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에서 작금에 흘러나오는 얘기를 보면 이미 '2차 재정절벽(fiscal cliff)' 싸움이 시작된 듯하다.
1차 재정전쟁(fiscal war)이 주로 고소득층 소득세 인상에 관한 것이었다면 2차 재정전쟁은 부유층 추가 증세, 연방지출 삭감, 국가부채 한도 증액, 정부 임시예산안 처리를 놓고 치르게 된다.
지출 삭감과 부채 한도 증액은 오는 2월 말로, 임시예산안은 3월 27일로 적용 시한이 끝나므로 늦어도 두세 달 안에 백악관ㆍ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이 합의를 봐야 한다.
의회 조치가 없으면 재무부 재량의 비상조치(2개월 2천억 달러)로 겨우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를 면한 미국은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다.
부채 한도는 지난달 31일로 법정 한도(16조4천억 달러)를 넘은 상태로, 다음 달 말까지 증액이 안 되면 국제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및 세계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또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연방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수십만 공무원의 강제 무급휴가, 유독성 폐기물처리장 등 주요 시설의 가동 중지, 여권발급 중단, 국립공원ㆍ박물관 서비스 축소, 국세청 세금환급업무 중단 등 정부 폐쇄 조치가 불가피하다.
빌 클린턴 전임 행정부와 공화당의 대립으로 지난 1995년 11월 중순부터 한 달가량 정부가 문을 닫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ㆍ공화 양당의 지도자들이 최근 주요 언론매체 인터뷰 등에서 행한 발언은 2차 재정싸움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즉 이런 사전 경고는 지난 1일 극적으로 봉합된 1차 위기 때보다 더욱 보혁 이념과 당리당략에 얽매인 공방이 격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백악관은 곧 시작할 2차 재정절벽 협상에서 균형예산 달성을 위한 정부지출 삭감과 부채 한도 증액 등을 일괄처리(그랜드바겐)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
그랜드바겐으로 1차 타결안에 빠진 부유층의 세금 공제 축소와 예산 절감을 이끌어내 정부수입을 추가로 늘리고 디폴트 사태도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백악관은 과다 공제ㆍ특혜 등 `탈세 구멍'을 막기 위한 포괄적인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수혜 연령 상향조정 등 방식으로 사회보장성 예산도 일부 줄일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화당이 백악관의 부유층 추가 증세와 정부지출 삭감 세부안을 수용할 것이냐와 민주당이 당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 혜택 축소 손질에 동의할 것이냐에 달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1차 타결안은 광범위한 연방적자 절감 노력의 하나(one step)에 불과하다며 양당이 초당적으로 중산층도 보호하고 적자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다시 위험한 게임을 할 여유가 없다"면서 "의회(공화당)와 부채 한도 증액을 놓고 타협하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백악관ㆍ민주당을 대표한 조 바이든 부통령과 1차 타결안을 도출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6일 ABC 방송 등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금 문제는 끝났다"며 2차 협상에서 더 이상의 추가 세수 증가(부자 증세)는 논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가가 직면한 최대 현안은 정부의 `지출 중독(addiction)'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이 문제와 맞설 때"라고 해 지출 삭감에 전력투구할 것임을 천명했다.
매코널은 "세제 개편에 찬성하지만 그건 로널드 레이건 전임 행정부 시절처럼 세수를 늘리지 않는(revenue-neutral) 것이어야 한다"고 말해 여권의 추가 세수 확보론에 반대했다.
매코널은 "새해 첫 3개월을 지배할 의제가 지출과 부채이므로 총기 규제가 먼저 해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오바마 대통령이 1월부터 본격 추진키로 한 총기사건 방지 및 이민법 개정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데이브 캠프 하원 세입위원장은 지난 5일 주례 공화당 연설에서 "국민은 계좌에 돈이 없고 신용카드가 최고 한도에 도달하면 지출을 멈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부의 지출 낭비를 해결할 확실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동료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지난 1일 하원 표결과 하원의장 연임 과정에서 부자 증세 반란표로 곤욕을 치른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부채 한도를 1달러 늘리려면 그에 상응하는 지출 삭감이 있어야 한다며 공화당 의원들이 `작은 정부와 균형 예산 달성'이라는 당의 방침을 따르도록 주문하고 있다.
반면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CBS 방송의 일요일 시사 대담에서 정부지출 삭감뿐만 아니라 세수 증대가 의회의 적자 감축 노력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혀 공화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강경 진보파인 펠로시 원내대표는 1차 재정절벽 타결안에 의한 세수 확대만으로는 정부가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할 수 없다며 불필요한 공제 등 탈세 구멍과 기업ㆍ개인(부자)의 과다한 세금 혜택을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이 부채 한도 증액 `카드'를 정부지출 삭감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과 관련, "발생한 채무는 상환해야 한다.
(공화당이) 다음 과제로 지출 삭감을 원한다면 부채 한도 문제와 연계하지 말라"고 목청을 높였다.
펠로시는 '법률로 인정한 미국 국채 효력은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수정헌법 14조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의 부채 한도 설정을 `위헌'으로 간주해 공화당과의 부채 한도 협상엔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메디케어 등 사회보장 혜택을 자산(수입)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선 검토 여지를 열어놨으나 공화당이 강력히 주장해온 메디케어 수혜 연령의 상향조정(65세→67세)과 사회복지(소셜시큐리티) 차원의 생계 지원비 증가분 억제에는 선을 그었다.
크리스 밴 홀런 하원 예산위 민주당 간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신규 세수 없이 정부 지출 추가 삭감을 주장하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상원 서열 3위인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공화당 중진인 존 코닌 상원의원이 사회보장 혜택 축소 등 정부지출 삭감을 위해 부분적인 정부 폐쇄 조치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한 데 대해 공화당이 부채 한도나 정부 폐쇄로 협박한다면 백악관과 민주당이 협상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협상 전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이 한결같이 강경인 점을 고려할 때 빅딜(big deal)은 이미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WP는 행정부와 의회가 지난 10년간 부채와 지출, 이민법, 에너지 등 주요 현안을 한꺼번에 타결지으려 시도했고 손에 잡힐 듯 진전도 있었지만 결국 틀어졌다며 지난 18개월도 그랜드바겐 협상이 있었지만 두 번(2011년 부채 한도 증액과 2012년 1차 재정절벽 협상) 다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 공화당 현역 의원들의 당내 강경 보수파에 의한 후보 경선 낙마 우려 ▲ 사상 최고조에 달한 양당 지지층의 이념 대립 ▲ 오바마 대통령에 필적할 공화당 지도자 부재로 2차 재정절벽 협상에서 그랜드바겐이 죽고 1차 때처럼 구멍 난 곳을 짜깁기(darn)하는 미봉책(스몰딜)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오바마 대통령이 여론에 호소하는 `대결적' 방법으로 공화당과 일전(一戰)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고, 전국지 유에스에이(USA)투데이는 그가 오는 21일의 집권 2기 취임식 연설과 2월 초로 예상되는 새해 국정연설을 여론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오바마·공화 '2차 재정절벽' 빅딜 할까
벌써 부자 추가 증세 vs 정부지출 삭감 설전 선거의식·이념갈등으로 `짜깁기 수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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