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인가 사무소는 왜 생길까요?
법무법인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주사무소를 인가 받습니다. 또 분사무소, 즉 새끼 사무소를 인가 받을 수 있습니다. 인가 받은 사무소는 관할 법원에 등기해야 합니다. 사무소 주소와 층수까지 적습니다. 주사무소를 인가받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만큼 쉽게 적발될 수 있고, 그것은 자살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분사무소입니다. 새끼 사무소를 늘릴수록 사건을 많이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로펌은 궁극적으로 분사무소 확장 유혹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가맹점 무한 확장의 욕망을 느끼는 프랜차이즈와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사법은 그래서 이 확장의 욕망을 제어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법 시행령 12조는 시군구 관할 구역마다 분사무소를 ‘1개’ 둘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서울 서초구를 예로 들면, 로펌은 서초구 한 곳에 주사무소 하나와 분사무소 하나, 이렇게 두 개까지만 사무소를 설립할 수 있습니다. 3개부터는 ‘반칙=불법’입니다. 한 로펌이 한 구역에 무분별하게 분사무소를 두면 해롭다는 것이 이 조항의 입법 취지입니다. 결국 로펌의 사업 확장 욕망이 넘치고 넘쳐, 법무부장관의 인가 없이 분사무소를 만들게 되면, 그것이 ‘미인가 사무소’가 되는 것입니다. 사건 의뢰인이 사무소를 겉으로만 봐서 인가 여부를 알아낼 도리는 없습니다.
# 미인가 사무소는 얼마나 많죠?
발로 확인했습니다. 우선 서울중앙지법 앞 서초역에서 교대역까지, 골목마다 있는 로펌의 이름과 사무소 주소를 깨알같이 적었습니다. 딱 80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법무부에 서울 서초동에서 정식 인가를 받은 로펌 사무소 목록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결과를 받는데 한 달 정도 걸렸습니다. 제가 적은 로펌 사무소 이름과 주소가 법무부 목록에 있는지 없는지 하나씩 대조했습니다. 그 결과 로펌 사무소 80곳 가운데 21곳이 법무부 목록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무소 4곳 가운데 1곳이 미인가 사무소라는 얘기입니다. 재수 없으면 걸리는 곳 정도로 알았는데, 25% 정도면 예상보다 꽤 높은 수치입니다.
사실 법무부 인가 목록에 있는 로펌 사무소는 주사무소와 분사무소를 포함해 총 335개입니다. 300곳이 넘는 사무소를 제가 직접 확인하는 것은 힘들어 80곳을 추린 것이었는데, 만일 서초동을 전수 조사한다면 미인가 사무소가 50~60곳은 족히 넘을 것입니다. 또 335개는 서울 서초동만 그렇다는 것이고, 전국적으로는 수백 곳의 사무소가 미인가 상태일 거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왜 굳이 골목을 누비는 수고를 감수했느냐면, 법무부가 그 수고를 감수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법무부는 최근 미인가 사무소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미인가 사무소가 얼마나 많은지, 정부는 모릅니다. 법무부 담당자로부터 이 답변 받는 데, 이틀 걸렸습니다.
# 간판 3개부터는 '반칙'
서울 서초동 로펌 사무소 21곳을 미인가 상태로 확인했지만, 그것이 방송사 메인뉴스에 보도될 만큼 죄질이 나쁜 반칙인지는 확실치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로펌이 서초동의 다른 빌딩으로 분사무소를 옮기는 과정에서 법무부 인가를 받지 않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현행법상 분사무소를 이사할 때도(주소 변경) 법무부장관의 정관 변경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만, 그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기사가 약했습니다. 큰 반칙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무단횡단을 리포트 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똑 떨어지는 반칙을 찾아냈습니다. 21개 로펌 가운데 서초구에 간판을 3개 달고 영업하는 로펌 두 곳을 확인한 것입니다. 한 자치구 안에는 로펌 사무소가 2개까지만 가능하다는 거, 기억나시죠? 사무소 이사 과정에서 벌어진 행정 착오가 아니라, 로펌의 영업 확장 욕망이 가져온 현행법 위반 행위입니다. 서로 다른 건물 3곳에서, 서로 다른 색깔과, 서로 다른 글자체의 간판을 달아놓았지만, 모두 같은 로펌의 사무소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등기국에는 해당 로펌의 이름이 하나만 등기돼 있으니, 3개의 사무소는 같은 법인이 틀림 없습니다.
해당 로펌은 서로 떨어져 있는 사무소 3곳이 하나의 주사무소라고 해명했습니다. 사무소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법률적으로 하나라는 주장입니다. 변호사법상 사무소 공간이 부족하면 다른 건물에 있는 사무소를 합쳐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그 경우에 해당한다는 얘기입니다. 서초동에 오피스가 충분치 않으니까, 로펌 대형화 추세에 맞춰 마련된 규정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무소를 확장하는 데도 물론 법무부 인가가 필요합니다. 두 개의 사무소를 하나로 인정해주는 명확한 잣대는 없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사무소 간 거리와 접근성 등을 고려해 법무부에 의견을 제시하는데, 해당 로펌은 이런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변협은 이에 대해, 해당 로펌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그래서 어쨌다고?
취재기자는 말합니다. "이거 변호사법 위반인데요." 데스크는 묻습니다. “그래서 어쨌다고?”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아이템 킬입니다. 세상에 널린 것이 불법과 반칙인데, 시청자와 아무 관련이 없는 불법과 반칙을, 굳이 뉴스를 통해 알려줄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소한 불법을 방송뉴스에서 지적하는 것은 그래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시청자가 왜 알아야 하는 정보인지, 짧은 리포트 시간을 쪼개 친절하고 압축적으로 설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과대학 교수의 권위를 빌려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제완 교수는 미인가 로펌 사무소의 폐해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사무소가 늘면 변호사가 필연적으로 사무소에 상주할 수 없게 된다, 변론 업무에 공백이 생긴다, 변호사가 사건을 장악하고 의뢰인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자꾸 사무장과 다른 직원이 일을 진행하게 된다, 심지어 사건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 결국 변론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불량 서비스’ 우려가 크다는 얘기죠. 물론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무소니까, 현금 장사를 통한 탈세의 유혹도 강렬할 것입니다.
실제로 서초동 미인가 사무소에 사건을 맡겼다가 낭패를 본 한 남성의 사례도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갔던 사무소가 미인가인 줄 까맣게 몰랐는데, 직원들이 현금 거래만 요구하고, 영수증 발급을 거부해 이상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법무부에 전화를 걸었더니 미인가 사무소라는 겁니다. 로펌을 믿을 수 없어 사건을 다른 곳에 맡겼는데, 사건은 해결도 못 보고, 시간은 지체되고, 변호사 수임료는 2배인 1,600만 원(미인가 로펌에 800만 원+새로 맡긴 로펌에 800만 원)까지 들고. 미인가 사무소에 수임료 지급을 거절했다가 소송을 당해 패소했고, 지금은 로펌에서 그의 수입을 가압류까지 했습니다. 때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정말 미인가 사무소에 걸리면 안 되겠구나 싶습니다.
# "500원만 쓰세요"
미인가 사무소에 걸리면 이렇게 아찔한데, 법무부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실태 조사를 한 적이 없으니, 미인가 사무소가 몇 곳이나 되는지 법무부도 모릅니다. 어디가 미인가 사무소고, 어디가 인가를 받은 사무소고, 믿을 만한 정보가 없습니다. 서초동에 미인가 사무소가 수십 군데고, 일부 로펌이 3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면, 관련 변호사 징계부터 검토할 만한 사안인데, 법무부도 변협도 이상하게 조용합니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공공연한 업계 비밀이었던 건가요.
애꿎은 여러분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간단한 방법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 접속하세요. 인터넷 등기소에선 법무법인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500원입니다. 등기부등본 보면 법무부에서 인가받은 주사무소 위치와 분사무소 주소가 다 나와 있습니다. 로펌에 사건을 맡기시려거든, 사무소 주소가 이 등기부등본에 정확하게 기재돼 있는지, 그것만 보시면 됩니다. 등기부등본에 없으면 미인가 사무소겠죠. 그럼 웬만하면 사건 맡기지 마세요. 불량식품 웬만하면 먹지 말라는 얘기랑 똑같습니다. 배는 불러도, 탈이 날 수 있거든요.
여러분이 항의하면, 로펌이 어물쩍 넘어가려고 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에서 사무소 확장 인가를 받은 거다, 건물만 떨어져 있는 것이지, 같은 분사무소로 인가를 받은 거다, 이렇게 말이죠. 사무소 2곳이 하나의 분사무소로 인가받았을 경우에는, 관할 법원이 어디냐에 따라 등기부등본에 주소 2개가 다 나오는 경우도 있고, 한 곳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애매하죠. 그럼 그냥 법무부에 전화해 물어보세요. 사무소 인가 업무 담당자 번호는 02)2110-3657. 사무소 이름과 주소 알려주고, 인가 여부 확인해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비싼 수임료 내는 만큼, 로펌에서 양질의 법률 서비스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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