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민주당 선거 패배의 늪에서 헤매다

[취재파일] 민주당 선거 패배의 늪에서 헤매다
대선이 끝난 지 어느 덧 한 달이 돼 가고 있습니다. 대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에서는 정권 인수 작업이 차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은 아직 선거 패배의 늪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늪이란 요란스럽게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빠져 든다고 하는데 왠지 민주당이 지금 그런 모습이 아닌 가 싶습니다.

내일(9일)이면 민주당이 당무위원들과 국회의원들이 전부 모여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입니다. 아마 민주당을 지지 또는 기대하는 시민들은 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아름답게’ 추대해서 대선 뿐 아니라 총선도 포함한 2012년 선거 패배의 원인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대할 겁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당을 수습 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외부 인사 쪽은 일찌감치 접었습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이렇게 얘기 하더군요. 새누리 당은 외부 인사를 초빙해 당을 새롭게 할 수 있지만 민주당은 안 된다고요. 새누리 진영 외부 인사는 자기 맡은 일만 하고 다시 돌아가지만 민주당 진영 외부 인사들은 과거 경험상 당에 들어오면 또 다른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과거의 그런 ‘아픈’ 경험 때문에 다들 외부 인사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오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면서 반대한다는 겁니다.

자, 그렇다면 당내 인사 중에서 당을 잘 수습할 인물을 뽑아야 하는데 문제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현재 비대위원장은 2-3달 동안 대선 패배를 평가하고 전당대회를 잘 준비,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바로 중요한 점은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 대회를 관리한다는 대목입니다. 누가 차기 당권을 뽑는 룰을 관리하느냐를 놓고 각 계파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런 당내 분위기를 "‘선당 후사’ 해야 하는데 사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을 보면, 주류에서는 원혜영 의원, 비주류에서는 이종걸, 김영환 의원, 중도에서는 박병석, 이석현, 이낙연 의원, 원로그룹에서는 정대철 의원, 486과 초 재선그룹에서는 박영선 의원입니다. (그런데 초선 그룹 내에서 또 다시 박영선 의원에 대한 찬반이 분분합니다.) 각 그룹마다 당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 사람이 되면 당이 큰일 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쪽 사람이 나서서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고 합니다. 점점 아름다운 추대는 멀어지고 급기야 여러 비대위원장 후보가 출마해 ‘경선’을 치러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도 다들 ‘추대’ 형식으로 비대위원장을 결정해야지 ‘경선’ 형식으로 뽑으면 국민이 크게 실망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들 있습니다.

자, 다시 늪으로 돌아가 볼까요. 늪에 빠져 있습니다. 다들 차분히 있으면 곧 몸이 뜨고 살 수 있으니 서로 가만히 좀 있으라고 하면서 각자 늪을 빠져 나가겠다고 발버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늪 밖의 사람이 던져주는 밧줄은 다들 싫다고 합니다. 과연 민주당은 늪에서 잘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누군가 늪 밖에 있는 사람이 밧줄을 던져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