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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승리에 눈먼 '새 정치'…막판 치닫자 '진흙탕'

[취재파일] 승리에 눈먼 '새 정치'…막판 치닫자 '진흙탕'
이번 대선 정국을 특징짓는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새 정치'를 들 수 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출마와 함께 들고 나온 뒤 여야할 것 없이 '새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정치권은 비리·부패한 '구태 정치'의 대척점으로 '새 정치'를 이야기한다. 물론 안철수 전 후보가 '새 정치'란 단어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다. '새 정치' 구호는 언제부터 사용된 것일까?

◈ '새 정치' 구호, 누가 언제부터?

먼저 가깝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릴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패배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1994년 귀국한 뒤 이듬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새 정치'를 가장 명시적으로 사용한 사례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 전에도 새 정치는 정치권의 단골메뉴였다.

신군부를 이끌고 군사독재의 철권을 휘둘렀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도 '새 정치'는 유용한 구호였다. 전 전 대통령은 1982년 제헌절 기념식에서 특정 개인의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부분을 5공화국 헌법에서 모두 정리했다며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후임자에게 대통령직을 이양하는 일은 본인의 간절한 개인적 소망일 뿐만 아니라 새시대·새정치의 지향에도 부응하는 것임을 본인은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고 역설했다.

왕조 시대를 제외하면 '새 정치'는 이승만 전 대통령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대통령은 1949년 8월 15일 정부 수립 1주년 기념식에서 서양식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새 정치'로 표현했다. 연설의 일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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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정치와 기술적으로 아무 경험없는 남녀가 합해서 새 정부를 세우고 민주정치를 행하는 어려운 일을 우리가 착수해가지고 사천여 년 유래된 정치사상과 신세계의 발전된 새정치주의를 합류시켜서 우리가 모범적 정체의 기초를 세운 것이니 이러한 성공을 가장 위험하고 절박한 세계의 환경안에서 성취한 것을 우리가 더욱 감사히 여기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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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벗어나 아무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서양의 '새 정치'를 받아들여 근대 민주 국가의 기틀을 세운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건국 직후 우리에게 '새 정치'는 서구식 민주주의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6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새 정치는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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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치' = '정치 쇄신' = 부패 척결·기득권 포기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말하는 '새 정치'는 이른바 정치 쇄신이다. 두 후보는 먼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등 독자적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 공천권도 내놓는 등 중앙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표적인 기득권층으로 불리는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의원 세비 삭감과 의원 정수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근혜 후보는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를, 문재인 후보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를 신설해 친인척과 측근 비리 같은 권력형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공약했다.

◈ 잇단 '아니면 말고 식 폭로'

얼마 전까지 '새 정치'·'정치쇄신'의 일꾼을 자임하던 여야 대선 후보 측은 선거가 막판으로 치닫자 표변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공표가 허용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간 격차가 초박빙으로 드러나면서 무차별 폭로전이 이어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하던 공약은 가시돋친 설전에 묻혀버렸고 인터넷과 SNS 상에는 온갖 억측과 비방만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잘못이 있고 의혹이 있다면 이를 제기하고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 선거를 앞두고 올바른 판단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정치권의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전개되고 있는 의혹제기 양상은 정상적인 범주를 뛰어넘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 측에서 제기한 허위 여론조사 자료 배포를 보자.

새누리당은 SNS 상에서 당 소속 여의도연구소 조사 결과라며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 앞서는 허위 여론조사 결과가 나돌고 있다며 민주통합당을 겨냥했다.

새누리당은 허위 결과를 유포하는 사람을 확인한 결과 민통합당 당직자 출신이고 민주당 정부 때 정부 부처에서 근무한 사람으로 민주통합당 경기도 지역의 당협위원장까지 지낸 인물로 확인됐다며 실명까지 공개했다. 또 민주통합당의 흑색 본능이 이제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며 선거를 코앞에 두고 그 버릇을 못 고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대한민국 정치는 몇 십년 후퇴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비판하는 와중에 이상한 이야기가 나왔다. "만약에 본인이 아니고 동명이인이라면 본인이 소명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한마디로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기자회견까지 하려면 '본인에게 물어봤지만 대답을 안 했다'든가 '연락이 닿지 않았다'든가, 본인 확인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이 있어야 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민주통합당이 제기한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 개입 주장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 측은 신빙성 있는 제보가 있었다며 입증을 자신했지만 정작 경찰 수사가 시작됐는데도 이렇다 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다른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 개입 제보도 추가로 입수했다며 의혹 확산에만 몰두하는 분위기다.

댓글의 특성상 해당 글이 달린 화면만 캡처해 경찰에 제공하면 댓글이 등록된 서버를 통해 얼마든지 사실 확인이 가능하다. 국정원 여직원 컴퓨터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민주통합당 측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이렇게 되면 설사 민주통합당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진상규명보다 이번 사건을 선거전에 이용하겠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증거만 제시하면 쉽게 확인될 사안을 고의로 끌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 승리에 눈먼 '새 정치'

후보들까지 나서 서로 흑색 선전 운운하며 맞붙으면서 선거 막판 정책대결은 완전히 실종됐다. 그들이 부르짖었던 '새 정치'가 이런 것이었나 싶을 정도다. 물론 여야 후보는 상대 후보의 흑색선전을 뿌리 뽑는 것이 진정한 '새 정치'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여야 모두 선거에 이기기 위해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도 서슴지 않는 진흙탕 싸움이자 '구태 정치'로 보일 뿐이다. 승리에 눈 먼 정치인들이 꾸려갈 미래 또한 부패와 비리로 얽룩진 낡은 정치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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