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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람 빚 없는' 박근혜, 내각 인선은 어떻게?

[취재파일] '사람 빚 없는' 박근혜, 내각 인선은 어떻게?
박근혜 당선인의 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첫 주가 지나갑니다.

앞서 발표했던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진 영 부위원장, 그리고 인수위원 24명의 명단이 발표되자,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당선인이 중용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전에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한 인사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박근혜 후보는 사람 빚을 지지 않는다.  선거 때 도와 달라면서 당선되면 이러 이러한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2007년 경선 때도 손해를 많이 봤다. 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이 MB 캠프로 갔다. 우선 대통령이 되고 봐야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또 이런 말을 하는 친박 인사도 있었습니다. "나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해도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아마도 차가우리만치, 우리에게 어떤 자리를 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 아마 그런 걸 기대하고 친박계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중에 상처 받을 수도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첫 인사권 행사라 볼 수 있는 인수위를 꾸리는 데 있어서 이 말들은 유효했습니다.  인수위원으로 임명된 국회의원들은 총 5명이었는데,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류성걸 의원, 중소기업청장 출신의 이헌재 의원, 그리고 국민행복추진단에서 여성관련 대선공약을 총괄한 김현숙 의원, 전체 대선 공약을 조율하는 실무 중에선 막중한 역할을 담당했던 안종범 의원과 강석훈 의원, 두 사람다 경제학 교수 출신입니다.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했겠지만, 인수위에 포함된 인물은 정책 전문가로 공천을 받은 초선의원들 뿐이었습니다. 선거판에 잔뼈가 굵고, 풍랑이 치는 선거전에서 피 말리는 싸움을 한 전사들은 아무도 인수위원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인수위원 발표 전에 박 당선인 측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그야말로 정부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실무에만 치중하는 인수위가 될 것이라는 사인을 여러 창구로 내보냈습니다. 박 당선인도 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조용한 인수위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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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수위원 명단 발표가 임박했을 즈음, 그리고 발표가 있고 나서,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많은 재선 이상 의원들의 '서운함'은 말을 안해도 행간으로, 표정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기 위한 자리일 뿐이라면서도 '인수위원'으로 첫 출발부터 낙점된 분들은 매우 상기됐습니다.

나머지 인수위원들을 보면 교수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총괄 간사격이 국정기획조정분과의 유민봉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인 옥동석 인천대 교수,  정무 분과에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 장훈 중앙대 교수, 외교국방통일분과에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경제 1분과에 홍기택 중앙대 교수, 법질서사회안전분과에 이혜진 동아대 로스쿨 교수, 이 분과 위원인 이승종 서울행정대학원 교수 등입니다.

교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교수들은 행정가나 현장 전문직에 비해 현장 경험이 적어 탁상공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 대해서 박근혜 당선인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은 교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교수라고 해서 다 똑똑한 것도 아니다. 박 당선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인수위 과정에서 또 옥석이 가려지고 하지 않겠는가"
단지 정부에서 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뿐이라는 냉혹함이 내비쳐졌습니다.

인수위원으로 합류한 교수진들을 보면, 일반 국민들에겐 낯선 이름들이 많지만, 알고 보면, 오랫동안 박 당선인에게 정책 제안을 하고 논의를 해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 2010년 겨울, 그토록 '박근혜 씽크탱크'라고 불리는 것을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했던 김광두 서강대 교수가 주축이 되어 발족시킨 국가미래 연구원이 있습니다. 여기 회원으로 가입한 교수들 가운데 이번 인수위원이 된 분들이 있습니다.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 홍기택 중앙대 교수, 서승환 연세대 교수,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 안종범 의원,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입니다.

이 국가미래 연구원을 본인들이 부인하는데도 기자들이 극구 '박근혜 씽크탱크'라고 이름지은 것은 우선 김광두 교수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 공약을 만든 장본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이 분야별 전문가들을 조직하고 있고, 발기인으로 박근혜 당시 의원도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인수위원으로 낙점된 미래연구원 회원 교수들은 단지 2010년부터 정책 자문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전 부터로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5년간 대세론을 유지했던 박근혜 당선인에게 각종 정책들에 대한 제안서가 쏟아졌습니다. 또 박 당선인도 스스로 그런 정책들을 공부하고 서로 논의하면서 체득하는 것을 즐겨했습니다.  추정컨데 이번에 인수위원에 임명된 교수 들은 그 수많은 교수 그룹 중에서 박 당선인이 보기에 '괜찮다'고 눈여겨 보았던 분들일 겁니다.

이제 국무총리와 장관, 청와대 인선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 동안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겠다는 공약을 했습니다. 이른바 '책임총리'를 공약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총리로 누구를 지명할 것인지 관심이 높습니다. 대통합을 영호남의 통합으로 봤을 때는 '호남 총리론'이 급 부상했고, 또 '민생'을 강조해서 보면 '경제 총리론'이 부상합니다. 또 보수-진보 통합 쪽으로 보면 '야권 총리론'이, '여성 총리론' 이 나오기도 합니다.

또 장관직을 놓고도 여러 추정들이 나옵니다. 특히 인수위원에 한명도 들지 못한 친박계 중진 의원들의 거취가 관심거립니다. 당 내에서는  "내각에는 경험있는 모 의원과 모 의원을 쓸 것이다. 정권이 초기에 추진력을 가지려면 박 당선인의 정신을 잘 아는 사람이 정책을 해야한다. 그 사람들이 박근혜의 소중한 인적 자원인데..."하는 말도 나오고 "이번에 인수위원 인사하는 것 봐라, 기대하지 마라"는 말도 나옵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본인의 소신을 지켜 '사람 빚'을 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들고, 자리를 가지고 선심을 쓰는 것이 국정운영의 뿌리를 좀먹는다고 생각해서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박 당선인의 새 정부 인선 구상에 더욱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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