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점령군이었다. 부처별 업무보고는 정권 말 이런 저런 실책이 드러난 정부가 호되게 야단 맞는 자리였다. 국민은 인수위에서 나오는 정부 개편 소식이나 정책은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였고 취재 경쟁은 치열했다. 물론 국민의 관심도 컸다.
◈ 박근혜식 소통 키워드, '조용한 행보'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대선 후 행보는 전임자들과의 그것과 뚜렷이 구분된다. 대선 직후에도 박 당선인은 꼭 필요한 행사가 아니면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당선 바로 다음날 아침, 일정을 5년 전 이명박 당선인 때와 비교하면 차이점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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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당선인 일정 (2012년 12월 20일 )
-09:00 국립 현충원 참배 (동작구 국립현충원)
-10:00 대국민 당선 인사 (당사 기자실)
-14:30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당사 2층 강당)
▶ 이명박 당선인 일정 (2007년 12월 20일)
-08:00 국립 현충원 참배 (동작구 국립현충원)
-10:00 프레스센터 내외신 기자회견 (프레스센터 20층)
-11:10 선대위 해단식 (한나라당 염창동 당사)
-13:30 주한 미국 대사 면담 (여의도 당사)
-14:00 주한 일본 대사 면담 (여의도 당사)
-18:00 선대위원 만찬 (경기도 여주 홍천화로) * 잠정
-21:35 부시 통화(안국포럼) * 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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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인은 선대위 해단식을 마친 뒤 곧바로 자택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도 자택에 머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게 전부였다. 외부 일정은 없었다. 박 당선인의 다음 행보는 뭘까하는 국민적 관심이 큰 상황에서 당선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언론들은 의아해 했다. 일부에서는 '여왕님 뵙기 힘들다', '공주 아니랄까봐 저런다'라는 식의 비아냥까지 나왔다.
보안을 강조하는 박근혜 당선인 특유의 스타일이 이후 인수위원회 인선 등과 맞물리면서 박 당선인 특유의 '조용한 행보'는 '불통'으로 인식됐다. 여기에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밀봉 서류' 사건과 '보안이 중요하다'는 발언이 설상가상으로 더해졌고 박 당선인과 주변 사람들의 소통 방식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 "'조용한 행보' 패자에 대한 예의"
이런 세간의 비판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측 핵심관계자는 '오해'라며 답답해했다. 그는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선거가 끝난 뒤에는 늘 외부 활동을 자제해 왔다고 말했다. 어떤 선거든 승리한 쪽이 있으면 진 쪽이 있게 마련이고 박 당선인의 '조용한 행보'는 바로 '진 쪽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고 설명했다.
선거란 이긴 쪽이 모든 걸 차지하는 "All Or Nothing"의 게임이 아니라 이긴 쪽이 진 쪽의 국민까지 모두 끌어안아야만 성공할 수 있는 '통합의 미학'인 만큼 당선인으로서 할 일은 하되 조용하게 진행하는 것이 상대 후보와 그를 선택했던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 "2007년 승자보다 2012년 패자 표가 더 많았다"
특히나 이번 대선은 더더욱 그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역대 대선에서 가장 큰 표차인 530만표 차이로 이긴 5년전 이명박 대통령보다 이번 선거에서 진 문재인 후보가 더 많은 표를 받았던 것을 아느냐고 물었다. 따져 보니 18대 대선에서 진 문재인 후보가 14,692,632표, 17대 대선에서 이긴 이명박 대통령이 11,492,389표로 문 후보의 표가 3,200,243표 더 많았다.
그는 박 당선인이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48%의 국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더더욱 떠들썩한 행보를 피하려 했다고 말했다. 당선인 뿐 아니라 측근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일부에서 자신들끼리 모여 밥이라도 먹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측근들이 모여 앉은 자리가 행여 언론에 노출되면 좋지 않게 비쳐질 것이라고 생각해 자제했다고 말했다.
◈ '오해'와 '이해' 사이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에서 일하는 스타일도 전임자들과는 달랐다. 뭔가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거나 새로운 정책은 내지 않았다. 새 정부가 할 일은 선거 때 당선인이 약속했던 공약으로 집약됐다. 공약 제시 단계부터 실행 가능성을 철저히 따졌다며 100% 이행을 다짐했다. 대신 인수위 단계에서 설익은 정책은 내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정권을 재창출한 영향도 있겠지만 현 정부의 업무를 인수인계 받아,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챙기는 실무적인 일에 주력하도록 했다. 또 공약 이행을 준비하고 여기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했다. 정부 조직 개편과 같은 작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뭔가 왁자지껄한 걸 기대했던 사람들은 (언론들도 포함해서) 새로운 게 없다며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당선 후 '조용한 행보'와 '실무적 인수위' 모두 보여주기식 정치나 정책을 지양하고 실행과 성과 위주에 목표를 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앞서 살펴본 이런 저런 점들을 복기할 때 박근혜 당선인의 행보와 인수위 활동 등에 대해 기존의 시각과 달리 볼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어떤 행동이 반드시 누군가의 설명을 거쳐야 '이해'될 수 있다면, 달리 말해 다수에게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면 이는 '소통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진심'이라 해도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은 서로에게 상처와 불신을 키울 뿐이다. 특히나 그것이 지도자와 국민의 관계라면 이는 국가적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측 관계자가 말한 진심이 정말 진심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언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보완해야할 점은 무엇이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박근혜식 소통 따라잡기②-보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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