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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고뭉치 의정부경전철…왜 미끄러지나 봤더니

[취재파일] 사고뭉치 의정부경전철…왜 미끄러지나 봤더니

박세용 기자 chatmzl@sbs.co.kr

작성 2013.01.10 09: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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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사고뭉치 의정부경전철…왜 미끄러지나 봤더니
의정부 경전철이 미끄러지는 건 신공에 가깝습니다. 걸핏하면, 툭하면, 쭈~욱 미끄러집니다. 승강장 정 위치에서 45cm 이상 미끄러져 나가면, 운행 중인 무인 열차가 모두 멈춥니다. 자동 중단입니다.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시스템입니다. 기관사가 있었다면 슬금슬금 후진해 승객을 안전하게 내려줬겠지만, 그게 안 되나 봅니다. 무인 첨단 시스템의 취약점 같습니다. 의정부 경전철은 이번 겨울에만 5번을 이렇게 쭉 쭉 미끄러졌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경전철 차량기지를 찾아가 열차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앗, 고무 타이어가 달려 있습니다. 경전철을 타보지 않은 저로선 몰랐던, 단순한 사실입니다. 그럼 선로는? 타이어가 달릴 수 있도록 시멘트로 돼 있습니다. 열차 1량에는 대형 고무 타이어가 4개, 2량이 붙어서 달리니까, 타이어가 총 8개 굴러갑니다. 눈 오면 스노우타이어로 교체? 물론 못 합니다. 타이어를 미쉐린에서 전량 수입하는데, 규격에 맞는 스노우타이어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눈 온다고 해서, 승용차처럼 그때그때 체인을 끼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시멘트 위를 달리는 고무 타이어 경전철. 나름 괜찮습니다. 의정부는 모두 지상 구간이어서, 철제 바퀴보다 소음이 비교적 적습니다. 인구가 밀집한 도심을 관통하니까, 고무바퀴 장점이 그런 겁니다. 철제 바퀴 경전철보다 회전 반경도 작습니다. 노선을 요리조리 휘어지도록 설계하기 쉽습니다. 근데 겨울에는 눈에는 젬병입니다. 아차, 하면 미끄러집니다. 철제 바퀴는 선로에 닿는 단면적이 타이어보다 훨씬 좁고, 그만큼 바퀴-선로에 큰 하중이 실리기 때문에, 얼음이 얼어도 그걸 깨면서 나갑니다. 김해-부산 경전철이 그렇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미끄러지지는 않습니다. 의정부 경전철 타이어는 폭만 20cm가 훨씬 넘습니다.

겨울에 경전철이 ‘눈썰매’가 될 수도 있다는 거, 다 아는 사실입니다. 사업을 추진한 GS건설 측도 잘 압니다. 그래서 얼음을 녹일 수 있는 ‘열선’을 깔아놓습니다. 시멘트 선로 5cm 깊이에 2가닥 매립돼 있습니다. 눈이 오기 전 열선을 켜면, 선로 표면이 상온으로 유지돼 내리는 눈이 녹습니다. 물론 이론적으로요. 실제는? 못 녹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5번 미끄러져 운행 중단된 거고요. 열선 시공을 제대로 안 했든지, 시공은 제대로 했는데, 운용을 잘 못 한다든지,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경전철 측은 후자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열선 자체는 똑바로 깔려 있는데, 다른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열차가 미끄러진 날, 날씨가 자연 재해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시멘트 선로의 열선은 영하 3도, 시간당 적설량 1cm, 하루 적설량 25cm를 감당하도록 설계 시공돼 있는데, 이 설계 기준을 벗어나 폭설이 쏟아진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설계 온도가 영하 3도이긴 하지만, 영하 11도까지는 눈을 녹일 수 있다고 경전철 측은 설명했습니다. ‘영하 3도’는 의정부 근처인 동두천 날씨를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했습니다. 열차를 도입할 때 의정부 기상대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날씨는 분명히 견딜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운용 노하우입니다. 열선은 기본적으로 자동으로 켜집니다. 온도가 영상 4도, 습도가 80%면 열이 올라갑니다. 습도 80%면 눈 오기 직전입니다. 문제는 그때 열선이 자동으로 켜져 봐야, 얼음을 녹이는데 역부족이라는 겁니다. 자동 작동이 그래서 무의미합니다. 열선의 열이 시멘트 선로 표면으로 전달되는데 몇 시간이 걸리는데, 얼음을 녹일 수가 없겠죠. 게다가 의정부가 좀 춥나요. 눈 오는 족족 녹지 않고 쌓이기 쉬운 곳입니다. 그럼 영상 4도, 습도 80% 기준을 누가 만들었을까요. 물어보니까, 열차 공급업체인 지멘스 기준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열차 운행에 별 탈이 없는데, 의정부에는 예상치 못한 눈이 왔다면서 곤혹스러워했습니다.

열선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걸 기다릴 수 없으니까, 지금은 당직자들이 수동으로 이걸 켜고 있습니다. 경전철 관제실에 들어가서 보니까, 열선을 켜는 열쇠 3개가 꽂혀 있는 게 보였습니다. 구간 별로 열선을 켜는 장치인데, 그날 당직자가 일기예보를 보고 열선을 켜야겠다 싶으면 켜는 겁니다. 근데 이 수동 작동에는 기준이 없습니다. 기온도, 습도도, 가동 시간도 그때그때 다릅니다. 이번 겨울에는 눈이 와서 선로가 얼 것 같으면, 대략 2~3시간 전에 열선을 켰다고 합니다. 근데 열차가 5번, 45cm 이상 미끄러졌습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 2~3시간 전에 켜서는 안 되는 것 같다, 6~7시간 전에는 가동하는 걸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고 있습니다.

경전철 사업자는 지멘스에서 열차와 선로만 들여오고, 시스템을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 그 노하우를 모두 넘겨받지 못했습니다. 열차가 미끄러지고 나서야, 실제 승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나서야, 열선을 6~7시간 전에 켜야 되는구나,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걸 왜 진작 지멘스에서 배우지 않았냐고 물으니, 자문료를 줘야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예산 때문이었나 봅니다. 개통 전 시험주행 때는 한파에 눈이 쏟아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실제 승객을 태우면서 가동법을 배우게 된 어처구니없는 상황. 의정부 시민들이, 우리가 시험 대상이냐? 고 볼멘소리를 할 만합니다. 경기도 광명과 충남 천안도 의정부처럼 지상 구간을 달리는 고무바퀴 경전철을 도입할 계획인데, 사고뭉치란 오명을 쓴 의정부 경전철 보고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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