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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CJ, 이제는 '조상 모시기' 두고 다툼?

[취재파일] 삼성-CJ, 이제는 '조상 모시기' 두고 다툼?
지난 주 이병철 전 삼성회장의 25주기 추모식을 앞두고 장자 이맹희씨 기업 CJ에서 보도자료를 냈다. 추모식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삼성 호암재단이 CJ그룹 비서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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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지난 24년 동안 매년 이 전 회장의 추모식은 기일인 11월19일 전후해 가족행사로 치러왔고 참석한 가족들끼리 식사도 같이 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추모식때마다 매년 출입한 정문을 막고 뒷문을 쓰라면서 맏며느리인 손복남씨가 매해 제수준비를 해 왔던 한옥을 갑자기 쓰지 말라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삼성에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선영에 정문과 후문은 없으며 가장 가까운 문을 안내한 것이다', '모든 제수는 호암재단에서 준비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제수준비를 할 필요가 없으니 한옥 이용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그렇게 아버지(故 이 회장)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라면 왜 (상속재산) 소송을 내서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냐'는 말까지 나왔다.

삼성에서는 올 2월 불거진 차명 상속 주식 소송과 미행사건 등으로 CJ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만큼 이제 추모식 등 집안일도 자신들이 실질적 장자(長子)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우리네 정서에서 삼성이 어떤 주장을 한다고 해도 선뜻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이다. 장자가 부모님의 제사를 모시는 것은 유교적 상식에서는 당연한 것이고 장자 집안과 사이가 안 좋다고 해서 그들을 마치 배제하는 듯한 모습은 오히려 일반인들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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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CJ의 행동이 옳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이건 다분히 내밀한 가족끼리의 일(자신들도 보도자료에 기재했듯이)이고 엄밀히 이맹희 일가, 이건희 일가 사이의 일이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자신들이 제사에서 배제되는 것 같으니 직접 그룹까지 나서서 보도자료까지 내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걸 보면 정말 장자(長子)의 집안이 할 행동인가 싶다.

지난 19일 실제 추모식은 반쪽으로 치러졌다. 양 집안에 충돌이 벌어지지 않겠냐는 세간의 예상과는 달리 행사는 조용히 진행됐다. 오전에 이건희 회장측이 먼저 와서 추모식을 가졌고, 장손자 CJ 이재현 회장은 당초 오후에 따로 선영을 찾기로 했지만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상속소송에서 불거진 형제간의 감정대립이 결국 선대회장의 추모식까지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정말 이런 모습을 이병철 전 회장이 하늘에서 본다면 무슨 말을 할 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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