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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철수 정치개혁안은 포퓰리즘인가?

[취재파일] 안철수 정치개혁안은 포퓰리즘인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국회의원 수 감축과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 개혁안으로 제시했다. 안 후보는 인하대 초청 강연에서 "특권을 내려놓아도 법이 부여한 권한만으로 충분히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를 3대 특권 포기 방안으로 내놨다.

◈ 안철수, 정치개혁을 외치다

안 후보는 의원 수를 줄이자면서 "국회가 민생 법률을 못 만든 게 숫자가 적어서 그런 거냐", "밥값을 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얼마나 강하게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 수는 법률에 200명 이상으로 돼 있는데, 국회가 스스로 의석 수를 조금씩 늘려 300명이 됐다"며 "의원 수를 줄여 정치권이 먼저 변화의 의지를 보이고 고통을 분담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회가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이고, 소외계층도 목소리를 내며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의원 수는 축소하되 비례대표 비율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수를 200인 이상으로 하는 것은 헌법 41조 2항의 내용이다. 헌법을 법률로 잘못 말한 듯하다.)

또 "정당이 당비로 유지돼야 하는데 보조금으로 유지되면서 비대화, 관료화, 권력화됐다"며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를 요구했다. 안 후보는 "정당의 국고 보조금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 야당을 회유하기 위해 주기 시작한 것"이라며 "정치권이 스스로 액수를 줄이고, 그만큼 시급한 민생에 쓰거나 정당의 정책개발비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5ㆍ16쿠데타로 도입된 정당의 중앙당을 폐지 또는 축소해야 소위 패거리 정치, 계파 정치가 사라질 수 있다"며 원내정당화를 촉구했다. 안 후보는 이런 3대 특권 포기 방안은 "여야가 합의하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일"이라며 "우리정치의 어려운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군사독재의 유산, 정치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정치인이 밥값을 하도록 낡은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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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의 반박… 재반박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이 발표되자 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당정치 부정"이라며 "어떻게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주의 근간도 모르는 어설픈 예능정치인 밑천을 드러낸 것"이라고 깎아 내렸다.

민주통합당도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이 정치불신에 편승해 인기위주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며 "지금처럼 현실 적합성이 없는 개혁안은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도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면서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고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안인지도 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과 정치권의 동의를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 있다.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좀 더 깊은 고민이 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비판이야 그렇다쳐도 야당인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의 반박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앞둔 기싸움 성격이 있어 자못 긴장감을 자아냈다.

여야의 반박에 안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안 후보는 26일 경남 진주 경상대 초청강연에서 "예상대로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는데 제일 아팠던 부분은 '국민의 맹목적인 정치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는 말이었다"며 "그 말을 쉽게 풀어 얘기하면 '국민이 정치를 싫어하도록 안철수가 부추긴다'는 말인데 그게 얼마나 교만한 생각이냐"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기존 정치를 싫어하고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 요구를 대중의 어리석음으로 폄훼한 것"이라며 "대중은 그 정도 판단도 못 할 정도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할 분이 있다는 게 착잡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지역마다 개발 공약 내고 재정 생각 안 하고 장밋빛 공약 내는 게 포퓰리즘"이라며 "제가 했던 건 개발 공약이 아니라 특권을 내려놓자는 것는데 그게 왜 포퓰리즘인지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만약 국민 개혁 열망에 귀 기울이는 게 포퓰리즘이라면 정치권은 국민 요구에 귀 닫겠다는 말"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왜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됐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권이 이를 바로 잡으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게 본질"이라며 "여러 가지 중 세부사항을 말씀했는데, 지엽적인 하나하나를 붙잡고 논쟁하지 말고 본질을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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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정치개혁안은 새롭다?

안철수 후보가 내세운 3대 정치개혁안의 내용은 크게 국회의원 수 감축, 정당 국고 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 등 크게 3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정당 국고 보조금 축소를 제외하면 이미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던 내용이다. 기존 정치권에서도 상당 부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혁하고자 했던 내용이란 얘기다. (정당 국고 보조금 논의는 주로 투명화 쪽에 맞춰졌다.)

그런데도 이런 개혁안이 아직까지 결실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제약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여야가 합의하면 당장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지만 문제는 그 합의라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국회의원 수 감축의 경우 앞서 살펴봤듯이 헌법에 정해진 200인 이상만 지킨다면 그 안에서는 법률로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률은 국회가 만든다. 국회의원이 스스로 자기들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대의명분이 있다고 해서 쉽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 18대 국회 말인 올해 초,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때를 복기해보자. 당시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몇 개 선거구가 없어졌다. 분구가 돼 늘어난 곳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합구되면서 지역구가 사라진 곳 주민과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소동이 빚어졌다. 없어진 곳은 몇 개 지역구에 불과했지만 이 때문에 국회 곳곳에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지난 2월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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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국회 본청 앞과 민원인 출입구, 의원회관 안내실 등 곳곳에서 한바탕 활극이 벌어졌다.경남 남해·하동 지역에서 올라온 지역구 주민 60여명이 선거구 통폐합 움직임에 항의하며 삭발식 등 항의 시위를 하려다 이를 막는 국회 방호원들과 충돌한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 본청을 빠져나오다 소형 현수막을 놓고 방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인데 이어 국회 본청 앞에서는 삭발식을 강행하려다 격한 몸싸움까지 벌였다. 결국 경찰 국회경비대까지 출동해 경고방송을 하고 방호원들이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소란은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여야 간사를 면담하겠다며 찾아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 큰 소동이 빚어졌다. "왜 면담이 안되냐"고 항의하던 도중에 일부 주민들이 안내창구에 드러눕는가 하면 고함을 지르고 몸싸움을 하면서 안내실은 아수라장이 됐다.

역시나 경찰과 방호원들이 동원돼 주민들을 강제로 퇴거시키는 소란이 뒤따랐다. 그 와중에 일부 주민들은 의원회관 안까지 들어가 야당 간사의 의원실을 점거했다 끌려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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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역민들의 반발 뒤에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이 일부 작용했을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농어촌의 경우 해당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있느냐 없느냐가 지역민들의 이익과 직결되기도 한다. "도시지역 시민들은 자기 지역 국회의원 이름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 아닙니까, 솔직히 말씀드려서…. 하지만 시골은 달라요. 기댈 수 있는 언덕이고 우리 대표자란 말입니다"라는 한 지역 대표의 얘기가 이를 잘 대변해준다.

지역구 몇 곳 없애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의원 수를 대폭 줄인다는 건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우스게 소리로 하는 말 가운데 "의원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들이 아무리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장삼이사(張三李四)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제 살 깎이를 하게 만들려면 치밀한 논리와 실행 방안이 있어야 한다. 그저 옳으니 따르라는 식의 접근 방법으로는 반발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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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행 방안 없는 구호는 '선동 정치'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 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내놓지 않은 채 '국민의 뜻'이라고 원론만 외치는 것은 자칫 기존 정치권을 구태로 몰아 공격하기 위해 국민을 선동하는 것일 수 있다. 국민의 뜻이 진정 그것이라면 이를 관철시킬 방안도 함께 고민해 내놔야 한다.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국회의원 수 감축은 대통령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소통은 국민 뿐 아니라 권력에 대해서도 필요하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서 이를 내놓게 하려면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저 구태, 혹은 교만이라고 몰아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본인들의 동의 없이 기득권을 빼앗는 방법은 독재 밖에 없다.

중앙당 폐지도 마찬가지다. 중앙당 폐지는 최근에도 새누리당 쇄신파에서 제시됐던 방안이다. 하지만 당장 당직자들의 반발만 불러왔다.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내부 논의없이 덜컥 원칙만 던져놓은 결과다. 원내 정당화가 목표라면 이를 차근 차근 실행할 일이지 칼로 무 베듯 단칼에 해치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득권을 조정하는 과정에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법이다.

안 후보가 말한 것처럼 사무처를 갖춘 중앙당 제도는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공화당을 시작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공천 부정이 반드시 중앙당 때문인지는 따져 봐야 한다. 당 조직이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사적으로 운영한 권력자들의 행태가 더 문제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사실 당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제도를 도입한다해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 중앙당을 없애고 나면 공천 문제는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흔히 정치권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하는데 공천권은 정당의 고유한 권한이다. 공천권 반환 운운은 자칫 꼼수 일 수 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정치권의 수사가 답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당과 공천의 본래 취지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예전 취재파일 중 일부를 참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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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政黨)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다. 정당은 정치적 이상 실현을 위해 그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해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공천이다. 공천은 정당의 독점적 권한이자 책임인 셈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논리는 애초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국민은 정당들이 각자 내놓은 여러 후보들 가운데 국가 발전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뽑는 선거권만 있으면 된다. 최종적 선택권인 선거권을 갖고 있는 국민이 굳이 공천권까지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이면에 오히려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를 손쉽게 가려내기 위해 정당의 책무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꼼수'를 쓰는 건 아닌지 정당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정당(政黨)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다. 정당은 정치적 이상 실현을 위해 그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해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공천이다. 공천은 정당의 독점적 권한이자 책임인 셈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논리는 애초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국민은 정당들이 각자 내놓은 여러 후보들 가운데 국가 발전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뽑는 선거권만 있으면 된다. 최종적 선택권인 선거권을 갖고 있는 국민이 굳이 공천권까지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이면에 오히려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를 손쉽게 가려내기 위해 정당의 책무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꼼수'를 쓰는 건 아닌지 정당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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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당의 국고 보조금 문제도 도입의 시대적 배경은 그렇다해도 무조건 없애고 볼 일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최근 정당 회계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국고 보조금에 대한 정당들의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국고 보조금 없이는 정치 활동이 불가능할 만큼 정치권 주변에서 검은 돈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물론 정치권 주변에서 공천 헌금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걸 보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정당 회계 투명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따라서 국고 보조금의 폐지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국고 보조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살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정당 국고 보조금 폐지가 화끈해 보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극단적 방법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악화시켰던 경험이 더 많다.

안 후보의 정치 개혁안이 상당 부분 기존 정치권의 방안과 겹치는 걸 보면 국민의 생각, 바람이 어떤 것인지는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 걸로 보인다. "일반 국민과 정치권의 생각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안 후보의 말처럼 정치적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바로 지도자가 할 일이다. 기존 정치권이 말만 하고 못 해냈던 일을 안 후보 자신이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이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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