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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음원 가격 인상…누가 몰래 웃고 있나?

[취재파일] 음원 가격 인상…누가 몰래 웃고 있나?
디지털 음원 가격, 최대 2배 인상

새해 벽두부터 디지털 음원 사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두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멜론, 벅스, 엠넷, 올레뮤직 등 디지털 음원 유통사이트들이 이용요금을 줄줄이 인상한다는 내용입니다.

많은 음악팬들은 지난 해 여름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의 대규모 집회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음원을 헐값에 유통하는 통신 대기업 계열의 음원 유통업체와, 이를 사실상 방관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당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왔습니다. 인디밴드의 산실인 홍대 지역을 중심으로 음악 '덤핑'에 반대하는 '스탑 덤핑 뮤직(stop dumping music)' 운동이 전개됐고, 오버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은 TV 방송 등 언론을 통해 불합리한 수익 구조를 공론화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용자들은 현재 우리나라 시장에서의 음원 가격이 미국 등에 비해 지나치게 싸다는 지적에 동의했고,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수익이 돌아간다면 어느 정도의 요금 인상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작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음원 가격을 현실화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디지털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승인하고 시행 시기를 2013년부터로 결정한 것입니다. 개정안은 크게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저작권자 등 권리자가 배분받는 수익 비율을 기존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하고,정액제와 병행해서 사용 횟수만큼 요금을 내는 종량제를 도입하고, 신곡 등을 선택적으로 스트리밍과 패키지 상품에서 제외하는 홀드백 제도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또 올해 이후로도 2016년까지 권리권자에 대한 수익 배분을 점차 늘리겠다는 계획도 포함됐습니다.개정안에 따라 음원 유통업체와 저작권자 단체는 구체적인 요금 협상을 실시했습니다. 시행 직전, 그러니까 지난해 마지막 주까지 이어진 치열한 협상이었다고 합니다.

협상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가격 인상 폭이 결정됐습니다. 곡당 음원 단가는 스트리밍이 10원에서 12원, 다운로드가 500원에서 600원으로 올랐습니다. 다운로드 없이 무제한으로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 요금의 경우 최대 음원 유통 사이트인 멜론은 월 3000원에서 6000원으로 두 배 올렸고, 멜론이 가격을 발표하자 하위 업체들도 일제히 인상된 가격을 발표했습니다. 저작권자에게 지급되는 수익이 늘어난 만큼 과금체계도 바꿔야 하고 수수료도 증가하기 때문에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입니다. 구체적인 인상 내용과 파장은 지난 2일 SBS 8뉴스에 연속 보도됐습니다.

디지털 음원 이용료 줄줄이 인상…최대 2배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561225

거대 통신사만 이득?…왜곡된 음원 시장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561200

오른 요금…통신사만 이익?

음원 가격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뒤, 지난 2일 서울 홍대 인근에서 음악인들을 만났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일단 음원 가격 인상으로 권리권자들에게 지급되는 수익의 파이 전체가 커진 점은 환영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아티스트들이 노력한 만큼의 수익을 음원 시장에서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나누어 받는 수익의 절대치가 늘어난 것은 아무래도 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음악 일을 계속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익 분배 비율이 여전히 제작자 단체(44%)와 유통업체(약 15%)에 몰려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작사 작곡가들의 모임인 음악저작협회는 기존 5%에서 10%로, 가수와 연주자들의 단체인 음악실연자협회는 2.5%에서 6%로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권리권자에게 배분되는 비율의 총합이 60%(44+10+6)로 오르긴 했지만 그 열매가 실제로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얘깁니다.

또 거대 제작자가 등장하고 이들의 연합체를 통신업체가 인수하는 것, 그리고 플랫폼인 유통업체의 지분 상당수를 통신사가 갖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기사에서도 지적한 부분입니다만, 이렇게 되면 결국 수익 배분의 먹이사슬 마지막에는 거대 기업이라는 포식자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들이 제작과 유통에 상당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상,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결국 이쪽으로 이동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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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이 능사?

사실 아티스트들은 지난해 '개정안'을 만들기 훨씬 전부터 주장했던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정액제로 운영되는 '무제한 스트리밍'의 철폐입니다. 2005년 처음 디지털 음원 요금체계가 만들어질 때 불법 다운로드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만든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사실상 아티스트들의 '정당한 수익'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음원 유통업체가 보유한 수많은 음원을 (다운로드만 받지 않는다면)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고마운(?) 제도지만 아티스트들에게는 자신들의 피와 땀이 깃든 소중한 음악을 그야말로 '덤핑'으로 내놓는 뼈아픈 제도였을 것입니다. 디지털 음원시장이 정착하기 시작한 초기에야 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였다고는 해도 당시보다는 음원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훨씬 일반화된 지금에 와서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진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이었을까요. 제가 만난 아티스트들은 이번 시행령에서 다운로드 종량제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무제한 스트리밍이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점에 대해 이미 상당한 실망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홀드백 제도도 마찬가지로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홀드백은 신곡 등 특정 음원을 정액제 스트리밍이나 월 30곡, 150곡 하는 저가 패키지 다운로드 상품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요, 사실상 업계 전체가 이를 자율적으로 지켜서 신곡을 보호하기에는 무리라는 겁니다. 상당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 아이돌은 어차피 일정 정도의 음원수익을 예상할 수 있으니 홀드백을 걸어도 괜찮지만, 자금이 부족한 비인기 장르의 아티스트들은 그나마 작은 수익이라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홀드백이 자리잡기 어렵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아티스트' 지원하는 정책 절실

대중음악은 창조 능력을 갖고 있는 수많은 개인과 집단이 만드는 것입니다. 만들어 놓은 음악은 시장에서 각각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고, 대중의 평가를 받습니다. 그리고 평가 받은 만큼 인기도 얻고 수익도 창출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시장 자체를 규제로 얽어매는 것보다, 불법 다운로드로 대표되는 음성 시장을 통제해서 대중음악 시장이 밝은 곳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시장의 이익이 유통단계에 머물지 않고 풀뿌리 창작자들에게까지 고르게 퍼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입니다. 비록 인터넷 시장이 폭발하면서 예상됐던 참사, 즉 지하 시장의 활성화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던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풀지 않은 채로 계속 둔다면 한 번 틀어진 옷매무새를 고칠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드러났듯이 소비자들은 좋은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예전에 비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정부도 음원 시장에 대해 보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작은 구석방에서, 반지하 작업실에서 오늘도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창작자들이 의욕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결국 그들이 만든 음악을 즐기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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