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내용입니다. 취재는 이처럼 단순 절도 사건으로 시작됐습니다. 가볍게 처리될 뻔했던 사건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경찰이 할아버지 집을 찾았을 때 벌어진 일 때문이었습니다. 다세대 주택 건물과 담장 사이 좁은 공간에 수십 대 자전거가 발견된 겁니다. 심지어 자전거 안장과 각종 손질 도구까지 함께 나왔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요? 할아버지는 새벽 시간 잠이 안 와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웠다고 진술했습니다. 믿을 수 있을까요?
담당 경찰은 자전거를 모두 훔친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버려진 자전거를 주워온 것이라고 보기에는 겉모습이 너무 깨끗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경찰서에 압수된 자전거를 보니까 주인 없는 자전거라고 보기에는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타던 자전거를 몰래 가져온 것처럼 보였지만 문제는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추가로 절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이유는 유실물인 경우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고 조금은 생소한 개념인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길에 떨어진 돈을 주은 뒤 사용하는 것,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깜빡하고 놓고 내린 물건을 누군가 가져가는 것이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남의 물건을 가져간다는 것은 똑같지만 훔칠 의도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가 되겠지만 잃어버린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절도가 아닙니다.
최근 연예인 최윤영 씨가 지인의 지갑을 훔쳐 논란이 됐는데 절도죄가 아닌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를 받고 검찰에서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죠. 검찰이 최 씨가 훔칠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인데 그만큼 ‘절도’와 ‘점유이탈물 횡령’은 엄연히 처벌 정도가 다릅니다. 절도가 훨씬 더 엄하게 처벌됩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추가로 나타날 경우 상습 절도로 볼 수 있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구속 영장까지 신청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지역 케이블에 피해자를 찾는 광고를 내기도 했고, 관할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자전거 분실 신고자까지 꼼꼼하게 확인했지만 자전거 주인 1명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의 노력과는 별개로 직접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한결같이 “주웠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궁금했습니다. 어렵게 집 주소를 수소문해 알아낸 뒤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눈앞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자전거가 보관돼 있었던 장소에 또 자전거가 있었던 겁니다. 분명 경찰은 자전거를 모두 압수했다고 말했고, 경찰서에서 압수된 자전거를 직접 목격했던 터라 믿기지 않았습니다. 경찰 조사까지 받았는데 자전거를 더 주워(?)왔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사실 이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훔쳤다는 것이 확인된 것도 우연이었습니다. 근처 자전거 판매점을 운영하던 주인에게 어느 날 중학생 한 명이 학교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잃어버렸다며 자전거를 다시 사러 왔고,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주인이 한 시장에서 중학생이 분실한 자전거를 끌고 가던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신기하게도 자전거 파는 분들은 직접 팔고 수리한 것은 단번에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훔쳤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여러 정황상 ‘절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어찌 보면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주웠다’와 경찰이 생각하는 ‘절도’의 차이는 의미는 같고 단어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경찰은 지금도 피해자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전단지까지 만들어 피해자를 찾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자전거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할아버지는 절도 보단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이고 주인 없는 자전거는 공매를 통해 판매된 뒤 수익금은 국고로 환수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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