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소속 위원 등 9명이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외유성 출장을 나간 것을 놓고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여야 간 줄다리기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데다 호텔방에서 지역구 민원사업을 담은 이른바 '쪽지 예산'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는 분위기다.
복지 예산 증액한다면서 의료급여 미지급금과 보훈 대상자 교육비, 차상위계층 지원비, 실업자 직업능력 개발 지원비 같은 취약계층 예산까지 삭감해놓고도 정작 자신들의 지역구에 다리 놓고 길 닦는 지역 민원 예산은 살뜰이 챙긴 것도 모자라 억대 세금을 들여 외유성 출장까지 나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 있다. 아래 기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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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회기 중에 부부동반으로 중남미 관광지를 도는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의원외교 다녀왔다는 해명인데요. 글쎄요?
김호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8일 남미로 해외출장을 떠났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의원단 일행이 오늘(28일) 오후 귀국했습니다.
예결위원장인 원혜영 민주당 의원과 변재일 의원, 두 의원의 부인, 예결위 전문위원 등 6명입니다.
이들과 같이 떠났던 무소속 이원복 의원 부부는 아직 귀국하지 않았습니다.
출장 목적은 각 국의 예산제도를 연구한다는 것이었지만 이들이 들른 곳 가운데 대부분은 멕시코 칸쿤과 쿠바의 하바나, 코스타리카의 산호세 등 중남미의 대표적인 관광지였습니다.
예산업무 관련 일정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관광성 행사로 채워졌습니다.
[원혜영/국회 예결위원장 : 다른 나라에 가서 문화나 체계나 뭐 이런 걸 둘러보지 않고 그냥 회의만 하고 오는 것이 옳으냐, 의회를 대표해서 가서 교류하고 협의하고 했던 것은 오랜 관행이었고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의원 부인들은 사비를 냈다지만 10박 11일 , 1인당 7백만 원에 이르는 경비는 모두 국회 예산에서 처리됐습니다.
[예결위 관계자 : 예결위가 끝나면 시찰을 가게 돼 있는 게 있습니다. 매년.. 한 번은 유럽, 한 번은 미국쪽.. 관례죠. 관례.]
국회 예결위 측은 현지 만찬 일정 등 구체적인 출장 일정과 경비 내역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더욱이 이번 출장단은 출발이 임박해서 현지 공관들에 일정을 만들 것을 급하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의원외교가 아닌 외유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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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2008년 4월 28일자 8시 뉴스에 보도된 내용이다. 4년여 전 일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싶을 정도다. 공교롭게 이번에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들이 문제가 됐고 다녀온 곳도 중남미다. 아니 멕시코와 코스타리카는 나라까지 똑같다. 여기에 이번엔 아프리카까지 포함됐다. (부부 동반이 아닌 게 다르다면 다르다.)
출장 목적도 '예산 심사 시스템 연구'로 4년여 전 '예산 제도 연구'와 문구만 다를 뿐이다. 4년여 만에 다시 찾아가 연구를 해야 할 만큼 중남미의 예산제도가 훌륭한지 의문이다. 당시 8뉴스 등 언론에서는 실태, 원인 분석과 함께 개선책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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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외교를 빙자한 의원들의 이런 외유성 출장은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죠. 17대 국회동안에만 백억 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의원들의 '외유'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계속해서 남승모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우리 국회의원들이 외교 활동을 명목으로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들은 어딜까?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17대 국회의원 외교활동 결과보고서 150건을 분석한 결과, 이집트와 체코, 그리스와 터키, 페루 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두 이름난 관광지가 많은 나라들입니다.
실제로 페루의 잉카 유적지나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 같은 유명한 관광지는 의원 외교의 단골 방문지입니다.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 그 분들도 국회의원 이전에 (사람이다보니까) 좋은 곳 구경하고 싶어하는 생각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의 의견도 반영되고...]
지난 4년 동안 백억 원이 넘는 세금이 의원외교활동에 들어갔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해외 관광비로 쓰인 셈입니다.
귀국 후 20일 안에 제출하게 돼 있는 결과보고서도 베낀 듯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초 제출된 법사위와 의원친선협회 대표단의 외교활동 보고서입니다.
그리스 정치와 경제에 관한 보고서 내용이 똑같습니다.
[김미정/경실련 정치입법팀 : 사후적으로 감시하고 감독하는 체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료의원들에게 징계를 내리기 힘든 측면에서 사실 이것들이 규정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측면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일부 의원들은 자칫 의원외교활동의 순기능마저 훼손돼서는 안된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의원들 스스로 외유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한 달전쯤 출장계획서를 미리 작성하도록 하고, 결과보고서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의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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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실 측에서는 시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오래 전에 예정돼 있던 출장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어떤 심사 제도를 어떻게 연구할지에 대해서는 딱 떨어지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일정표를 달라는 요청에도, 출장 실무를 담당한 예결위 행정실이 외부 유출은 안된다고 해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외국에 나가 보고 배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가보는 것 자체가 시야를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금 들여 가는데 그냥 놀다 들어오는 건 곤란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정말 내실 있는 출장을 다녀오면 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해야할 게 있다. 위 기사에서 지적했듯이 출장의 목적과 일정 등을 떳떳하게 공지하고 출장의 결과물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번 출장도 마찬가지다. 정말 떳떳하고 문제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일정을 공개하고 돌아와서 보고 배운 것을 제출하면 된다.
그게 자신 없다면 깨끗이 사과하고 앞으로의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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