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의 개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6일 정치쇄신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헌 추진 시점은 자신이 당선된 이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계 경제 위기로 국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정의 최우선 과제는 개헌이 아니라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박 후보는 개헌을 대통령 선거용으로 정략적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개헌의 내용과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하는 시한부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한 뒤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위해 헌법 상에 있는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하고 장관에게도 부처와 산하단체장에 대한 인사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국회 관계에 대해서도 국회를 존중해 매년 정기국회에서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연설을 정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4년 중임제와 현 헌법 체계 안에서 사문화 된 권한 위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개헌의 핵심인 셈이다.
◈ 문재인의 개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30일 개헌 문제와 관련해 꼭 필요한 개헌 과제는 아예 대선공약으로 내걸어 집권 초 바로 실현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집권 초 시작하면 블랙홀처럼 돼 다른 개혁 과제를 제대로 수행 못하고 후반에 논의하면 차기 선거를 대비한 정략적인 것처럼 오도돼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현 시점에서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박근혜 후보와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른 셈이다.
개헌 과제에 대해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의 경우 국민 공론이 모아져 있고 부통령제도 과거 역사를 봐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미뤄 볼 때 문 후보가 의도하는 개헌의 방점은 권력 분산에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통령제, 국회 권한 강화 등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자는 얘기로 읽힌다. 문 후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한 분산도 개헌의 핵심 요소로 검토하고 있다.
◈ 안철수의 개헌
안철수 후보는 아직 개헌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개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한 게 전부다. 다만 국회 의원 수 감축이나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 같은 안 후보의 정치 쇄신안을 통해 개헌에 대한 안 후보의 입장을 다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언급한 정치쇄신안은 대부분 정당과 국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현 대통령제가 권력 집중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인지, 또 문제점을 갖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알 수 없는 상태다.
◈ 내치(內治)-외치(外治) 분리를 통한 권력 분산
내치와 외치의 분산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이 의원은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4년 중임제인 대통령이 외교·통일·국방 등 국가원수로서 외치를 맡고,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장관을 임명해 내치를 책임지는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권력을 전부 얻거나 전부 잃는 대통령제와 달리 국회에서 총리를 뽑게 되면 연립정권이 가능해지고 상대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극한 투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진다는 논리다. 현재 대통령제에서는 나쁜 정책은 물론 좋은 정책까지도 상대당의 집권 연장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견제 심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국회로 내치 권력을 넘기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나라가 못 살았던 때는 대통령 혼자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지는 게 가능했지만 이제 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커져 혼자서 나라 안의 모든 것을 다 책임지고 처리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혼자 권력을 행사하다 보니 책임도 혼자 뒤집어 쓰게 되고 나라에 불행이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경제민주화보다 권력민주화가 더 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언급한 4년 중임제에 대해선 그냥 4년 중임제만 하면 오히려 개악이라며 권력분산을 빼버리고 지금 권력을 그대로 갖고 4년 중임제 하겠다는 것은 독재하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 3권 분립 강화를 통한 권력 분산
권력 분산의 또 다른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3권 분립의 강화다. 이원집정부제에서 주장하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 분산은 행정부 내 권력 분산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국회가 제대로 대통령과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를 할 수 있도록 3권 분립을 확실하게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감사원을 정부가 아닌 국회 산하에 두거나 현재 정부가 갖고 있는 예산 편성권을 국회로 가져오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현행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라면 사실상 총리가 대통령 권한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고 대통령과 총리를 완전히 분리해 내치와 외치를 분리시킬 경우 사실상 내각제와 다를 바 없게 되는데 내각제는 자칫 의회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 오히려 권력 집중을 악화 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통령제의 권력 집중을 해결하려다 오히려 국회와 행정부의 권한을 합쳐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또 외치와 내치를 분리해 생각하기 힘든 분단 상황을 고려하면 이원집중부제식의 권력구조 개편은 국가안전 보장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도 덧붙인다.
◈ 개헌을 둘러싼 복잡한 셈법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그 만큼 개헌이 갖는 폭발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선판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사안이란 얘기다. 여권 일각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맞설 카드로 개헌을 꼽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치인은 밥먹고 숨쉬는 것도 정치라고 했던 한 중진의 이야기처럼 대선 정국에 나오는 개헌 이야기에 정략적 판단이 배제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국가의 틀을 짜는 개헌 작업이 선거의 유불리로 결정돼선 안 된다. 그렇다고 개헌 논의를 무조건 미루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개헌 시기나 방식을 확실히 못박아 두지 않았다가 임기 말 차기 주자들의 이해관계에 말려 결실을 보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개헌 논의가 쉽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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