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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근혜·문재인, 동선을 보면 전략이 보인다

[취재파일] 박근혜·문재인, 동선을 보면 전략이 보인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12일이 지났습니다. 22일간의 선거운동 기간 중에 절반을 지난 셈입니다. 8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시차를 두고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합동 유세를 벌였습니다. 긴박한 대선 후반전의 막을 열면서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습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1월 27일부터 12월 8일까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움직인 동선을 하나 하나 점을 찍어 가며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단연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유세가 두 후보 모두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총 20회 문재인 후보는 15회 유세나 방문을 했습니다. 다음은 충청권으로 박 후보가 15곳을 누볐고, 문재인 후보도 10곳을 누볐습니다. 그 다음이 부산과 경남지역이었습니다. 박근혜 14곳, 문재인 12곳이었습니다.

즉,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세종시가 들어선 충청권, 그리고 부산 경남지역에서 양측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공식 선거운동 첫날, 어디를 갔는지는 양 진영이 내세우는 선거 전략과 후보의 이미지를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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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는 11월 2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날, 충청도로 갔습니다. 대전역에서 대규모 유세를 벌인 게 첫 일정이었습니다. 원래는 세종시에서 첫 유세를 할 계획이었지만 부산과 서울 등을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동시유세 방식을 도입하면서 세종시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고 광케이블을 끌어 쓸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 대전역이 됐다는 후문입니다.

새누리당이 충청도를 첫 유세지로 선택한 이유는, 세종시 원안을 지키기 위해 박 후보가 지난 18대 국회에서 정부와 맞섰던 것을 부각시켜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선진당과 합당,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과 인연 등을 내세워 대선 때마다 전략적 선택을 해온 충청도 유권자들을 지지층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전북지역을 갔습니다. 이 곳은 박 후보가 '국민 대통합'이란 슬로건 아래 구 민주당 인사들을 영입한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10%이상의 득표율이 목표인 곳이긴 하지만, 호남을 홀대하지 않고 우대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선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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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부산으로 갔습니다. 부산에서 유세를 하고 저녁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합동 유세를 했습니다. 부산은 문재인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변호사 생활을 함께 하며 연고지가 된 곳입니다. 부산과 경남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구 한나라당 텃밭이란 이름이 흔들려 왔습니다. 지난 4월 총선에는 문재인 후보가 부산 사상에 직접 출마했고, 또 낙동강 벨트라는 이름을 붙여 민주당이 세 확산에 주력했던 곳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부산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부산 지역 민심을 공략하는 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부산에서 30%이상 득표를 한다면 대선 승리의 청신호로 민주당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문 후보는 이어 서울 광화문으로 왔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취약지역은 수도권에서 초반 승기를 잡기 위한 행보라 하겠습니다. 문 후보는 당일 아침에 부산으로 내려갈 때 지하철 노량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는 일정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첫 유세를 국민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며 시작한다는 메시지로 상대적으로 박 후보에 비해 '서민'과 가까운 후보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유세를 하기 위해 가는 장소도 후보별로 분석해 보니 특징이 있었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주로 전통시장이나 버스터미널, 기차역앞, 광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을 찾아가서 유세를 하고 있습니다. 11월 27일부터 12월 8일까지 후보들이 방문한 곳을 구분해보니, 박근혜 후보는 전통시장 방문이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12일 동안 전국의 전통시장을 27군데나 방문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11곳을 방문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전통시장이야 말로 서민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고, 또 작은 읍네의 전통시장까지 찾아가서 현장을 찾아가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이 유세 방식은 지난 12월 2일 유세단의 불의의 사고 이후 대폭 수정됐습니다. 그러나 선거전 종반이 되면 박 후보 특유의 샅샅이 다니는 유세 스타일이 다시 나올 수도 있습니다.

터미널이나 기차역 등은 박 후보가 15곳, 문 후보는 10곳 다녔습니다.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앞, 광장에 방문한 숫자는 10회가 조금 못되게 비슷했습니다.

두 후보가 가장 많이 격차가 나는 방문지는 대학이었습니다. 대학교 앞에 가서 유세를 벌인 횟수를 세어보니 박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이후에 한 번이었고, 문재인 후보는 9번이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젊은 층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는 가에 따라 대선의 결과가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철수 전 후보가 후보직에서 사퇴한 이후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을 당시, 젊은 층이 정치혐오증으로 투표소에 나오지 않을까 우려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대학 주변에서 유세를 집중했습니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날은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과목을 들여다 봐야할지 고민스러웠던  수능시험 일주일 전 처럼, 대선 후보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지, 한정된 시간에 압도돼 하루하루가 금쪽같을 겁니다. 대선 종반전, 대선 후보들은 어디로 갈까요? 그 발걸음에서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읽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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