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무용수 최승희의 딸인 안성희의 장구춤과 가수 왕수복의 '아리랑' 독창 등 1950년대 북한 공연예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영상자료가 나와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임영상 교수(사학과)는 북한 공연예술단이 1955년 9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오페라극장에서 펼친 공연 실황 영상필름을 2007년 카자흐 국립영상물기록보관소에서 찾아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보관해왔으며 16일 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문화재청의 후원으로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연구센터(센터장 임영상)와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이 수행한 조사연구 결과는 16일 오후 1시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회의실에서 열리는 '독립국가연합(CIS) 고려인 공동체 무형유산 전승실태 연구성과 발표회'에서 공개된다.
구소련 시기 북한 공연예술단의 중앙아시아 순회 공연물로 추정되는 4분 분량의 '아리랑' 영상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소개됐거나 기록만으로 전해진 '장구춤의 달인' 안성희, 장검무의 나숙희, 일제 강점기 조선을 신민요로 사로잡은 왕수복의 공연 모습을 눈으로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무용 전문가인 이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무형문화유산 전통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주체철학이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전인 50∼60년대 북한 공연예술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자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희 제자의 영상은 그동안 많이 발굴됐지만 딸 등 아래 세대로 이어지는 전승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은 거의 없었다.
이 교수는 "북한 민속성악을 발전시킨 왕수복의 공연 실황을 보면 당시만 해도 남한과 북한의 민요 창법이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며 "남북 분단 후 북한 공연예술의 변화 과정도 추정케 해준다"고 평가했다.
고려인의 퉁소 연주 영상도 희귀한 자료로 꼽힌다.
퉁소는 전 세계에 퍼진 한민족을 잇는 중요한 상징이기도 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퉁소의 본고장인 함경도 지역에서 시나위의 맥이 끊어져 북한 퉁소 음악 전통의 전승 현황을 알기 어려웠다.
이 영상 자료는 북한 체제하에서 함경도 퉁소 음악이 어떻게 변형됐는지를 보여주므로 학술적 가치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함경도 퉁소 음악이 중국의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나 고려인 사회에 보급돼 나름대로 변화 발전을 겪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 안무가인 김영순(75) 최승희 무용연구원장은 "안성희가 어머니에게 춤을 배운 뒤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발레무용대학으로 유학을 떠났으며 귀국 후 러시아 '집시춤'을 전영미(옛 이름 전영자·75)에게 전수했다"고 설명했다.
안성희는 1967년 최승희가 돌연 숙청되자 곧바로 오빠(또는 남동생)와 함께 자취를 감춘 이래 누구도 행방을 알지 못했다고 김 원장은 밝혔다.
나숙희는 철도성 예술단 소속 안무가였으며 남편은 국립예술극장 성악가였다고 김 원장은 소개했다.
평양 기생학교 출신인 왕수복(1917~2003)은 신민요 가수이자 메조소프라노로 활동했다.
1935년 '삼천리'가 실시한 인기투표에서 선우일선, 이난영에 앞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59년 북한 공훈배우 칭호를 받았고 현재 애국 열사릉에 묻혀 있다.
한편 'CIS 고려인 공동체 무형유산 전승실태 연구성과 발표회' 1부(학술발표)에서는 임 교수가 '고려인 사회의 전통공연예술: 고려극장과 소인예술단', 이복규 교수(서경대)는 '중앙아 고려인 구전설화 수집 성과'란 제목으로 각각 발표한다.
이병조 교수(한국외대)는 강현모 교수(한남대)와 '카자흐·키르기스스탄 고려인 사회와 무형문화유산'을 소개한 뒤 안상경 교수(충북대)와도 '우즈벡·러시아 고려인 사회와 무형문화유산'을 발표한다.
2부(종합토론)에서는 '고려인 사회 무형문화유산, 어떻게 수집하고 활용할 것인가'란 주제 아래 이진원(한국예술종합학교), 허용호(동국대), 장경희(한서대) 교수 등이 토론을 펼친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희 딸 장구춤 등 미공개 北 영상자료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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