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정치 이슈도 읽기 어려운 흐릿한 글씨체로 보여주면 진보파와 보수파 모두 중도에 가까워진다는 최신 실험 결과가 나왔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5일 보도했다.
또 모의재판에서 피고인에 대해 주입된 편견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읽기 어려운 혐의 입증 자료를 읽어야 할 때는 편견에 따라 행동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어바나 섐페인 소재 일리노이 주립대(UIUC) 과학자들은 읽기 어려운 자료를 읽어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른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실험사회심리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이다.
연구진은 사형제도에 관한 정치적 논쟁 내용을 읽기 쉬운 서체와 어려운 서체로 각각 보여 준 뒤 읽기 어려운 글씨를 본 사람들은 문제에 대한 평소 태도가 완화된 반면 잘 보이는 글씨를 읽은 사람들은 태도가 오히려 훨씬 더 양극화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와는 별도의 모의재판 실험에서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다.
피실험자들은 피고인의 행동을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자료를 먼저 읽은 뒤 피의자에 불리한 대략적인 증거를 접했는데 예상대로 피고인의 성격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자료를 읽은 사람들은 긍정적인 자료를 본 사람들보다 유죄 판결을 더 많이 내렸다.
두 편은 같은 증거에 대해 각기 상반되는 평가를 했다.
그러나 증거에 관해 읽기 어려운 글씨로 인쇄된 자료를 읽었을 때 이들의 태도는 더 온건해졌다.
즉 피고인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받고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피고인이 유죄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정상적인 자료를 읽은 사람보다 유죄 판결을 더 많이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피고인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은 전보다 유죄판결을 내리는 비율이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이처럼 읽기 어려운 자료를 읽은 사람들은 반대 의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던 견해에 대해 전보다 회의적이 된다면서 "이는 사람들이 직감에 의존하지 않고 보다 느리게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면 반대 의견에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흐릿한 글씨 쓰면 정치 양극화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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