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미 동북부 일대에 가공할 피해를 안겨준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 최대 변수로 부각되자 샌디가 차기 백악관 주인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밋 롬니 후보 간 대결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초박빙 접전이 이어지는 마당에 엄청난 피해를 준 이 괴물 허리케인이 선거에 미칠 영향력이 가히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현재 '샌디'로 인한 사망자만 이미 110명을 넘어섰고 미 전체인구 5분의 1에 해당하는 6천만 명이 샌디 영향권 안에 들어 있으며, 재산피해만 200억 달러(약 2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미 언론들은 이런 샌디를 '프랑켄 스톰(괴물 '프랑켄슈타인'과 폭풍 스톰의 합성어)'으로 부르며 샌디가 '게임의 상황을 바꾸는 요인(game-changer)', '10월의 깜짝쇼(October Surprise)'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다.
미 정치전문 주간지 내셔널 저널은 "지금처럼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시점에 허리케인 샌디에 잘못 대처하면 양 진영, 특히 오바마 측에겐 판을 깨는 변수(deal-breaker)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이 '샌디'라는 자연의 역경을 통해 미국의 진정한 '구세주(savior)'가 누군지 확실히 깨닫게 해줄 것이라는 얘기다.
야후가 "신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샌디를 보냈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샌디가 오바마와 롬니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한다.
영국 가디언지는 "혼전을 거듭하는 대선 국면에 샌디가 가변성을 높여주었다"면서 "당장 롬니는 3차 TV토론에 따른 지지도 상승 모멘텀을 지켜나가기 어렵게 됐고, 오바마는 조기투표 붐 조성을 통해 승기를 잡으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롬니 캠프가 이런 점을 모를 리 만무하다.
두 캠프 모두 샌디가 '양날의 칼'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잘 대처하면 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끌어갈 수 있지만 자칫 헛발질이라도 하게 되면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실제 오바마는 유세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백악관으로 급히 돌아와 각료들과 허리케인 대책회의를 진두지휘하고 해당지역 주지사 13명, 시장 7명과 연쇄통화를 하는 등 마치 '전시 작전회의'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보이며 최고사령관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바마가 30일 적십자사 방문에서 "이번 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not yet over), 형식주의(red tape)는 타파해야 한다"면서 "우리(대통령)는 항상 국민 옆에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프린스턴대 역사학교수인 줄리안 젤리저는 CNN.com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당시 미숙한 대처로 홍역을 치렀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전례를 밟길 원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롬니 후보도 이날 뉴햄프셔 유세 일정을 포기하고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허리케인 피해 위로 행사에 참석키로 하는 등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롬니 진영은 남모를 고민이 많다.
오바마는 현직 대통령으로 국가적 대재난을 맞아 국정을 챙기는 것이 곧 선거운동이 될 수 있지만, 롬니는 그럴 수단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공화당 고문인 블레이즈 헤젤우드가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정치적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면서 "만약 이번 허리케인으로 대재앙이 초래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잘 대처하면 오바마가 정치적 기회를 갖게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틀 동안 유세를 중단했던 두 후보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31일에도 캠페인을 사흘째 중단하고, 뉴저지 피해 현장을 방문키로 한 반면, 카트리나 피해 극복의 주도권을 쥘 수 없는 롬니는 이날 최대 경합지인 플로리다에서 유세를 재개키로 방침을 정했다.
모두가 재난극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마당에 대선 유세를 재개한다는 것은 롬니에겐 정치적 도박이지만, 오바마의 '허리케인 선거전'에 말려들지 않고 정면 승부수를 던져 역전극을 이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CSM은 "이번 허리케인 사태는 오바마에게 정치적으로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샌디 피해 여파로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 오바마와 롬니 후보간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롬니는 연방정부 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FEMA 역할을 축소하고 그 역할을 주정부로 넘겨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한발 앞의 재앙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지도자가 될 수 있느냐는 민주당 측 비판을 받는다.
물론 롬니 캠프는 최근 "롬니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FEMA를 폐지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오바마 측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미 대선 D-7…신은 막판에 누굴 선택할까
"허리케인 샌디가 오바마-롬니 운명 결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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