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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방에 사는 고령층' 자전거 사고 위험 가장 높아

통계로 본 2012년 대한민국 자전거 사고 실태는?

[취재파일] '지방에 사는 고령층' 자전거 사고 위험 가장 높아
청량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시원스럽게 달리는 자전거를 보면 당장이라도 강변길로 나가 페달을 밟고 싶은 충동이 드는 계절인데요, 오늘은 가을길 자전거 낭만은 잠시 제쳐두고 자전거 교통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16일에 자전거 교통사고와 관련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주최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자전거 교통안전 세미나였는데요, 자전거 인구 급증으로 관련 사고도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실제로 자전거 교통사고는 2007년 7천 9백여 건에서 4년 만인 작년에는 1만 2천 건으로 급증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 말고는 다른 기자들의 관심을 끌진 못했습니다. 자료를 살펴보니 자전거 교통사고 실태와 정책방향에 대한 훌륭한 시사점들이 많았는데 연구원 측의 사전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 세미나에서 제가 주목했던 부분은 자전거 교통사고를 분석했더니 전체 사고의 30% 가량이 교차로와 횡단보도에서 발생한다는 겁니다. 교차로 부근과 횡단보도 부근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사고 건수의 절반이 넘을 만큼 사고 비중이 높았습니다.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도심 횡단보도를 지날 때 보행자들의 움직임 정도의 낮은 속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빠른 자전거 움직임에는 순간 대응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반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자전거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타고 있는 자전거 속도는 잊은 채, 무의식적으로 자신은 보행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보행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도 말이죠.

횡단보도에서 나타나는 차량 운전자와 자전거 운전자 사이의 이런 인식의 격차가 결국 사고 빈발을 불러온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실제 자전거 사고의 영상 분석을 시도했던 교통연구원 정경옥 박사의 말에 따르면 이같은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정 박사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인천지역 택시회사의 도움을 받아 택시내 블랙박스에 촬영된 자전거 사고 영상을 건네받아 이중 91건을 분석했습니다. 영상 화면을 조사했더니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가 난 자전거 운전자 가운데 정면 말고 양쪽 측면을 돌아다 보는 경우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이는 횡단보도를 건널때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일반 보행자들의 특성과 동일합니다. 자신은 횡단보도를 정상적으로 건너고 있으니 달려오는 차량이 알아서 피하겠지 하는 심리 말입니다. 자전거 운전자들 역시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이같은 생각을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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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다 사고가 났을 때입니다. 도로 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규정돼 있는 만큼 자전거에 탑승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건 원칙상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게 맞고요. 하지만 실제 도심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운전자는 생각보다 만나기 어렵습니다.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가다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을 때 보험처리는 어떻게 될까요? 만약에 보행자라면 무단횡단이 아닐경우 100% 피해자로 인정돼서 무과실 처리됩니다만 자전거 탑승 시에는 다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엄밀히 따져 도로 교통법을 어긴 셈이 돼서 10%의 과실이 따릅니다. 물론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가 마련된 곳에서는 예외가 적용됩니다.

이밖에도 당시 세미나에서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연령별, 지역별로 자전거 사고 특성을 분석한 내용입니다. 먼저 20세 이하와 60대 이상 고령자층에서 사고율이 높다는 점입니다. 특히 20세 이하의 경우 전체 사고 건수의 25%를 차지했는데 이를 다시 14세 이하와 그 이상으로 나눴을 경우 14세 이하의 경우가 사고율이 두 배가 넘었습니다. 학교와 부모들이 안전 의식을 높이면 그만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일 겁니다.

61세 이상 고령층에선 사고율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이에 따른 치사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상황입니다. 61세 이상 고령층 사고 비율은 전체의 25% 정도를 차지하는데 사망자수는 자전거 사고로 인한 전체 사망자 가운데 무려 60%에 달했습니다.

여기에다 서울과 마산을 비교했더니 마산의 경우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수가 71세 이상의 경우에서 서울보다 2배 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방에 사는 고령층의 경우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는 뜻입니다.

지방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자전거 전용도로 비중이 낮다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국도나 지방도의 경우 편도 단일 차선으로 차량과 자전거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은 데다 차량 속도도 도심보다 높아 큰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커지는 겁니다.

비동력 무탄소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률은 앞으로도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자전거의 수송분담률은 2%대에 불과해 10%대의 유럽의 자전거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자전거 이용은 늘리기 위한 노력과 함께 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책 마련도 좀 더 세밀하게 추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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