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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금지되고 있는 음식 푸아그라

[취재파일] 금지되고 있는 음식 푸아그라
흔히 세계 3대 요리라고 하면, 철갑상어 알인 캐비아, 송로버섯 트뤼프, 그리고 오리나 거위의 간으로 만든 푸아그라(Foie Gras)를 꼽습니다. 떡갈나무 숲의 땅 속에서 자라는 버섯으로 인공재배가 안 되는 트뤼프나, 일부에서 양식은 하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은 철갑상어 알 캐비아와 달리, 푸아그라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서 다른 두 음식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그 생산 과정이 비인도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미국의 캘리포니아주가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했고, 이달부터는 이탈리아에서도 판매가 중단되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오리나 거위에게 강제로 사료를 주입하는 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프랑스어 Foie Gras에서, Foie는 간이라는 뜻이고 Gras는 ‘지방질의’, 또는 ‘살이 찐’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푸아그라는 쌀 찐 지방질의 간이라는 의미인데, 실제로는 ‘부은 지방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유래는 4,500년 전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당시에는 철새였던 야생 거위를 대이동 직전에 잡으면 고기 보다 간의 맛이 뛰어났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거위들이 이동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먹이를 먹어서 여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지방의 형태로 간에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위의 이동철이 아니라 1년 내내 그 맛을 즐기기 위해 거위를 가금류로 길들인 뒤 의도적으로 많은 양의 먹이를 먹여서 간을 붓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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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로 Gavage라는 단어가 바로 강제로 먹이를 주입한다는 뜻인데요, 프랑스에 이런 거위 간 생산 방식이 전해진 것은 프랑스 동부의 알자스(Alsace) 지방에 유대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유대인들이 거위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서남부의 페리고르(perigord) 지방과 함께 알자스 지방이 최고의 푸아그라를 만드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푸아그라를 만드는 것은, 거위나 오리알이 부화할 때부터 시작됩니다. 간을 잘 붓게 만들기 위해서는 암놈보다는 수놈이 효율적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알에서 부화한 거위와 오리 중에 암놈은 일단 분리시킵니다. 수놈만 골라서 어느 정도 크기가 되도록 사육한 뒤 3~4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하루에 3회 정도 강제로 엄청난 양의 먹이를 주입합니다. 이 과정이 주로 문제가 된 것인데요, 튜브를 통해 거위나 오리에게 강제로 먹이를 주입하는 것이 비인도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거위나 오리를 도살하면 뱃속의 3분의 2 정도가 간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정상적인 거위나 오리 간의 10배가 넘는 크기죠. 그것도 지방질로 채워져서 부드러운 향을 내며 최고의 요리 재료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비인도적인’ 제조과정 때문에 Gavage 방식의 푸아그라 제조는 유럽의회도 금지 법안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12개국이 채택했습니다. 아직까지 Gavage 방식의 푸아그라 제조를 허용하는 나라는 프랑스를 비롯해 스페인, 벨기에, 헝가리, 불가리아 등 5개 나라뿐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2011년 2만 톤의 푸아그라를 생산했는데, 전세계 생산량의 75%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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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비난과 달리 프랑스 사람들은 강제로 먹이를 주입하는 Gavage 방식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농장들을 견학하며 요리 재료를 만드는 당연한 제조과정으로 배우기도 하죠. 일부 비위생적인 대량 생산 농장이 있겠지만, 그런 농장이 전부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푸아그라를 문제 삼을 경우, 맛있는 육질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에 갇혀 꼼짝 못하는 소나 돼지, 빽빽한 사육장에서 24시간 계란을 생산해야 하는 닭도 다 문제가 될 것입니다.

푸아그라는 사실 프랑스에서도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닙니다. 트뤼프나 캐비아 보다는 싸지만, 여전히 서민들에게는 비싸기 때문이죠. 그래서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에 온 가족이 모일 때 별식으로 먹는 음식입니다. 그런 음식 문화에 대해 외국에서 문제를 삼으니 프랑스 사람들은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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