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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돈 급한 저신용자 노린 신종사기 조심!

[취재파일] 돈 급한 저신용자 노린 신종사기 조심!
생계가 어렵고 갑자기 급한 돈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요즘 돈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지고,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 상황이 악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저신용자에게 쉽게 대출을 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의 규제도 강화돼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도 이들에게는 여의치 않습니다. 이런 저 신용자들을 노린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보험사나 증권사를 사칭하고 있습니다. 과거 은행, 캐피탈사를 사칭하던 사기에서 사칭하는 대상이 바뀐 겁니다. 

수법은 이렇습니다. ‘월 보험료로 10만 원을 내면 최고 1천만 원까지 대출 가능한 보험상품 판매’라는 식의 문자나 전화를 걸어옵니다. 주요 금융그룹 계열의 보험사 직원을 사칭합니다. 누가 속을까 싶겠지만 당장 돈이 급한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유혹입니다. 마치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것처럼 속이기 때문에 대출사기라는 의심도 바로 하지 못합니다. 그들이 보낸 계약서류를 보면 유명 보험사 주소와 전화번호가 그대로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속아 일단 월 보험료로 얼마를 보내고 나면 일정 액수가 채워져야 대출이 된다며 계속 돈을 요구합니다. 피해자들은 처음 보낸 돈이 아까워 더 돈을 보내려다가 어느덧 피해 액수는 커지게 됩니다.

취재 중 만난 기초생활수급자 진모 씨도 이런 수법에 당했습니다. 대부 업체에 빚이 있고 휴대전화 요금 연체까지 있어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웠던 진 씨는 보험사 직원을 사칭하는 사람이 소개한 이른바 생활안전신용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멀쩡한 보험상품이라고 판단해 보험 대출을 통해서 일단 300만 원 대출을 받아놓고선 다른 빚을 갚겠다는 생각에 계약서를 쓰고 11만 원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사기단은 갑자기 말을 바꿔 500만 원이 채워지면 500만 원을 한꺼번에 주겠다며 계속 돈을 보낼 것을 요구했습니다.

11만 원이 아까웠던 진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나오는 월 생계비는 물론 주변에서 빚까지 얻어서 돈을 보냈습니다. 뒤늦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계약서에 적힌 보험사로 연락했더니 ‘생활안전신용보험’이란 상품은 없고 그런 직원도 없다는 설명을 들었고 그때서야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금융감독원에 확인해 보니 생활안전신용보험이라는 상품을 팔고 있는 보험사는 어디에도 없고, 대출을 미끼로 보험 가입이나 증권계좌 개설을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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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단이 사칭했던 하나HSBC생명에서만 진 씨 같은 문의전화가 최근 2주일 사이에 12건이나 왔습니다. 그 가운데 4건은 실제 돈을 송금해 피해를 봤습니다. 피해 액수도 최소 50만 원에서 많게는 1천만  원까지 보냈습니다. 하나HSBC 생명은 급히 고객들에게 조심하라는 안내공지를 올렸지만 다른 보험사를 사칭한 사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 사기단은 전화를 걸면 오히려 당당하게 “사기치는 사람이 전화를 받습니까? 우리는 정식 직원입니다”라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도 자신들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보다는 사기단의 말을 믿고 계속 돈을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심각한 점은 이런 대출 사기는 그나마 법 개정을 통해 처벌이 신속해진 보이스 피싱과 달리 피해를 방지하는 절차도 신속하지 않고, 사기단을 처벌하는 절차 역시 오래 걸리거나 어렵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기 때문에 신고가 늦고 신속하게 처벌하는 절차가 없다 보니까 경찰 등도 증거확보가 쉽지 않아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반면 피해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4월 문을 연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신고센터 상담 건수의 35%나 차지하면서 가장 많은 상담이 이뤄지는 것이 바로 대출사기 입니다. 인지하고 상담을 요청한 건수가 이 정도니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설명입니다.

현재로서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대출을 권하는 전화나 문자에는 절대 응하지 않는 것 뿐입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돈을 송금했다면 의심이 드는 순간 바로 돈을 송금했던 계좌 은행에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지급 정지를 요청해야 합니다. 이것도 사기라는 것을 빨리 인지해야 가능한 방법입니다. 물론 보다 근본적으로는 저신용자들이 생활자금을 대출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햇살론이나 미소금융보다는 보다 정교한 금융상품이 돼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제2금융권에서 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신용자들이 갈 곳이라고는 사기단의 유혹이나 고금리 사채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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