

박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한 달 뒤 안과의사 사칭 절도범 36살 염 모 씨가 붙잡혔습니다.

경찰 수사결과 염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2달 동안 서울과 대전, 대구를 돌아다니며 택시기사 31명에게 2천2백만 원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이가 많은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만 골라 타고서는 안과의사인 자신이 직접 검사를 해주겠다며 기사의 눈을 만져 시선을 분산시킨 뒤, 택시 기사가 돈을 주로 보관하는 콘솔박스를 몰래 열어 슬쩍 돈을 꺼내 가는 수법이었습니다.

염 씨는 금은방에서도 전자시계를 수리 맡기면서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진열대에 있는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염 씨는 지난 6일 경찰에 구속돼 철창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도 염 씨가 진짜 안과의사인 줄 알고 신고하지 않은 기사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범행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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