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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비자 부담만 늘리고 있는 카드수수료 전쟁

[취재파일] 소비자 부담만 늘리고 있는 카드수수료 전쟁
카드수수료 2차 대전이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는 제법 덩치가 큽니다. 카드수수료와 관련해서 우월적 지위를 누려온 ‘수퍼 갑’ 대형마트, 보험사, 통신사 같은 대형 가맹점이 발끈하면서 카드사와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1차 대전은 중소가맹점과 카드사들의 싸움이었습니다. 상생이란 사회적 여론과 총선을 앞둔 시기적 장점이 맞물려 자영업자 단체들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주로 자영업자들인 중소가맹점 업주들은 그 동안 카드 매출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비싸게 내왔던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는 법 개정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가맹점 수수료율 부과 체계도 바뀌어 업종 별 수수료율 적용이 아니라 매출 규모 별 적용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중소가맹점은 수수료율이 떨어져 연 매출 2억원 이하는 1.5%의 수수료율만 적용받게 됐습니다.

반면 대형 가맹점들은 수수료율이 인상될 상황이 됐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내왔다는 이유입니다. 이미 인하된 수수료율이 적용된 중소가맹점과 달리 연 카드 매출 천 억원 이상인 대형가맹점은 변경된 수수료율이 12월 22일부터 적용받습니다. 한 달 전인 11월 22일까지는 카드사가 대형 가맹점에 변경된 수수료율을 통보해야 돼 속속 결과를 받아보고 있는데 인상 폭이 높다는 생각에 대형 가맹점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전면전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곳이 보험사와 통신사입니다. 현재 평균 2% 가맹점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은 평균 2.4%~2.6%로 인상되자 연간 500억~700억원 정도 부담이 증가한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지금까지는 손해보험사들이 특정 카드와 계약을 한 뒤 카드 매출이 증가하는 것에 비례해 수수료율이 떨어지는 이른바 ‘슬라이딩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이 시스템도 폐지돼 부담이 더 크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수수료 인상으로 비용이 늘어나면 보험원가에 반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최근 손해율 인하로 검토하던 보험료 인하는 어려워지고 오히려 보험료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나섰습니다. 일부 손해보험사는 생명보험사처럼 카드 결제를 중단하고 자동이체를 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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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KT,LGU+ 등 통신사업자들은 더 격앙돼 있습니다. 통산사업자들은 현재 1.5%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었는데 이번에 최대 2.5%로 1%포인트나 인상되면서 연간 900억원에서 1,2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겼다고 밝혔습니다. 통신요금은 카드결제를 하면 주로 자동이체를 통해 납부가 되는데다 카드사와 통신사,VAN사가 공동으로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는 특수결제 시장이라 카드수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운송, 조달비용이 적게드는데도 납득할 수 없는 기준으로 올렸다고 반발합니다.

통신사 역시 이대로 적용되면 통신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고, 카드사와 제휴한 할인 혜택을 폐지하는 것은 물론 마일리지도 축소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카드 축소나 카드 가맹점 해지도 검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삼성카드와 독점계약으로 0.7%라는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던 코스트코는 삼성카드가 최소 1.5%로 수수료 수준을 배 이상 올리자 계약해지와 위약금 청구 소송을 내겠다며 압박을 하고 있고,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들도 카드 할인 혜택 폐지, 계약 해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그 동안 싼 수수료를 내 온 대형 가맹점이 고통 분담을 하는 것이 개정 법의 취지이며 법을 지키지 않으면 카드사가 최고 영업정지 3개월까지 받을 수 있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변경된 수수료율도 무리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책정된 것이라며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2월 22일까지 협상 시한이 남아있긴 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뚜렷하기 때문에 타협이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가 수수료 인상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벌인 결과가 슬그머니 침묵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장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을 들고 나온 것이나 통신사가 통신요금 인상을 거론한 것은 협상 카드라기 보다는 추가 비용 부담을 자신들이 떠안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들도 카드 할인 혜택을 줄이거나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 혜택을 축소할 수 있습니다. 선례도 있습니다. 이미 카드사들은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춘 뒤 수익 감소를 이유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던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을 잇따라 폐지했습니다.

부가서비스를 보고 카드에 가입한 고객들은 자꾸 줄어드는 혜택에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소비자들은 대형가맹점과 카드사들의 싸움에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대형 가맹점 부담이 늘어나면 각종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고, 카드사 부담이 늘어나면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와 연회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보기에 따라선 카드 고객들이 지금까지 혜택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런 혜택 때문에 여러 장의 카드를 만들도록 한 책임을 카드 고객들에게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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