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소비자들이 가짜 양주를 속고 마시지 않기 위해 하는 사업 취지와는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우선 소비자들이 직접 가짜양주 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양주 판매 회사에서 무선인식칩을 부착시켜서 출시를 해도 술을 마시는 소비자들이 그 칩을 읽을 수 없다면 사실상 정책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 취재진이 돌아다녀보니 유흥주점에서 요청을 해도 무선인식칩을 인식할 수 있는 판독기를 가져오는 곳이 없었습니다. 해당 리더기가 없다거나 고장이 났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일부러 내놓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양주에 부착된 무선인식칩이 복사가 된다는 점입니다. 무선인식칩에는 주민번호처럼 각각 고유번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판독기로 칩을 인식하면 이 고유 번호가 나타나게 되는데 취재진이 공인된 리더기와 빈 무선인식칩을 이용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직접 실험해 봤더니 이 고유번호가 복사돼서 빈 칩에 쉽게 옮겨졌습니다. 다시말해 빈 칩만 여러 개를 구해놓는다면 같은 고유번호를 가진 칩 여러 개를 만들어 가짜양주에 부착시킬 수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조작한 칩이 붙어있는 가짜 양주를 술집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내놓을 때 리더기로 찍어 번호가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주면 손님들은 진짜 양주라고 믿고 마실 수 있게 되는 허점이 있는 겁니다.
주류 무선인식칩 사업은 주류 업체들이 연간 80억원의 비용을 투입하고 있고 국세청도 2009년 19억3천만원, 2010년 13억9천만원, 2011년 12억6천만원, 2012년 15억원 등 매년 10억원 이상씩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주류 거래가 투명화되는 측면이 있어 무자료 거래 감소 등 세금포탈을 줄이는데는 어느 정도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제대로 시행되려면 가짜양주 구별하는 부분도 제 역할을 하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국세청이 내년부터 고시를 바꿔서 유흥주점에서 판독기를 비치하지 않으면 제재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일일히 단속하기 쉽지 않을 것인만큼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서둘러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입니다. 정부 내 무선인식칩 사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도 “잘 되고 있다” 는 탁상행정식 반응만 보일 것이 아니라 누구나 손 쉽게 스마트폰으로 리더기를 다운받아서 소비자가 스스로 가짜 양주를 구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이 ‘세계 최초’ 라는 이름에 걸맞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