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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을철 '진드기병' 주의보…환자 급증

[취재파일] 가을철 '진드기병' 주의보…환자 급증
야외 활동하기 좋은 가을입니다. 늦가을 단풍 구경에 수확의 기쁨까지 누릴 수 있어 행락객들의 활동이 늘고 있는데요, 불청객이 있습니다. 바로 진드기입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털로 수북이 덮인 ‘털진드기’는 유충 때는 3쌍의 다리를 가진 거미강, 진드기목에 속하는 해충입니다. 성충이 되면 다리가 한 쌍 더 생기는데 성충 때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문제는 알에서 갓 부화한 유충 때인데, 털진드기 유충은 주로 들쥐에 달라붙어 혈액이 아닌 체액을 빨아먹고 삽니다. 우리나라에는 10여종의 들쥐가 있는데 등줄쥐의 개체수가 많아 등줄쥐에 가장 많이 기생하고 이밖에 땃쥐, 다람쥐, 청설모, 두더지 등에도 기생합니다. 주로 설치류의 귀 부분에 많이 붙어사는데 체액을 빨아먹기 좋은 곳이 털이 안난 귀 주변이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 털진드기 유충이 사람에게 옮겨 붙어 물으면 질병을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쯔쯔가무시란 병인데 일본에서 유래된 이 말은 ‘작고 위험한 생물’이란 뜻입니다. 털진드기 유충에 물리면 고열과 발진, 오한,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물린 부위에 가피(일명 딱지)가 생기는게 특징입니다. 제가 만난 환자는 30대 중반 남성이었는데 추석 때 성묘 갔다가 털진드기 유충에 물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은 5일 동안 38도가 넘는 고열이 나서 무척 고생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독감으로 오인했다가 나중에 머리를 감는 과정에서 가피를 발견하고서야 쯔쯔가무시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만큼 증상이 독감과 비슷합니다. 쯔쯔가무시 환자는 2천년 대 초반만 해도 70% 가량 농촌 들녘에서 일하는 농민들이 주로 걸렸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시에 사는 환자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환자수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또 매년 환자가 5~6천명 정도 보고되는데, 올 가을에는 지난 해 이맘 때보다 환자가 90% 가량 더 많아져 10월25일까지 2,234명의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왜 이렇게 환자가 느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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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도시인들이 전원생활을 꿈꾸면서 주말농장, 산행, 나들이 등 야외활동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쯔쯔가무시병이 연 중 10~11월 두 달에 집중된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또 늦가을은 털진드기 유충이 알에서 부화해 동물의 체액을 빨아먹는 시기라 환자가 늘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쥐에 붙어 기생하는 털진드기는 쥐에는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습니다. 오직 인간의 체액을 빨아먹는 과정에서 병원체를 주입해 병을 유발하는데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특별한 치료법은 없습니다. 

다만 독시사이클린이라는 항생제가 잘 듣기 때문에 초기에 병원에 오면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탓을 진드기에만 돌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진드기도 엄연히 생태계의 일원이기 때문이죠. 또 생태계 불균형으로 들쥐 개체수가 많이 늘어 진드기 번식이 왕성해지지 않았는지, 좀처럼 자연을 접하지 못하는 인간의 면역 체계가 약해지지는 않았는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입니다.     

지난 8월에는 털진드기 뿐만 아니라 참진드기에 의한 ‘라임병’ 환자도 처음 발생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라임병 증상이 있는 환자는 있었지만, 질병관리본부가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한 후 처음으로 환자가 공식 확인된 겁니다. 라임병도 증상은 쯔쯔가무시병과 비슷합니다. 고열과 오한, 근육통 등을 동반하는데 다른 점은 라임병의 경우 물린 부위가 붓고 둥그런 홍반이 나타납니다. 8월에 발생한 라임병 환자는 강원도 화천에서 나무를 캐다 진드기에 물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진드기는 인간에 달라붙어 몇 시간을 돌아다닌 뒤에야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 인간의 체액을 빨아먹는다고 합니다. 워낙 작아서 물려도 별반 통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진드기 병을 예방하려면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어린이의 경우 가급적 숲이 우거진 곳과 경작지 주변에서 야외활동을 피해야 합니다. 산에서 밤이나 도토리 등을 줍는 행위도 진드기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숲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에 비하면 진드기병 걱정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진드기병이 정 걱정된다면 야외할동 때 옷 등에 진드기 기피제를 뿌리는 것이 좋습니다. 또 산이나 들녘으로 야외 활동을 마치면 반드시 샤워를 해서 몸을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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