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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까막눈의 할머니들, 시인이 되다

<앵커>

'ㄱ' 'ㄴ' 도 제대로 모르던 '까막눈'의 할머니들이 시집을 출간하고 어엿한 시인이 됐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근대사 과정에서 여인으로서 겪었던 고단한 삶을 담았습니다.

구준회 기자입니다.



<기자> 

책을 받아든 할머니들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피어납니다.

깔끔한 표지에 그림이 곁들어진 책의 제목은 '날보고 시를 쓰라고' 옥천군 안내면에 사는 할머니 23명이 자작 시를 모아 출간한 첫 시집입니다.

[염금옥/83세, 옥천군 안내면 : 때로는 써놓고 내가 다시 볼 때는 '아, 나도 이렇게 쓰게 되는구나.' 기뻤지요.]

[김오영/78세, 옥천군 안내면 : 내 생전에 이런 시를 쓴다는 게 정말 감동스럽고 행복하고 좋네요.]

할머니들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루에 3시간, 매주 두 차례씩 시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한글을 깨친 지 불과 5~6년, 평균 연령 79세의 할머니들에겐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시인의 꿈이 마침내 이뤄졌습니다.

투박한 시구에는 질곡의 근대사를 거쳐 외롭고 힘들었던 농촌 여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홍종예/72세, 옥천군 안내면 : 감기는 눈 애써 떠가며 못하는 글을 써보는데 날 울리고 날 웃게도 한 진한 흔적 남몰래 밤새워 써봅니다.]

이렇게 시집에 수록된 시는 모두 127편.

뛰어난 기교도 문장력도 없지만, 잔잔한 감동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황예순/시인 : 시가 어머니들 삶을 표현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요, 어머니들 역시 시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표출하는데 아주 큰 기쁨을 누리신 것 같아요.]

힘들고 고단한 지난 삶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승화시킨 할머니들의 시가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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