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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종횡무진 이정희…박근혜-문재인 득실은?

[취재파일] 종횡무진 이정희…박근혜-문재인 득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첫 대선 후보 TV토론회는 한마디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독무대였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양분하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토론 내내 이 후보에게 가려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TV토론 참석 전부터 이정희 후보의 목표는 뚜렷했다. 이미 토론회에 앞서 대변인을 통해 이번 TV토론의 집중공략 대상은 박근혜 후보이며 새누리당은 '거악'의 본산으로, 박 후보 자신이 정치쇄신 대상임을 강조해 맹공을 퍼부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 "유신독재 퍼스트 레이디"

이 후보의 공격은 기조 연설이 끝나자마자 시작됐다. 대통령 리더십에 관한 주제 발언에서 이 후보는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공감과 소통, 경청의 리더십이라며 박근혜 후보가 보여줬던 것처럼 전태일 열사 동상에 헌화하겠다고 쌍용차 노동자의 멱살을 잡아 끌어내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불통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 후보의 동생인 지만씨 비리와 관련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말에 '동생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라고 입도 못 열게 하는건 오만이자 독선이고 구시대 제왕적 리더십의 전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유신독재 퍼스트 레이디가 청와대로 가면 여왕이 된다며 여성대통령은 필요하지만 여왕은 안 되지 않겠냐고 쏘아 붙였다. 또 불통과 오만, 독선의 여왕은 대한민국에 필요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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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기 마사오'… 한국 이름 '박정희'"

외교 분야 토론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이정희 후보는 충성 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기 마사오, 한국 이름 박정희라며 뿌리는 속일 수 없다,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한미 FTA를 날치기 통과해서 경제주권을 팔아먹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박 후보가 질문 도중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김석기 이재연' 의원이라고 성을 잘못 말하자 먼저 토론의 기본적인 예의와 준비를 갖춰췄으면 좋겠다며 저희 당 의원 성함은 이석기 김재연이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박 후보가 이 후보와 통합진보당이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애국가도 안 부른 것으로 안다면서 대선 출마 자격을 문제삼자 이 후보는 국가차원의 공식의례를 다 함께 했다며 TV에도 방송됐는데 왜 기억 못하는가, 정확하게 알고 질문하는게 필요하다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는 특히 전두환 정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쓰던 돈이라며 박 후보에게 6억원을 주지 않았느냐며 당시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후보는 그 당시 아버지도 그렇게 흉탄에 돌아가시고 나서 어린 동생들과 살 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전두환 정권이) '아무 문제 없으니 배려하는 차원에서 해주겠다'고 할 때 경황 없는 상황에서 받았다며 그러나 자신은 자식도 없고 아무 가족도 없는 만큼 나중에 그것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이 후보는 친인척 비리가 드러나면 즉시 사퇴하겠다고 발표할 의향이 있는가, 말로만 민중을 이해하는 것 같다,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된다고 말한 마리 앙투아네트와 다름 없다라는 등 박 후보에게 공격성 질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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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후보 반드시 떨어뜨릴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와 이정희 후보의 신경전은 한반도 주변국과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 주제를 놓고 벌어진 상호 토론에서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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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정희 후보는 계속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나중에 후보를 사퇴하게 되면 국고보조금을 그대로 받게 되지 않는가. 도덕적 문제도 있는데 단일화를 계속 주장하면서 토론회에도 나오는 이유가 있나.

▲이정희
이것만 기억하시면 된다.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저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것이다. 그리고 진보적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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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文 대략 난감

이정희 후보는 토론 전 대변인을 통해 문재인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 계획은 아니라고 밝힌대로 문 후보에 대해서도 날선 질문을 던졌다. 참여정부 시절 양극화 심화와 비정규직 양산 등의 문제를 들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공세를 취했다. 하지만 박 후보에 대한 공격에 비해서 강도는 현저히 약했다.

민주통합당은 토론이 끝난 뒤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밀어붙이는 가운데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비교적 담담하게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차분한 정책적 면모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문 후보가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한 이정희, 방어에 나선 박근혜, 두 여성 후보들의 틈바구니에 끼면서 문 후보측이 우위를 장담했던 정책 대결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문 후보로서는 이 후보와 함께 박 후보 협공에 나설 경우 TV토론이 '1대2'구도로 굳어지면서 '종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후보와 '한 편'으로 묶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서기도 힘든 형편이었다. 물론 직접 네거티브에 가담하지 않고서 '이이제박'(以李制朴)의 효과를 거둔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캠프 일각에선 이 후보에 가려 "문재인은 보이지 않았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에 대해 지나치게 대립각을 보여 문 후보의 비전과 정책 제시가 가려졌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많은 국민이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할 것 같다고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맹공이 오히려 박 후보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 후보측에서는 신경쓰이는 듯 했다.

실제로 정치ㆍ외교ㆍ통일ㆍ안보를 주제로 한 TV 토론에선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이념적 성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데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박 후보에게 파상공세를 퍼부으면서 보수ㆍ진보간 경계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왔고 당장 보수 진영의 결속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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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측 '불쾌'…  토론은 '선방'

새누리당은 이정희 후보의 공세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정희 후보가 전체적으로 토론의 격을 떨어뜨렸다면서 시종일관 예의가 없었고 독설과 인신공격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 본인은 물론 진보당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이정희 후보의 악의적인 공세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박근혜 후보가 정확하게 답변했고,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잘 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놨다.

성과면에서도 크게 손해볼 건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이정희 후보가 보수층을 완전히 콘크리트로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보수층은 이념적인 문제를 떠나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예의 없는 태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더욱 강하다면서 이 후보가 보여준 무례한 태도가 보수층 결집에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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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변수…朴-文 득실은?

이정희 후보의 토론 참여는 일단 박근혜 후보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그간 토론을 피해왔던 박 후보가 이 후보로 인해 혹독한 검증을 받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찌됐든 그간 진보진영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이나 문제점들에 대해서 박 후보가 직접 답할 기회를 갖게 된 건 유권자들에게도 나쁘지만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정도가 지나치다보니 유력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토론이 묻혀 버렸다는 점이다. 물론 이 후보가 두 사람 토론을 직접 방해한 것은 없지만 토론 분위기가 박근혜-문재인 후보 쪽보다는 이정희-박근혜 후보 쪽으로 쏠린 탓이다.

이번 토론에서 박근혜-문재인 양 후보측의 득실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양쪽 어떤 후보에게 일방적인 이득을 안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세한 득실은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뒤바꿀 정도는 아닌 듯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남은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유권자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남은 두 차례 토론이라도 제대로 치러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정희 후보도 토론회의 취지에 맞게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세에 힘쓰기보다 자신과 소속 정당의 정책과 비전을 알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말만 토론회 일 뿐 토론 없는 묻고 답하기식 토론 방식도 변화기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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