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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합의에도 긴장-혼선 여전한 가자지구"

"휴전 합의에도 긴장-혼선 여전한 가자지구"
가자지구 동쪽의 이스라엘 경계선과 인접한 아바쌈 마을.

에야드 쿠다이는 이곳에서 12년을 사는 동안 집 바깥에 나와서 동쪽으로 단 20야드(18m 가량)도 걸어가 본 적이 없다.

이스라엘에 의해 이 일대 모든 지역이 `접근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3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그는 어린 네 딸의 손을 잡고 동쪽으로 무려 300야드(274m)를 걸었다.

이스라엘과의 휴전 합의에 한껏 고무됐던 탓이다.

쿠아디는 그곳에 있는 조그만 땅뙤기에 한때 부친이 그랬듯이 밀과 보리를 심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마치 굶주린 사람이 양고기와 땅콩으로 만든 진수성찬을 만난 심정"이라며 국경의 철조망에 손을 얹은 그는 문자 그대로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전 11시가 되자 너무나 익숙한 총성이 다시 울리면서 주변 사람들의 발 아래에서 흙먼지가 날렸다.

쿠다이의 사촌 안와르 쿠다이(20)가 사망하고 다른 9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국경을 넘으려는 시도를 저지하려고 군인들이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해명했다.

이로 인해 8일 간의 교전에 종지부를 찍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휴전 합의가 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둘러싼 혼선이 계속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하마스는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에 합의한 이후 이스라엘로부터 많은 양보를 이끌어냈다며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적대행위의 즉각적인 중지 외에는 아무 것도 합의된 게 없다면서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하마스가 얻은 것이라고는 육필 대신 활자로 된 문서가 전부"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경계선을 비롯한 여러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아직 논의는 시작되지 않았고 지금으로서는 언제 시작될지도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다이를 비롯한 접경지역 팔레스타인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비옥한 땅을 코앞에 두고도 수십 년간 접근하지 못했던 이들은 휴전 합의가 이뤄진 만큼 이제는 그 땅을 자유롭게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22∼23일 이틀 연속 경계선 철책으로 대거 모여든 것도 그런 기대감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하마스가 휴전 합의로 가자지구 동쪽과 북쪽에 설치된 `완충지대'에서의 이동 제한을 비롯한 접경 봉쇄가 완화됐다고 발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마스는 이것이 자신들이 얻어낸 `삶의 질' 개선 성과의 하나에 불과하다며 어부들의 해안선 3마일 이내 조업 규정도 완화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아울러 경계선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과 물품의 범위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아직 추가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정책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강경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3일 발생한 총격 사건을 계기로 가자 사태가 다시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마스가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이번 사태를 휴전 합의 파기의 구실로 삼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리아드 알-말키 팔레스타인 외교장관도 "휴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나 예외적 사례이기를 바란다"며 이스라엘을 강하게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사례가 반복될 경우 팔레스타인의 인내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기관 `지혜의 집' 대표로 하마스 지도부와 친분이 깊은 아메드 유시프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봉쇄에서 해제됐음을 느끼도록 하는 점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휴전 합의가 준수되겠지만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면 (폭력사태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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