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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건강검진' 알고 받으세요

건강검진을 받으면 얼마나 병을 잡아낼 수 있을까? 건강검진을 해서 이상이 없으면 정말 내 몸은 건강한 걸까? 건강검진은 항목이 많을수록 좋은 걸까? 또 건강검진은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는 걸까? 이런 궁금증에서 건강검진 시리즈가 시작됐습니다.

의료계는 건강검진에서는 ‘진료’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건강검진은 아파서 받는 게 아니라 내 몸이 질병의 증상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하기 위해서 받는 ‘예진’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건강검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정부에서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사실상 무료로 시행하는 ‘국가건강검진’과 민간의료기관에서 유료로 시행하는 건강검진(보통 ‘종합검진’)으로 나눌 수 있죠.

국가건강검진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서 일반검진, 암검진, 생체전환주기검진, 영유아검진으로 나뉩니다. 일반 검진은 정말 일반적인... 혈액, 혈압, X레이 같은 기본적인 검사를 말하는데 사무직의 경우 2년 마다 한 번, 비 사무직의 경우 매년 받는 걸 기본으로 하죠.
 
암검진은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걸리는 5대 암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을 검사해주는 겁니다. 암 검진은 나이에 따라 받는 대상이 다른데 예를 들어 여성의 경우 30살이 넘으면 유방암을 검사하게 되고, 성별 구분 없이 40살이 넘으면 위암 검사를 받습니다. 대장암은 50살이 넘으면 받고요. 위암의 경우 암이 자라는 기간을 고려해 2년에 한 번, 대장암은 5년에 한 번, 그리고, 간암의 경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런 것들은 그동안 수십 년의 조사와 통계,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어릴 적 만해도 건강검진이라는 것 자체가 전무한 시기였는데 나라에서 해주는 건강검진이 이렇게 좋아졌다니 취재를 하면서도 놀라웠습니다. 실제로 국립암센터의 국가건강검진센터를 찾아갔는데 검진을 받는 분들도 상당히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암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데 이 부분을 국가에서 커버를 해준다는 데 대한 만족감이 컸고요.

국가건강검진은 다양한 곳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각 의료기관마다 우리는 국가건강검진에서 어느 부분을 하겠다고 지정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한 병원이 우리는 일반검진도 하고 암검진도 하겠다며 지정을 해달라고 신청을 하면 정부가 과연 할만한 곳인지 판정을 한 뒤 허가를 내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일반검진은 무료이고 암검진도 사실상 피검자가 내는 돈은 1만 원 안팎입니다. 내가 건강보험 혜택을 보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해당되니 혹시 건강검진을 잘 안 받는 분들은 이 글을 읽으면 꼭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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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병원이 운영하는 건강검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죠. 대형병원은 물론 중소병원도 대부분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합니다. 앞으로는 이를 ‘종합검진’으로 부르겠습니다. 가격은 50만원에서 등급과 항목에 따라 1천만 원이 넘는 검진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부르는 종합검진은 기본 프로그램으로 30가지에 가까운 항목에 50만원에서 80만원정도를 받습니다. 간기능 검사에서 전해질 검사, 고지혈증, 관상동맥, 췌장, 암 표지자, 상복부 초음파, 위내시경, 골밀도, 통풍, 당뇨에 심지어 AIDS 검사까지 정말 다양하고 많습니다.

심지어 요즘은 병원마다 ‘건강증진센터’라는 걸 차려놓고 안락한 시설에 간호사가 1대 1로 안내할 정도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국가건강검진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역시 돈을 내고 받는 ‘종합검진’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돕니다.

그런데, 제가 민간 종합검진을 취재하면서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과연 이게 다 필요한 걸까? 이게 정말 다 필요하다면 국가건강검진은 너무나 부족한 게 아닐까? 종합검진이라는 것 자체가 병원에서는 영리목적도 상당히 차지하는 만큼 쉽게 답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수소문하느라 며칠의 시간이 지나갔고, 어렵게 협조를 구하게 된 것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장인 조비룡 교수였습니다. 한 지상파 라디오의 건강프로그램도 하신터라 잘 알려지신 분인데, 의외로 선뜻 도와주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부탁드린 건 과연 ‘종합검진’ 가운데 특이한 병력이 없는 일반인에겐 불필요한 부분이 더 큰 항목을 골라달라는 아주 까다로운 질문이었습니다. 조 교수는 우선 건강검진의 기본 개념부터 잡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건강검진은 영어로 ‘Screening'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걸려주는 것이죠. 우리말로는 선별검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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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나는 아무 불편함이 없어요. 멀쩡한데 검사를 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병들, 빨리 발견할 수 있는 병들. 그게 이제 선별검사입니다. 그러니까 선별검사는 안하면 발견을 못해요. 하지만 선별검사가 아닌 것들은 아프고 나서 검사를 해도 늦지 않아요. 그래서 결핵 같은 경우 기침을 하고 나서 촬영을 하는 거랑 그냥 멀쩡할 때 발견하는 거랑 큰 차이가 없다라는 거에요. 그러니까 결핵에 대해선 선별검사가 필요 없는 거죠.” 국가건강검진이 바로 이런 선별검사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종합검진 30가지 항목가운데 꼭 필요하지 않는 것, 과도한 검사라는 생각하는 것들을 골라줬습니다. 다음과 같은데요. 암표지자 검사, 폐기능 검사, 심전도 검사, 관상동맥, 갑상선 검사, 췌장검사, 면역혈청검사 등 10가지에 달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암표지자 검사는 본인이 암에 걸렸거나 암에 대해 가족력이 있는 사람만이 하는 검사라는 거죠.

우리나라 민간 종합검진의 경우 ‘검진’의 단계를 이미 넘어서버렸고, 과도한 고급스러운 ‘진료’의 단계에 와버렸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건강검진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을 얼마나 많이 검사하느냐가 아니고 이 사람에게 어떤 그리고, 어느 정도의 검사가 필요한 지에 대한 꼼꼼한 예진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종합검진은 일률적으로 가격을 정해놓고 그 가격에 따라 검사항목을 정해놓은 한마디로 ‘패캐지 상품화’ 되어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사람마다 건강상태가 다르건만 일률적으로 똑같은 검사를 받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 중요한 것은 ‘판독’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많은 검사를 해도 ‘질병’을 찾아내는 판독능력이 떨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검사결과를 놓고 당신에게 필요하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야 몸의 이상이 해결되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 데 사실상 우리나라는 검사에만 모든 걸 쏟아 부을 뿐 이걸 어떻게 판독하고 관리할 지에 대한 노력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매년 건강검진 받아봤자 해당 항목의 수치나 상태가 똑같으면 건강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건강검진에 나오는 항목의 상태나 수치는 약을 먹지 않고도 개선할 수 있는 경우가 80%가 넘는다고 조 교수는 말합니다. 그런데, 매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이건 곧 내 스스로 내 몸의 문제점을 고치려하지 않고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죠. 이 말은 평소 건강관리만 잘해도 건강검진은 국가건강검진 정도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돈 안들이고 충분히 운동과 음식조절로도 가능한 내 건강, 의미없는 곳에 돈 갖다바치면서 별의별 검사는 다 받고 있는 건 아닌지...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복부비만부터 만성위염, 역류성식도염, 지방간, 고지혈증까지 7~8가지의 이상 소견이 늘 따라나오면서도 전혀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건강검진을 얼마나 믿고 계십니까?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내 몸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계십니까? 제가 취재한 결과는 건강은 투자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자발적인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겁니다. 다음엔 건강검진의 허점인 ‘위양성’과 ‘과진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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