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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특검 연장 거부 과연 정당했나

한계와 모순 드러낸 특검법

[취재파일] 특검 연장 거부 과연 정당했나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사건 수사를 해온 특검이 내일(14일) 수사를 마무리합니다. 이광범 특검이 요청한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이명박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내곡동 특검은 역대 최단 기간인 30일짜리 특검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내일 사실상 활동을 끝냅니다. 재판이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특검의 임무가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상 수사가 종료되면 활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 청와대는 연장 신청을 거부하면서 몇 가지 이유를 댔습니다.  ▲ 이번 사건의 결론을 내리기에 필요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된다 ▲ 청와대는 특검 수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했다 ▲ 수사가 길어질 경우 임기말 국정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엄정한 대선관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연장신청 불승인의 이유입니다. 특검법상 연장 승인을 할지 말지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특검은 이에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연장 거부 자체는 적법한 의사 결정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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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청와대의 해명 가운데 앞의 두 가지, "필요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거나 "청와대가 특검 수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했다"는 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의할지는 의문입니다. 수사 기간이 보름 연장돼 수사 결과 발표가 11월 29일에 이뤄질 경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공감이 가지만, 앞의 두 이유는 취재기자로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우선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판단은 청와대가 아닌 특검이 내릴 부분입니다. 특검은 이시형씨에게 6억원을 건넨 이상은 다스 회장의 부인 박모 씨를 소환 조사하려 했지만, 박 씨의 거부로 끝내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이시형 씨와 수천만원 대 돈거래 정황이 확인된 김윤옥 여사의 측근 설 모 씨도 출국금지까지 하고 조사하려 했지만 역시 협조를 받지 못해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은 어떤가요. 특검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필요한 자료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시형 씨가 작성했다는 차용증의 원본 파일도 끝내 제출받지 못했고, 시형 씨의 서면진술서를 대필한 청와대 직원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제3의 장소에서 임의로 제출받으려던 자료는 맹탕이었고, 직접 경호처를 보겠다는 특검의 요구에는 보안 시설 압수수색에는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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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난관에 봉착한 특검은 항상 "청와대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수사 협조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협조를 받지 못하고 연장 승인까지 거부당해 30일 만에 수사를 접게 된 것입니다. 수사 주체는 "수사할 게 더 남아있다, 꼭 조사가 필요한 사람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하는데 수사 대상인 청와대가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평가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법이 규정한대로, 대통령의 권한으로 연장 승인을 불허한 것이니 특검으로서도 "결정권자의 결정에 따를 뿐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밖에 할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청와대는 특검법 통과 이후 특정 정당의 추천을 받은 특검은 정치 특검인 만큼 위헌 요소가 있고, 이에 따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대승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습니다. 그 와중에 악법도 법이어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마무리된 지금 특검법의 한계와 모순을 향유한 것은 과연 어느 쪽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특정 정당의 추천을 받은 특별 검사의 정당성, 청와대가 수사 대상일 때 연장 승인권이나 보고 받을 권리 등을 주는 게 합당한 지도 다시 따져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 특검이 그저 정치권 다툼에서 촉발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한계에 대해서도,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하는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게 우선이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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