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딕퍼플 등은 나의 영웅들…
-1인 기획사 설립…이젠 그들과 다른 길을 갈 때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영웅 한명쯤은 있다. 태권V나 울트라맨 등 어릴 적 만화 속에서 봤던 가상의 존재일 수 있고,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전설적인 아티스트 등 생경한 경험과 목격을 통해 가슴 속에 자리잡은 실존적 인물일 수 있다.
노민우(26)에게 그런 인물은 있다. 말 없던 소년 노민우에게 처음 음악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뮤지션의 꿈을 준 딥퍼플, 엑스재팬, 서태지 등과 같은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이다. 노민우가 당시 영웅들의 나이가 된 지금. 노민우는 자신의 영웅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비로소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해 최근 노민우는 1인 기획사를 차렸다. 연기나 음악 등 한가지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비주얼 아트, 무대 연출, 음악 감독 등 종합 예술을 하겠다는 게 꿈이다. 노민우는 화려한 언변은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듯, 연주를 하듯 설명했다. 최근 SBS 플러스 ‘풀하우스 테이크2’를 마무리한 노민우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Q. 1인기획사를 차리고 보니 신경쓸 게 참 많겠다.
“네. 인터뷰 직전에도 동사무소에 다녀왔어요.(웃음) 신경쓸 게 정말 많아요. 어머니가 경영적인 건 봐주세요. 어머니가 워낙 젊어보이셔서 ‘오냐오냐’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안 그래요. 굉장히 냉정하고 강한 분이에요. 어릴 때부터 칭찬보다는 따끔한 충고를 더 많이 해주셨죠. 그만큼 저의 부족함을 잘 알기 때문에 빈곳을 더 잘 메울 수 있는 것 같아요.”
Q. 얼마 전에 ‘풀하우스2’를 마쳤다. 노민우의 첫 주연작이자 사전제작됐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만큼 아쉬움도 있을텐데?
“모든 작품은 끝나면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풀하우스2’는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을 심어준 작품이라는 점이에요. 정말 고맙죠. 제가 추위에 약한데 그래서 집중력이 약간 떨어진 게 모니터링 할 때 느껴져서 아쉽긴 했어요.”
Q. ‘풀하우스2’에서도 그렇고 지금 봐도 좀 야윈 것 같다. 체중이 많이 빠졌나?
“드라마 초반에 노출신이 있어서 체중관리를 했어요. 5kg정도 빠졌는데 이후로 체질이 바뀌었는지 더 이상 찌진 않네요.(웃음) 체중이 빠지니까 체력이 가장 문제예요. 요즘 한국과 일본의 쇼케이스 준비를 하는 데 매일 4시간씩 연습하고 5~6시간 씩 집중하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힘들긴 해요.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는데 자꾸 배터리 방전되듯 잠이오고…. 그래서 휴대전화기 음성파일에 꼭 저장을 해둬요. 내일 일어나서 다시 들으려고요.”
Q. 얼마 전에는 대만 드라마 ‘유효기간 애상니’를 촬영하고 왔다고 들었다.
“대만판 ‘꽃보다 남자’를 쓴 작가님의 작품이에요. 저는 주연이자 음악감독을 맡게 됐어요. (음악감독이요?라고 반문하자) 네. 좀 놀랍죠? 2달 반동안 촬영하면서 밤에 호텔에 들어오면 그 때 느껴지는 감정을 담아서 음악 작업을 했어요. 촬영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본격적으로 음악작업을 했어요. 영상에 입혀봤는데 생각보다 더 좋았어요. 아무래도 그 때 그 때 연기를 한 배우가 음악을 만들었기에 그런 것 같아요.”
Q. 배우 겸 음악감독? 생소한 개념이다.
“요즘 배우들이 OST도 많이 부르잖아요.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워진 게 얼마 안됐죠. 저 역시 음악 감독을 직접 맡으면서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는 존재가 거의 없었어요. 당연히 힘들었죠. 그런데 제 후배들이 저 같은 꿈을 꿀 때 제가 힘이 되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어요.”
Q. 가수이자 배우, 배우이자 음악감독, 최근엔 아티스트이자 비주얼 디렉터로 직접 자신의 화보를 꾸몄다고 들었다. 그런 열정이 부럽기도 하고 워커홀릭이 될까봐 걱정도 된다.
“이런 모든 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전 힘들어도 행복해요.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저는 고등학교 시절 사춘기가 없었대요. 오로지 엑스재팬, 서태지 같은 뮤지션이 될 날을 꿈꿨어요. 길에 무심코 휴지를 버리지 않을 정도로 목표가 확실했어요.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음악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익숙해졌어요.”
Q. 말이 나온김에 어린시절 소년 노민우는 어떤 사람이었나?
“말이 없는 아이였는데 친구들 사이에선 ‘개그맨’이라고 불렀어요. 말없이 웃기는 걸 잘했나봐요.(웃음) 어려서부터 서태지를 정말 좋아했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혼자 춤을 추곤 했어요. 어머니는 춤보다는 피아노를 계속 해서 클래식 음악을 하길 바라셨어요. 그러다가 아까 말한 제 영웅들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죠. 선물로 엑스재팬과 딕퍼플 비디오를 받은 거예요. 그 때부터 락에 빠진 것이었죠. 요시키의 명언 ‘노력한 만큼 보답을 받는다’란 말을 곱씹으며 멋진 아티스트가 되길 꿈꿨죠.”
Q. 그룹 트랙스로 데뷔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후 고등학교 때도 오지 않은 사춘기가 그 때 왔다고요? 인생의 첫 방황은 어땠나요?
“그렇게 꿈꾸던 요시키를 만나고 일본에 가서 음반도 냈어요.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달랐어요. 실력 뿐 아니라 운도 타이밍도 있어야 했죠. 그걸 깨달은 게 18살 때쯤? 정말 패닉이었어요. 그동안 나의 영웅들의 화려한 모습만 보고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사실 그들의 고난과 역경은 계산하지 않았던 거였죠. 한국에 돌아와서 20~21살 때가 제 인생의 사춘기였어요. 집에 틀어박혀 음악작업을 했죠. 우울했던 시기였어요. 키보드 앞에 앉아 눈을 감고 내 음악을 들어주는 관객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를 꽉 물었죠.”
Q. 노민우는 가수에서 연기자로, 이젠 한류스타로 불리고 있다. ‘환자’라고 불리는 팬덤이 대단하던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아, 어렵네요. 제가 팬들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글쎄요. 같이 성장해 나가는 부분이 가장 크지 않을까요. 오래 전에 한 인터뷰에서 ‘배우도 하고 음악감독도 하면 참 재밌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번에 그 꿈이 현실이 됐잖아요. 얼마 전에 팬 한분이 그 글을 올려주셨어요. 저는 팬들과 함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성장해 나가는 것 같아요.”
Q. 사실 더 큰 꿈을 나아간다는 건 더 큰 좌절을 맛볼 수도 있다는 뜻인데. 그런 좌절이 온다면 많이 힘들겠죠?
“그럴 때마다 제 환자(팬)들이 ‘의사’가 될 거예요. 기다려주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그런 좌절이 있어도 이젠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Q. 개인적인 질문을 좀 하겠다. 그렇게 바쁘면 연애할 시간도 없을텐데.
“연애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요. 지금 연애를 하려면 잠잘 시간을 쪼개야 하는데, 그러기엔 제 체력이.(웃음) 힘닿는 데까지 일하려다보니 여유가 없어요.”
Q. 한창 연애하고 싶을 나이일텐데 이상형은 어떤가? 나중에 연애하게 되면 팬들에게 공개할 의향이 있나?
“예전에는 귀엽고 예쁘면 끝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좀 달라졌어요. 공감대 형성이 돼야 해요. ‘아’하면 ‘어’하는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예쁘지 않더라도 매력있으니까요. 공개 연애요? 아마 환자들이 인정하기 싫어할 거예요. 제가 그 입장이라도 그렇고요. 하지만 결혼은 일찍 하고 싶어요. 저 닮은 딸 6명 아들 6명이 있으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Q. 28일 한국에서 첫 단독 콘서트는 여는데 정말 설레겠다. 노민우의 자서전을 쓴다면 마지막 페이지에는 어떤 인물이었다고 묘사하고 싶나?
“월트 디즈니 같은 사람이었다고 쓰고 싶어요. 디즈니 곡들은 제 힐링 뮤직이에요. 제가 정말 힘들고 외로울 때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들은 게 바로 월트 디즈니의 ‘웬 유 위스 어폰 어 스타’(When you wish upon a star)였거든요. 누군가가 시련에 빠져 허우적 될 때 혹은 외로움에 눈물 흘리리 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사진제공=MJ 드림시스 엔터테인먼트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