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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탄 적 없는데…섬 주민 할인표 어디로?

여행사들이 표 대량 구매해 폭리 취한 듯

<앵커>

섬에 사는 주민들은 지자체의 도움으로 뱃삯을 할인받습니다. 섬 사람들에겐 참 고마운 일이죠. 그런데 누군가가 이 제도를 악용해서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섬주민들의 몫입니다.

장훈경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백령도행 매표 창구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주민 표 얼마죠? 5천 원이요. 주민이세요? (아니요.) 백령으로 가시는거죠? 요금은 6만 2천500원입니다.]

편도 기준 일반인과 주민의 요금 차이는 12배입니다.

지자체가 주민을 위해 차액을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자기 이름으로 표가 발행돼 할인을 못 받고 비싼 일반표를 사야 하는 주민들이 생긴 겁니다.

[정 모 씨 / 백령도 주민 : 인천인데 백령도로 들어온 걸로 돼 있어서 그냥 일반 표로 사서… 전산으론 그렇게 돼 있으니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뱃시간은 다가오고….]

백령도 주민들의 입출항 내역을 뽑아봤습니다.

백령도로 돌아온 적 없이 인천으로 나간 기록만 있는 한 주민은 열흘 뒤 다시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가는 여객선을 탄 걸로 돼 있고, 지난달까지 한 달에 5번 이상 인천을 오가며 10개월 간 무려 101차례나 표를 끊은 주민도 있습니다.

[김정섭/인천 옹진군청 지역경제과장 : 조사 내용을 보면 생업에도 종사하는데 너무 과다하게 이용하는 주민 수가 많아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 뱃삯 지원에 편성된 지자체 예산 25억원이 지난 9월에 모두 바닥이 나버렸습니다.

주민 명의로 왕복 여객선표를 구해 일반 관광객에게 팔면 한 명 당 10만원 이상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여행사들이 주민들의 개인 정보를 도용해 표를 대량 구매했을 것으로 군청은 보고 있습니다.

군청은 관내 25개 섬 주민들의 입출항 기록을 전수조사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배문산, 영상편집 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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