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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곳곳에 허점인 가짜양주 감별 인식칩

[취재파일] 곳곳에 허점인 가짜양주 감별 인식칩
정부가 가짜 양주 판매를 막고 세금 포탈을 줄이기 위해 양주에 무선인식칩을 붙여서 출시하도록 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양주 판매 회사가 출고하면서 리더기로 칩(태그)을 인식한 뒤 양주를 납품받은 유흥주점에서 물건을 받으면서 다시 리더기로 읽으면 그 정보가 국세청 전산망에 입력되도록 하는 겁니다.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정부 전체의 무선인식사업을 총괄하는 지경부에서 담당하고 있고, 집행은 국세청에서 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미 2008년에 시범사업을 거쳐서 2009년, 2010년에 점차 대상 지역을 넓혀 나갔고 2011년부터는 서울을 포함한 6대 광역시에서 5대 국산 양주 브랜드에 대해 전면적으로 의무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 10월부터는 수입양주까지 포함시켰고 사업 실시 지역도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가짜 양주를 속고 마시지 않기 위해 하는 사업 취지와는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우선 소비자들이 직접 가짜양주 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양주 판매 회사에서 무선인식칩을 부착시켜서 출시를 해도 술을 마시는 소비자들이 그 칩을 읽을 수 없다면 사실상 정책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 취재진이 돌아다녀보니 유흥주점에서 요청을 해도 무선인식칩을 인식할 수 있는 판독기를 가져오는 곳이 없었습니다. 해당 리더기가 없다거나 고장이 났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일부러 내놓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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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나 지경부는 스마트폰 앱으로 판독 리더기를 다운받아 확인할 수 있다고 했지만, 특정 회사 특정 브랜드만 가능했고 이것도 리더기 기능이 있는 유심칩으로 교체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능이 포함된 유심칩으로 교체했을 경우 스마트폰 뱅킹 등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리더기를 사서 보관하거나 리더기 역할만 할 스마트폰을 따로 구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유흥업소 직원들도 이렇게 번거로운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기 꺼려하는데 일반 고객이 다운받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합니다. 모든 양주에 무선인식 칩을 부착해 판매하도록 해서 업체들은 그렇게 시행을 하고 있는데 정작 일선 유흥주점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또 다른 문제는 양주에 부착된 무선인식칩이 복사가 된다는 점입니다. 무선인식칩에는 주민번호처럼 각각 고유번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판독기로 칩을 인식하면 이 고유 번호가 나타나게 되는데 취재진이 공인된 리더기와 빈 무선인식칩을 이용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직접 실험해 봤더니 이 고유번호가 복사돼서 빈 칩에 쉽게 옮겨졌습니다. 다시말해 빈 칩만 여러 개를 구해놓는다면 같은 고유번호를 가진 칩 여러 개를 만들어 가짜양주에 부착시킬 수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조작한 칩이 붙어있는 가짜 양주를 술집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내놓을 때 리더기로 찍어 번호가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주면 손님들은 진짜 양주라고 믿고 마실 수 있게 되는 허점이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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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식되는 고유번호 외에 암호화된 다른 번호도 함께 내장돼 있는데 이 암호화된 번호는 국세청 전산시스템에 등록을 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가짜양주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가짜 양주를 국세청 전산시스템에 등록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방식으로 칩의 고유번호가 쉽게 복사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보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허점을 막는 방법일 겁니다.   

주류 무선인식칩 사업은 주류 업체들이 연간 80억원의 비용을 투입하고 있고 국세청도 2009년 19억3천만원, 2010년 13억9천만원, 2011년 12억6천만원, 2012년 15억원 등 매년 10억원 이상씩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주류 거래가 투명화되는 측면이 있어 무자료 거래 감소 등 세금포탈을 줄이는데는 어느 정도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제대로 시행되려면 가짜양주 구별하는 부분도 제 역할을 하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국세청이 내년부터 고시를 바꿔서 유흥주점에서 판독기를 비치하지 않으면 제재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일일히 단속하기 쉽지 않을 것인만큼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서둘러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입니다. 정부 내 무선인식칩 사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도 “잘 되고 있다” 는 탁상행정식 반응만 보일 것이 아니라 누구나 손 쉽게 스마트폰으로 리더기를 다운받아서 소비자가 스스로 가짜 양주를 구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이 ‘세계 최초’ 라는 이름에 걸맞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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