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절벽(fiscal cliff)' 협상을 앞두고 미국 공화당 상·하원의원들이 증세에 반대해온 로비스트인 그로버 노퀴스트와 속속 결별을 선언하고 있다.
1985년 '세금 개혁을 위한 미국인'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이끄는 노퀴스트는 세금 인상에 반대하는 내용의 이른바 '납세자 보호 서약'을 대부분 공화당 상·하원의원들로부터 받아내 지난 20년간 공화당을 '비과세(no taxation) 정당'으로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최근 공화당 소속 색스비 챔블리스(조지아) 상원의원이 이 로비스트와의 연대를 끊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반란'은 6천억 달러 규모의 증세 및 연방 정부 지출 감축을 뜻하는 재정 절벽을 타개하기 위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및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협상을 코앞에 두고 나온 것이다.
챔블리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20년 해묵은 서약보다는 나라가 더 걱정된다"며 "이런 식으로 간다면 미국은 빚더미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노퀴스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버지니아) 상원의원 등과 함께 재정 절벽을 피하고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를 줄이고자 지난해 초당적으로 구성된 '8인 위원회'(Gang of Eight)를 주도하고 있다.
양당은 지난해 연방 정부의 부채 상한선 증액에 합의하면서 슈퍼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10년간 1조 2천억 달러의 재정적자 추가 감축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합의에 실패하면 당장 내년 1월부터 연간 1천 100억 달러를 국방비와 비국방비 부문에서 절반씩 깎기로 한 바 있다.
슈퍼위원회는 합의 도출에 실패했고 '슈퍼 로비스트'로 불리는 노퀴스트는 민주당으로부터 위원회를 한 손으로 좌절시킨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어떤 세금 인상안에도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맹세하는 내용의 노퀴스트 서약은 미국에서 보수주의자임을 선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공화당과 밋 롬니 대통령 후보가 지난 6일 대통령 선거에서 패하고 나서, 그리고 공화당 일부 지도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려면 세수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챔블리스는 "노퀴스트에게는 채무를 감축할 방안이 없다. 그의 계획이란 적자를 계속 불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와 근본적으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퀴스트는 이에 대해 챔블리스가 지난해 세율을 낮추고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세수를 창출하는 '친(親) 성장 전략'을 지지한다는 공개서한을 자신에게 보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노퀴스트는 "챔블리스는 세금을 올림으로써 큰 정부를 지향하기보다 정부를 개혁하겠다고 조지아 주민들에게 약속했다"고 반박했다.
증세 반대 서약에 서명하지 않고도 재선에 성공한 스캇 리겔(버지니아) 하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상·하원의원과 참모들도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노퀴스트의 강경책이 의회 협상력을 약화시킨다고 볼멘소리를 해왔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스티브 라투레(오하이오) 하원의원 등도 마찬가지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하원의 공화당 의원 중 서약에 사인하지 않은 의원은 16명으로, 현행 하원(6명)보다 크게 늘었고 하원에서 상원으로 옮긴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 당선자도 아직 서명하지 않고 있다.
공화당 일부 의원이 유연함을 보이고는 있지만 미국 정치권이 재정 협상을 타개할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협상의 핵심 인물인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재정 절벽 협상 기간에 건강보험개혁법, 이른바 오바마케어의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들에 대한 증세 방침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개진하자 공화당 측에서도 건강보험개혁법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며 맞불을 놓은 셈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미 공화 의원들, '증세 반대' 로비스트와 속속 결별
'재정절벽' 협상에 유연할지 관심…챔블리스 상원의원 "'노퀴스트 해법' 비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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