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만에 막을 내린 성폭행 피의자 노영대 도주사건에서 경찰은 허술한 피의자 관리, 뒷북 초동 대처, 느슨한 공조수사라는 맹점을 또 다시 노출했다.
노영대가 경기 일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가 도주한 것은 지난 20일 오후 7시40분께다.
당시 노영대는 성폭행한 혐의로 검거돼 경찰서 1층 진술녹화실에서 조사를 받고 경찰서 오른쪽 계단을 통해 지하 1층 강력팀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경찰 2명이 노영대 앞과 뒤에 섰지만 노영대의 도주를 막지는 못했다.
노영대는 앞에 선 경찰관이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혼자 사무실로 들어가는 틈을 노려 슬리퍼를 벗고 그대로 달아났다.
경찰 1명이 곧바로 추격에 나섰지만 노영대는 불과 1~2분 사이에 따돌리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노영대는 200여m도 못 가서 한쪽 손 수갑을 풀었다.
경찰서 맞은 편 오피스텔에 설치된 CCTV에는 노영대가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도주하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그러나 경찰은 한쪽 수갑이 풀린 사실을 3시간 넘게 모른 채 경찰서 맞은 편 상가지역을 집중 수색했다.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건물 지하나 주차장에 은신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오후 11시7분께 '양손을 천으로 감고 맨발로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택시기사의 제보가 들어오고 나서야 경찰은 부랴부랴 수색범위를 넓혔다.
제보에 따라 노영대가 장항동 비닐하우스 밀집지역에 은신했을 것으로 판단, 21일까지 이 지역에 차단선을 구축하고 수색을 집중했다.
그러나 노영대는 경찰 수색을 비웃듯 도주 15시간 뒤 일산을 벗어나 안산에 나타났다.
안산은 노영대의 전과 9건 가운데 대부분 범행한 장소였다.
거미줄 같은 공조수사도 아쉬웠다.
노영대는 지인에게 연락, 현금 20만원을 건네받아 21일 오전 11시~오후 10시 안산의 한 모텔에 투숙을 했다. 오후 5시50분께는 인근 대형마트에서 쇼핑까지 했다.
그러나 안산지역 경찰이 본격적으로 공조수사에 나선 것은 22일 일산경찰서로부터 노영대가 안산에 있다는 연락을 받은 뒤였다.
노영대는 23일 인천에도 나타나 공중전화로 지인에게 두 차례나 전화를 걸었다.
이를 확인한 일산경찰서가 인천지역 경찰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지번을 잘못 알려줘 시간을 허비, 검거에 또 실패했다.
경찰이 전국에 공개수배를 내리고 많은 인원을 동원했지만 경찰서 간 유기적인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공조수사에 나선 경찰 대부분이 검문·검색에 투입됐다.
노영대가 일산을 벗어나 인천과 안산 지역을 활보할 수 있었던 또 한가지 이유다.
경찰은 뒤늦게 노영대가 교도소 동기의 도움을 받아 지난 21일 투숙한 모텔에서 150여m 떨어진 오피스텔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틀간 잠복한 끝에 도주 5일만인 25일 오후 4시25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고양=연합뉴스)
노영대 도주…경찰 또 '3박자 부실' 맹점 드러내
허술한 피의자 관리·뒷북 초동 대처·느슨한 공조수사…도주범 닷새간 수도권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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