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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재인-안철수 첫 회동…누가 웃었을까?

회담 성적표 받아들고 첫날부터 신경전

[취재파일] 문재인-안철수 첫 회동…누가 웃었을까?
어제(6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기념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 첫 회동에 대한 언론의 뜨거운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기념관 로비에 들어 찬 취재진 인원만 5백 명은 족히 넘어 보였습니다. 오후 6시 회동 예정 시각 8분 전쯤  안철수 후보가 먼저 회담 장소인 대회의실로 걸어 들어 갔고, 1분 뒤쯤  문재인 후보도 입장했습니다. 두 후보는 착석 후 간단한 인사말을 했고, 이후 대회의실 문이 굳게 잠겼습니다.

첫 회동에서 격의없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사전에 의제 조율도 없었고, 배석자 없이 단독 회담이 시작됐습니다. 1시간 15분이 흐른 뒤 문재인 후보 측 노영민 비서실장과 박광온 대변인, 안철수 후보 측 조광희 비서실장과 유민영 대변인이 회의실로 들어갔습니다. 두 후보간 회담이 끝났음을 알렸습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공감대를 이룬 부분을 합의문화하는 작업을 위해서였습니다. 저녁 7시 반쯤으로 예정됐던 양 측 대변인의 합의문 발표는 8시 15분쯤에야 이뤄졌습니다. 양 후보 측은 다음과 같은 7개 항에 합의했습니다. 원론적인 수준일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오늘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첫째, 엄중한 시대상황에 대한 인식, 고단한 국민의 삶과 형편, 정치 혁신에 관한 국민들의 요구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고 인식을 함께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둘째,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새 정치와 정치 혁신이 필요하고, 정치 혁신의 첫걸음은 정치권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셋째, 단일화는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의 원칙 아래 새누리당의 집권연장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나가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 넷째, 단일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만 보고 가야하며 국민의 공감과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다섯째, 단일후보는 후보 등록 이전까지 결정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함께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여섯째, 새 정치와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양쪽의 지지자들을 크게 모아내는 국민 연대가 필요하고 그 일환으로 정당 혁신의 내용과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의 방향을 포함한 ‘새정치공동선언’을 두 후보가 우선적으로 국민 앞에 내놓기로 했다. 일곱째,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서명 운동을 포함한 캠페인을 공동으로 펼쳐 나가기로 했다. 새정치공동선언문 작성을 위한 실무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팀장을 포함한 양측에서 3인씩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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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이 나오면 당연히 어느 쪽이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았을까 궁금하게 마련이죠. 누가 웃었을까요? 회담 시작 전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모두 손을 잡고 미소를 머금었지만, 회동이 끝난 뒤 누가 웃었을까요? 이유는 왜일까요? 문재인 후보 측은 7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담을 내용을 모두 담은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캠프의 한 관계자는 점수로 따지면 90점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가장 큰 수확으로 '후보 등록 전 단일화 합의'를 꼽았습니다. 문 후보 측은 줄기차게 빨리 단일화 논의에 착수하자, 후보 등록일 전 단일화를 이뤄 내야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안 후보 측도 기대하기 어려운 합의를 첫 회동에서 이뤄냈다고 자평했습니다. 안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가 요구한 90%가 합의문에 담겼다고 말했습니다. '새 정치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명문화한 것을 최대 성과로 꼽고 있습니다. 두 번째 합의 항목인 '정치 혁신의 첫 걸음으로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 놓는 것'도 성과라고 하겠습니다. 여섯 번째 합의 항목에서 나오는 '국민 연대의 필요성'은 양 진영간 세력 연합을 의미하는 건데요. '정치권 기득권 포기'와 연결시켜 보면 기존 정치권인 민주당이 공동정부 구성이든, 한 발 나아가 신당 창당이든, 안 후보 진영과의 세력 연합 과정에서 기득권을 내려 놓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결국 두 후보 모두 '윈-윈(win-win)'했다는 얘기네요.

두 진영 모두 합의문에 만족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보니 서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게 되더군요. 합의문 발표 직후 한 차례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새 정치 공동선언문' 작성을 위해 구성하기로 합의한 실무팀의 역할을 놓고 한 차례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문 후보 측은 새 정치 선언문 실무팀이 단일화 방식 협상도 진행하게 되고, 당연히 새 정치 선언문을 논의하면서 단일화 방식도 병행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 후보 측은 당연히 아니라고 했죠. '새 정치 선언문' 실무팀은 단일화 협상팀과는 별도라면서, 단일화 본격 논의는 '새 정치 선언문'을 발표한 뒤 할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문 후보 측이 안 후보 측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정리가 되긴 했습니다만, 단일화 논의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결국 단일화 과정에서 '방식 협상'이 초미의 관심사이자 관건인데요, 문 후보 측은 여론조사 방식에 국민 참여 경선 등 '플러스 알파'를 포함시키고 싶어 합니다. 최소한 두 후보의 TV 토론 후 미리 모집한 패널을 대상으로 한 '패널 조사'는 꼭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안 후보는 여전히 지지율 우위를 바탕으로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하고 있죠. 그러나 '정치 혁신'이 먼저라면서 단일화 방식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여하튼, 합의문 넷째 항목을 보면, 단일화를 추진하는데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했네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치열한, 팽팽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하지만, 만약 실무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첫 회동처럼 둘이 만나서 담판을 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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