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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통령 딸·변호사…누가 서민?

[취재파일] 대통령 딸·변호사…누가 서민?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때아닌 서민 논쟁이 뜨겁다.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정책 경쟁이 실종됐다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SNS는 물론 기존 언론에서조차 의자니 점퍼니 하는 지엽말단적 이슈들이 대선판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 의자부터 점퍼까지 '명품 논쟁'

여야 할 것 없이 자기 후보가 '서민 후보'이고 상대 후보는 '가짜'라며 열을 올리고 있다. 서민 논쟁에 먼저 불을 붙인 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측이었다. 이번 대선은 서민과 귀족의 대결이라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공주'라고 몰아붙였다. 박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에 대해서도 "공주가 여성을 대표하는 일은 봉건사회에서나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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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모 인터넷 언론 보도를 인용해 "2004년 3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박근혜 후보의 사진을 조사한 결과 3년간 디자이너가 맞춘 133벌의 여성정장을 입었다고 한다"며 "박 후보는 한나라당 17대 대선후보 경선출마 선언 당시 패션에 대한 물음에,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 남들은 공주패션이라고 한다"고 대답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서민과 귀족의 대결'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오자 처음에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문 후보의 TV광고에 찍힌 자택 의자가 수백만원대 명품 의자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SNS를 통해 박 후보 옷 사진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18만원짜리 패딩 점퍼 입은 박 후보와 70만원을 호가한다는 명품 패딩 점퍼 입은 문 후보 가운데 누가 진정한 서민 후보냐는 논지였다. 또 박 후보 자택에 있는 수십년된 낡은 가구와 명품 의혹이 제기된 문 후보의 의자를 대비시키는데 주력했다.

◈ '가짜 서민' VS '1% 귀족'

불붙기 시작한 서민 논쟁은 대변인들 사이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후보의 서민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지난 번에는 명품 양말, 이번에는 의자, 옷, 안경 등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 후보의 취향을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 문 후보는 전혀 서민 같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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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금부터라도 문 후보는 서민 후보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부산저축은행을 대리해 서민을 울렸던 법무법인의 공동대표를 지낸 분이 서민을 이야기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또 서민은 아니지만 서민이 되고 픈 것이 문 후보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후보와 5촌 이내 일가의 재산이 모두 1조3천억원에 달한다면서 '1% 귀족 후보'라고 맹공을 가했다. 민주통합당은 박 후보 일가 재산내역을 파악한 결과, 직계형제의 장부상 재산은 4천638억원이고 친인척과 외사촌 일가 재산은 8천836억원으로 집계돼, 모두 1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여기에 박 후보 영향력 아래 있는 영남학원, 정수장학회 등 강탈한 재산 2조8천억원을 합치면 4조원 규모에 이른다며 일가에서 이 정도 재산을 갖고 운용하는 박 후보가 서민후보를 운운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 서민(庶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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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란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일반 사람"을 말한다. 신분제가 폐지된 현대 사회에서 서민이란 중산층 이하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이른바 '사'자 들어가는 전문직이나 고위공직자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 '서민' 타이틀을 놓고 다투고 있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를 살펴보자.

박 후보는 대통령의 딸로 퍼스트레이디 역할까지 맡았다. 부모를 모두 잃는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았지만 청와대를 나온 이후로도 끼니 걱정을 하고 살 정도는 아니었다. 박 후보 본인의 사치나 치부와는 별개지만 동생 박지만씨 등의 재산 소유 상황을 보면 상위 몇 %라고 봐야한다.

문 후보도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다. 정권 2인자로 불릴 만큼 최고위층을 지낸 셈이다. 또 민주화 운동 전력으로 임용이 되지는 않았지만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 변호사는 가장 대표적인 전문직 가운데 하나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자수성가하고 민주화를 위해 싸운 그지만 서민이라고 하기엔 역시 어색한 점이 없지 않다.

◈ 서민이어야 서민 대통령?

문제는 대통령 후보가 서민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본인이 꼭 서민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서민들의 상황을 국가 전체적인 상황에서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서민 대통령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서민 후보 논쟁은 본질에서 벗어난 말 다툼일 뿐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후보들이 사용하는 옷이나 의자로 후보를 평가해선 안된다. 서민의 삶, 국민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해결할 의지와 능력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물론 위화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다른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미국을 포함해 상당수 선진국에는 이른바 정치 명문가가 있다. 이들을 지탱해주는 건 국민적 평판과 그에 걸맞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이다. 평가 기준이 적어도 현재 우리 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들의 재산이나 옷차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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