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인 강기훈씨가 21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0부 심리로 열린 재심 공판에서 강씨는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분노 속에서 단 한 가지 놓지 않았던 것은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명제였다"고 말했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강씨는 미리 적어온 항소 이유서를 5분가량 읽었습니다.
강씨는 항소 이유서에서 "원심 판결 당시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은 비상식과 모략으로 가득 찬 괴물처럼 보였다"며 "실체적 사실의 규명은 뒤로 한 채 단지 나를 범인으로 몰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씨 측 변호인은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강씨 등으로부터 압수해 간 메모와 책 등 증거물을 재심 증거로 새로 제시하고 싶다며 검찰 측에 찾아올 목록을 전달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내년 1월 31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증거 채택 등 본격적인 심리를 위한 준비 절차를 갖기로 했습니다.
강씨는 지난 5월 간암 수술을 받고 최근까지 통원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국 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하자 검찰이 유서를 대신 써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당시 전민련 총무부장이던 강씨를 기소한 사건입니다.
당기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속 감정인의 필적 감정 결과를 기소의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결국 강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된 뒤 징역 3년이 확정돼 1994년 만기 출소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쓰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고 강씨는 2008년 1월 재심을 청구해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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