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600만 비정규직 '저마다 해결사'

[취재파일] 600만 비정규직 '저마다 해결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괴로움은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2년간 계약 기간이 끝나도 정규직으로 바뀌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월급을 이래 저래 적게 받습니다. 2년 뒤에 떠나는 회사 동료들을 어느새인가 당연히 여기게 되고, 아무리 오래 일해도 그 일에 대한 노하우와 업무의 질적 차이를 급여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런 비정규직이 고용노동부 통계로만 577만명에 달합니다. 또 고용노동부의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61%에 불과하고, 정규직 전환 비율도 29%에 그칩니다. 처음에는 기업의 고용 유연성을 보장하는 좋은 제도 같았지만 그 보다는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갖지 못하는 '차별받는 사람들'을 양산시킨 측면이 더 커지고 말았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대선 공약의 앞자리에 꼽고 있습니다. 그 숫자가 만만치 않은 만큼, 비정규직 문제를 실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후보가 있다면, 든든한 지지층을 갖게 되는 셈이기도 할 겁니다.
이미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지난 10월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에는 100% 공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후보는 일단 차별의 범주에 수당이나 명절 상여금도 포함해서 동종업무라면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차별시정제도가 '불이익'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점을 고려해 '대표구제신청제도'를 신설해, 대표자나 대표 단체가 차별시정을 신청하면 해당자 모두에게 조치가 미치도록 했습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고용평등법 제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문재인 후보가 전국민고용평등법, 안철수 후보가 고용평등 기본법으로 아주 조금 다릅니다만 주 내용은 '동일 가치 노동에 동일임금, 동일 처우'라는 대 원칙을 법으로 명시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각종 차별적 요소들을 시정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세 후보 모두 필요 이상으로 늘어난 비정규직을 줄여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비정규직 비율을 현재 30% 대에서 OECD평균인 10%대로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비정규직 비율을 정부 공식통계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노동계 추산치를 수용해 올 3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숫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48%에 이르고 800만명이라고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비정규직을 차기 대통령 임기내에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숫자 목표치를 아직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세 후보는 그 첫번째 해법으로 공공부문에서 상시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분류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제가 국회에서 주로 취재를 하고 있는데, 지난 해에 국회 청소용역직 근로자들이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의 결단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을 보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국회 정규직'이라는  변화된 일자리에 활짝 웃으며 맡은 일은 하시던 아주머니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박근혜 후보는 2015년까지 그러니까 차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고 3년안에 공공부문 상시업무 비정규직은 없애겠다고 공약했고, 문재인 후보는 2017년까지 완료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2년이 넘는 상시 직무에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한에 대해서는 못박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캠프에 따르면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45만명정도 되는데 이 가운데 상시업무 비정규직은  20~2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전체 비정규직 약 600만명 가운데 25만명이 정규직 전환의 기쁨을 얻겠지만 나머지 5백만명이 넘는 비정규직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고용 형태를 법적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이 민간 기업의 비정규직 문제가 커다란 바위처럼 대선 후보들 앞에 던져져 있는 것입니다.
이미지
세 후보는 모두, '고용 공시제도'를 민간기업에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에 정규직 몇명, 비정규직 몇명. LG전자에 몇명, 이런 식으로 정기적으로 공개를 하도록 해서, 국민들의 지탄을 받든지, 칭찬을 받든지 하라는 겁니다. 이를 통해 기업이 정규직 비중을 어느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리라는 기대입니다.

각 캠프의 정책 담당자들은, 기업에 어떤 이행강제금 같은 '패널티'를 주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금전적 벌칙이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분을 뛰어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벌금을 내고 만다는 겁니다. 그래서 돈 보다 무서운 '공개'를 선택했다고 설명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중소기업의 경우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대폭 확대해주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또 대기업은 노사공동기금을 만들게 해서 정규직 전환 지원금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파견이나 위장도급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엄단하겠다는 것은 세 후보가 모두 공통된 입장입니다. 특히 이같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근로자의 손해액을 기업이 몇배로 배상하는 '징벌적 배상제도'를 세 후보도 모두 공약했습니다.

번듯한 일자리 만큼, 평범한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비정규직 문제 만큼은 확실하게 실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