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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은…

오바마-롬니의 샌디 대처법

[취재파일]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은…
미국 대선이 현지시각으로 꼭 일주일 남았습니다. 한국 시각으로는 이제 6일 남은 셈이 됐네요.일초를 아껴 경합지를 누벼야 할 미국 대선후보들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바로 허리케인 샌디 때문입니다.

등급은 1등급으로 5등급이었던 카트리나와 비교하면 애송이지만, 미국 오대호 주변과 동북쪽 대서양의 두 고기압의 영향으로 강한 폭풍우와 눈을 동반한 최악의 허리케인이라고 미국 재난당국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뉴저지주에 상륙할 당시 엄청난 바람과 비를 몰고 왔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워싱턴DC에도 가슴이 철렁할 정도의 강한 바람이 어젯밤 내내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나니 바람은 잦아들고 허리케인 샌디는 천천히 미국 내륙 북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9명이 숨지고 재산피해만도 22조원이 될 것이라는 집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허리케인이 완전히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 미국인들도 어느 정도 숨은 돌리는 것 같습니다.

샌디가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주말부터 오바마-롬니 두 후보는 사실상 유세일정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허리케인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헤아린 조치라는 점에서 당연해 보입니다. 한 쪽에서는 허리케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유세를 벌인다면 득표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해가 될 수 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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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콜로라도주와 위스콘신주 유세는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플로리다주를 돌려던 계획을 취소했고, 롬니 후보는 버지니아 유세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그 다음 행보는 어땠을까요?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는 백악관으로 돌아와서 허리케인 대책을 진두 지휘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백악관 상황실에서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이어 연방재난관리청과 적십자 본부를 방문했습니다. “미국인 여러분 제발 따지지 말고 무조건 지방정부 지시를 따라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재난관리청) “허리케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 온 미국이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결코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적십자)라고 강조하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오바마의 행동은 일단 +점수를 딴 것 같습니다. 공화당 소속으로 오바마 때리기의 선봉에 서 있던 크리스 뉴저지 주지사(뉴저지주가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를 극찬했습니다. “대통령이 훌륭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어제만 3차례나 대통령과 통화했고, 대통령은 큰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여기에 화답하듯 오바마 대통령은 내일 뉴저지주 샌디 피해 지역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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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니는 지난 일요일 버지니아주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오하이오로 이동한 뒤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뉴햄프셔주를 찾을 계획이었지만 이 일정도 취소했습니다. 대신에 최대 경합지인 오하이오주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유세가 아니라 샌디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자선행사였습니다.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은 적십자사를 통해, 자원봉사를 통해 피해를 본 동부지역 주민들을 돕자.”고 호소했습니다. 연방재난관리처과 국토안보부, 국립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공무원들을 위로하고 헌신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후보로서의 위기대응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행동이겠죠.

롬니 후보는 공화당 경선 당시 열대성 폭풍 아이작으로 피해를 본 멕시코만을 둘러봤었는데, 이번 주말쯤 샌디 피해지역을 방문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샌디 피해가 그 어느 때보다 클 수 있고 정전도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 온 미국인이 힘을 합쳐 피해주민들을 도울 방법을 강구하자”는 게 롬니의 메시지입니다. 

오바마-롬니의 샌디 대처법에 대해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허리케인 샌디가 유세전을 중단시켰다기 보다는 각 후보진영이 상황변화에 따라 전략을 바꾼 것이라면서 이런 것이 바로 '반정치의 정치(anti-politics politics)'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오바마와 롬니 후보는 다음달 1일쯤, 선거를 닷새 남겨둔 목요일쯤 유세를 재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샌디가 잠시 미국인들의 관심을 대선으로부터 옮겨오기는 했지만 결국 미국의 다음 4년을 결정할 대선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테니까요.

샌디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여론조사기관들은 차분하게 조사를 계속해왔습니다. 오늘 중 발표된 최신판 여론조사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4년전 대선결과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했던 라스무센의 조사결과입니다. 롬니 49% 오바마 47%로 롬니 후보가 2%P 앞서고 있습니다.
Ipsos와 UPI- 오바마 48% 롬니 47%로 두 곳 모두 오바마 우세.
Analytics- 롬니 47%  오바마 46% 롬니 우세.
PPP - 롬니 49%  오바마 48%  롬니 우세

다른 기관들과 유달리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는 갤럽의 경우 51 대 46으로 롬니가 많이 앞서 있습니다.

대부분 현지 시간으로 10월 29일까지 실시된 조사결과여서 샌디의 영향이 온전히 담긴 수치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직 오바마-롬니 두 후보의 접전이라는 흐름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번 주 금요일 정도에 나온 여론조사에 샌디에 대한 오바마-롬니 두 후보의 대응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가 담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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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은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발생한 돌발변수의 성격이 강합니다. 대선후보들의 의지와 선택으로 대응여부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2002년 대선 하루 전 날 정몽준 의원의 갑작스러운 노무현 지지 철회, 2007년 대선 열흘 전 BBK 동영상 공개 같은 정치적 변수와는 다른 성격입니다. 한국의 경우 두 변수가 그 해 대선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번 샌디는 미국 대선에 어떤 변수가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습니다만, 샌디 피해 지역 가운데 경합지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샌디 역시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다만, 이런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두 후보의 대응능력을 미국인들이 평가할 기회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에게는 백성들의 목숨이 백곱절 천곱절 더 중요하단 말이오.”라는 영화속 가짜 광해의 대사를 미국인들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느냐 하는 그런 문제라는 것이지요.

샌디와 별개로 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오히려 미국 대선 나흘 전에 공개되기로 돼있는 10월 실업률 결과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달 7%대로 떨어졌던 실업률이 다시 8%선으로 올라갈지,아니면 현상 유지에 성공할 지 여부에 따라 오바마-롬니 두 진영의 표정은 엇갈릴 것입니다.

참고로 미국 대선의 예측조사는 50개 전 주를 대상으로 실시되지 않습니다. 이른바 경합주 중심으로 실시됩니다. 각 주별로 한 표라도 이긴 후보가 그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미국 대선제도의 독특성 때문에 이미 승패가 확연한 지역의 경우에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게 오히려 낭비라는 뜻이겠지요. 매 대선 때마다 오하이오, 네바다, 플로리다 운운하는 기사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이번 대선의 승패는 오하이오, 플로리다, 버지니아 세 곳에서 결판날 것 같습니다. 대선 당일 이 세 곳의 개표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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