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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11년 5월 청와대, 내곡동, 구의동에선 무슨 일이?

반환점 넘긴 특검 수사…남는 의문들

[취재파일] 2011년 5월 청와대, 내곡동, 구의동에선 무슨 일이?
내곡동 대통령 사저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보름을 넘겼습니다. 한 차례 연장되면 수사 기한이 이달 29일까지, 연장하지 않으면 14일까지니까 짧게는 2주 정도, 길게는 4주가 남았습니다.

그간 특검은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와 큰 형 이상은 다스 회장을 소환했고, 주말엔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도 직접 불러 조사합니다. 검찰이 서면조사로 끝낸 피고발인들이 줄줄이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상은씨 자택과 다스 사무실, 부동산 2곳, 이시형 씨가 자주 들른 걸로 알려진 다스의 서울 사무소까지 압수수색도 전방위로 진행됐습니다. 처음엔 특검이 청와대 경호처도 압수수색할 거란 예상도 많았지만 아직 거기까지 가진 않았습니다.

땅 매매를 둘러싼 복잡한 계약 과정은 독자 여러분의 머리만 복잡하게 할 뿐이니, 여기선 제 취재수첩에 적힌 몇가지 궁금증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취재력이 더 뛰어났다면 해답까지 속시원히 밝혀드리겠지만 특검의 철통 보안과 저의 부족한 취재력 탓에 질문만 던져놓는 꼴이 됐습니다.

의혹 ① 날짜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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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씨는 아버지에게 "내곡동 땅을 네 명의로 샀다가 나중에 나에게 되팔라"는 이야기를 지난해 5월15일 들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공개한 5장의 계약서를 보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시형 씨가 내곡동 땅을 사면서 작성한 계약서상 계약 날짜는 5월 13일입니다. 시형 씨가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난 뒤 아버지가 땅을 사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니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

매도인 측 부동산 중개인은 "계약은 실제 5월25일 하루에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계약서에 찍힌 계약일자는 5월13일과 5월25일, 6월 15일과 6월20일로 돼 있습니다. 경호처는 왜 계약일자를 나눠서, 사실과 다르게 적었을까요? 실제 25일에 계약을 하면서 이시형 씨 몫만 5월13일로 당겨 적은 것은 왜 그런 것일까요.

이에 대해 계약에 참여한 부동산 중개인의 설명은 더욱 알쏭달쏭합니다. 그는 "그날(5월25일) 경호처 사람들과 만나 몇 시간 동안 계약서를 몇 번이나 고쳐가면서 작성했다. 날짜가 다른 부분은 특검에서 다 진술했다. 나중에 알게 되면 별 것 아닌 걸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날짜 조정은 매도인 쪽에서 한 것이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고, 그럼 경호처가 요청한 것이냐고 물으니 거기에 대해선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경호처 쪽에서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은 걸로 보입니다.

의혹 ② 6억 현금 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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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가장 많이 의심하는 부분입니다. "대통령 아들이 큰 아버지 집에 가서 현금 6억 원을 가방 3개에 담아 차에 싣고 청와대로 왔다"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입니다. 계좌이체를 해도 될 것을 왜 굳이 번거롭게 현금으로 옮겼냐는 기초적인 의문도 있지만, 대통령 아들에 대한 경호 관례 등에 비춰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호처 직원들은 시형 씨를 '영식님'으로 부르며 깍듯이 모시기 때문에, 혼자 차량을 몰고 가방 3개를 들고 오도록 경호원이 붙지 않은 데 대해 특검팀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날짜가 오락가락합니다. 당초 시형 씨는 큰아버지 집에 가서 돈을 받아 온 게 5월 23일이었다고 검찰 서면조사에서 밝혔습니다. 그런데 특검에서 이를 '5월 24일'로 번복했습니다. 특검이 경주 다스 공장에서 압수한 근무일지 상에 시형 씨가 23일 출근한 걸로 나와 있었고, 시형씨 측에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날짜를 조정한 걸로 보입니다.

시형 씨는 23일 밤 8시를 전후해 경주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왔고, 청와대에서 하루 잔 뒤 다음날 구의동 큰아버지집에 가서 돈을 받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시형 씨에 대한 근접 경호는 경주~서울역, 서울역~청와대에서 모두 이뤄졌지만, 정작 돈을 받으러 간 날 청와대~구의동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렇다보니 검찰의 한 특수통 검사도 "검찰 수사 결과, 그러니까 배임과 실명제법 위반을 기소하지 않은 것에는 동의하지만, 현금 6억 전달 부분은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의혹 ③ 시형씨는 내곡동에 갔을까, 안갔을까.

시형 씨는 내곡동 땅을 자신이 소유할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특검에서 강조했습니다. 그래야만 부모에게 명의만 빌려줬다는 의혹을 벗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형 씨는 그래서 지난해 2월 아버지와 함께 내곡동을 직접 방문한 적이 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습니다. 이 때 김인종 전 경호처장도 동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김윤옥 여사가 동행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시형 씨 측이 설명했습니다.

검찰 서면조사에서, 시형 씨는 내곡동 방문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특검에서 새롭게 밝힌 부분인데 수사팀은 시형 씨가 실제 내곡동을 방문했는지도 검증하고 있습니다.

시형 씨가 실제 내곡동을 방문했고 당시 정황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다면, 수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겁니다. 내가 가질 의사가 있었고, 그래서 실제 가본 것 아니냐는 해명이 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특검에 유리한 정황 증거가 될 걸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수사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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