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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당선인 '경제민주화·성장' 균형 맞출 듯

출총제ㆍ기존 순환출자 금지는 도입 안 해<br>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금산분리'는 강화

朴 당선인 '경제민주화·성장' 균형 맞출 듯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비교적 온건한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기존 순환출자 금지 등 재계에서 강력하게 반대한 정책은 박 후보의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성장 기조와 충돌할 강력한 재벌 규제책은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등 금산 분리 정책은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집단소송제ㆍ징벌적 손해배상 제 확대 등 다른 정책들과 함께 재계를 압박하는 수단이다.

◇ 출총제 반대…순환출자는 제한적 도입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방안 가운데 재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것은 출자총액제한제와 기존 순환출자 금지다.

출자총액제한제는 대기업집단이 자산의 일정 범위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계열사 간 과도한 출자로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순환출자는 재벌그룹들이 계열사를 늘리고 계열사를 지배하려고 사용하는 핵심 수단이다. 계열사 A가 다른 계열사 B사에 출자하고, B사는 다시 C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재계에서는 "미래성장 산업에의 투자를 제한하고 외국의 투기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ㆍ합병(M&A)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두 제도 모두 강력히 반대했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출총제 부활은 물론 기존ㆍ신규 순환출자를 다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박 당선인은 출총제에 반대하고 신규 순환출자만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펴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에 섰다.

이는 장기침체 우려가 큰 경기 회복을 위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기존에 허용됐던 것을 지금부터 아니라고 딱 끊는 경제정책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한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이런 공약에 다소 안도하면서도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대기업의 손발을 묶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철행 기업정책팀장은 "순환출자는 고용 창출을 위한 투자는 물론 계열사 재무개선이나 구조조정 등에도 꼭 필요하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도 재계에서 우려하는 대목이다.

박 당선자는 증권 부문에만 허용된 집단소송제를 다른 업종으로 확대하고, 대기업이 소비자나 중소기업에 끼친 피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여러 부문에 도입기로 했다.

◇ `금산분리 강화'에 재계 긴장

박 당선인은 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보험, 카드 등 재벌그룹이 거느린 금융 계열사가 재벌이나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금융 소비자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허용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금융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 축소 등이 있다.

박 당선인은 현실성 있는 금산분리의 강화를 위해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의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내놓은 `경제민주화와 공정거래' 자료에서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면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주회사가 다수 금융회사를 보유한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세우도록 한 정책도 "금산분리를 강화하고 금융감독의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은 보험, 카드 등 대기업 금융 계열사가 고객 자금을 동원해 지배력을 키우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현재 금융 계열사의 비금융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예외적으로 적대적 M&A 등 경영권 방어 필요가 있을 때만 특수관계인과 합쳐 최대 15%의 의결권 행사를 인정한다.

박 당선인은 의결권 행사의 예외 한도를 점차 낮춰 최종적으로 5%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자본의 은행자본 보유 한도는 현행 9%에서 4%로 축소할 방침이다. 현재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적용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모든 금융회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계열사나 특수 관계인 등 대주주가 위법행위를 했는지 등을 따져 대주주 자격을 허용하는 제도다.

재계는 금산분리 강화가 `금산융합'을 강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GE는 금융 자회사인 GE캐피털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일본의 소니는 은행, 보험 등의 금융 부문에서 나온 이익으로 전자 부문의 적자를 메우는 것이 금산융합 추세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의 유환익 경제정책팀장은 "금산분리 강화 등이 현실화되면 대기업은 경영권 방어에 온통 신경을 뺏길 수밖에 없다"며 "이는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M&A만을 쉽게 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산분리 강화는 우리 경제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강동수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금융 시스템은 은행 중심이어서 은행이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금산분리를 하지 않으면 `사금고화'까지는 아니어도 금융시장 전체의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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