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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18대 대선 프레임 전쟁 시작

[취재파일]18대 대선 프레임 전쟁 시작
frame 틀, 액자, 테두리, 구조.

18대 대선의 프레임 전쟁, 막이 올랐습니다.  간발의 차로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먼저 이번 대선의 구도를 규정하러 나섰습니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이번 대선은 미래 세력과 과거 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국가, 한반도 평화가 이 시대의 과제이고 비전임을 분명하게 천명했는데, 박근혜 후보는 역사 인식이 5.16 쿠데타와 유신에 머물러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후보도 대통령 선거 후보등록을 마치고 나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선거는 과거 세력과 미래 세력의 대결"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또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의 대결, 귀족 후보와 서민 후보의 대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벌과 특권층의 비호하는 세력에 맞서, 복지와 민생을 지키는 세력을 선택해달라, 불통하고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에 맞서 소통하고 동행하는 겸손한 대통령을 선택해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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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도 이에 질세라, 이번 대선에 대한 '프레임' 규정에 나섰습니다.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문재인 후보가 이번 대선을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의 대결이라고 했는데, 낡은 정치를 보여준 것은 민주당"이라면서 "문 후보는 낡은 정치의 술수를 모두 보여줬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은 "구태의 정치 대 믿음의 정치, 배신의 정치 대 약속의 정치, 분열의 정치 대 통합의 정치의 대결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오늘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대통령으로 선택받는다면, 국민이 원하는 책임있는 변화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변화라고 하면 긍정적인 변화를 떠올리고, 새롭다고 하면 기존의 것 보다는 좋은 것을 떠올리는 것이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심리이고, 또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구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극에 달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야는 모두 자신들이 '새 정치'를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신新 vs 구舊  프레임은 양 진영 모두에게 '몸에 착 맞는 옷'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진보 진영이 안철수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어쩌면 제일 큰 것은 이 '신구 프레임'이 안철수 후보라야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12년 12월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가장 큰 구호는 '새로움' 지긋지긋한 '구태'로 부터의 탈출이었기 때문에, 그 구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은 안철수였습니다. 게다가 상대후보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구세력'이라고 부르기 좋은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이 서는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진보진영은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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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생생한 과거가 있기 때문에 '새로움'이라는 것이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누가 더 덜 되었느냐를 생각하면 박 후보 보다 덜 되긴 하였지만...그래서인지 문재인 후보 측의 진성준 대변인도 문 후보가 미래 세력인 이유는 미래 비전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래 비전이야 대선 후보라면 다들 제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조금은 약해보입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안철수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 우뚝 서서 '신구 프레임'이 형성되면 가장 불리한 상황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이 박 후보를 과거 세력이라고 몰아 간다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정치평론가들은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맞대결은 상대방 과거에 대한 흠집 잡기에 몰두하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치권에서 선거때마다 왜 프레임을 제시하는지,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무엇과 무엇의 대결이라고 주제를 던져주면서, 유권자들을 단순 명료하게 설득하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긍정적 단어에는 자신의 진영을 끼워 맞추고, 부정적 단어에는 상대 진영을 끼워 맞춥니다. 끼워 맞춘 것이 착~ 몸에 감길 때는 훌륭한 구호로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묶어 주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억지로 단추를 잠근 듯 불편해 보인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겁니다.

두 여야 대선 주자들이 '새 정치'를 표방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고,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두 손을 들어 환영하고 박수를 치며 '꼭 그래주시라'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라도 자신들을 '새로운 세력'이라고 이름 지어 놓고 부르짖고 다닌다면 이렇게 조용히 말리고 싶습니다. "여기서...이러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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